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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하정우·이병헌… 탐나는 한국배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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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日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대표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10여 년간 가족 이야기만 제작

부산영화제에 첫 법정극 들고와 "시야 넓혀 죄·심판에 질문 던져"

"어머니는 계속 '공무원, 공무원' 하셨죠. 극장에 갈 형편은 아니었지만 TV 영화는 꼭 챙겨볼 만큼 영화를 좋아하시면서도, 정작 아들에겐 '영화는 취미로 하고 직업으로는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공무원을 하라'고 하셨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55·사진)는 지금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본 감독이다. '아무도 모른다'(2004) '바닷마을 다이어리'(2016) 등으로 칸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6)는 칸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비디오테이프를 사서 이웃에게 돌리곤 했다.

조선일보

/김종호 기자


팬들은 고레에다 감독의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 익숙하지만, 뜻밖에도 올해 그가 부산국제영화제에 들고 온 영화는 자신의 첫 법정 드라마 '세 번째 살인'이다. 올해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19일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10여 년간 '홈 드라마'를 했던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이가 생기는 등 개인적 변화를 겪으며 '가족'이 가장 절실한 창작 모티브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좀 더 시야를 넓혀 봤어요. 지금 사회에 가장 절실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사람이 사람을 심판하는 일, 비극과 불의를 못 본 척하는 '심판되지 않은 죄'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살인을 자백한 '미스미'(야쿠쇼 코지)와 마지못해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이야기. 두 번째 살인이라 사형 선고를 받을 게 뻔한데, 충돌하는 진실의 조각들이 드러나자 변호사는 혼란에 빠진다. 설상가상 빨려들 듯 미스미에게 동화돼 간다. 고레에다 감독은 "두 남자가 구치소 접견실에서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가 중심인데, 극의 긴장이 고조되는 궤적이 두 사람을 잡는 카메라 앵글에서 드러나도록 현장에 그림을 그려 붙여놓고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판결의 유불리만 따지는 사법 제도의 맹점, 사형 제도의 정당성을 묻는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선악의 문제는 가능한가, 진실의 일부만을 보는 인간이 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 등 다양한 질문이 녹아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답은 영화를 보는 관객 숫자만큼 다양할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 7명에게 조언을 받았는데, 한 분이 '법정은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이해를 조정하는 곳이다. 진실은 어차피 우리가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있죠? 역설적으로 진실을 알기 위해 움직이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한국 배우를 묻자 고레에다 감독이 이름을 줄줄이 언급했다. "제 영화 '공기인형'(2009)에 출연했던 배두나씨는 지금도 일본에 오면 함께 차를 마시죠. 이제 국제적 배우가 됐는데 언젠가 재회하고 싶어요. 하정우, 강동원, 송강호…. 얼마 전엔 '마스터'를 보며 이병헌에게 또 다른 매력을 느꼈고요. '부산행'의 소녀 김수안, 영화 '우리들'의 두 주연 소녀(최수인, 설혜인)와 남동생(강민준)은 정말 천재더군요!"

[부산=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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