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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 옷 입을 때만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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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 지원 위해 패션 브랜드 만든 한태균씨

경향신문

“궁핍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너무 안타까웠어요. ‘학비 지원 스토리펀딩’은 그래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건국대 재학생 한태균씨(30·의상디자인4)가 2015년 12월 동기 4명과 의기투합해 만든 패션 브랜드 ‘자무(ZAMU)’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돕기 위해 후드티 셔츠를 제작·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광복, 잊혀진 그들’이란 주제로 스토리펀딩을 진행해 배송 등 부대 비용을 제외하고 판매로 발생한 순이익금의 50%와 후원금을 모아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고등학교 학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18일 마감한 펀딩의 최종 모금액은 당초 목표인 150만원보다 훨씬 많은 약 3800만원이다. 최근 경향신문과 만난 한씨는 “후원금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설립한 ‘흥사단’의 산하기관인 ‘독립운동가 후손돕기본부’를 통해 후손들의 학비 지원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무의 디자인 토대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다. “디자인계에서 외면하고 있는 한국적 미를 디자인의 베이스로 삼았어요. 한국적인 것은 촌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저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브랜드의 이름을 ‘사랑하여 어루만짐’이란 뜻의 ‘자무’라고 지은 것도 한국의 아름다움을 어루만지자는 의미죠. 그러나 젊은 사람에게 익숙지 않은 한복이나, 한글을 억지로 디자인에 끼워 넣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젊은층도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요.”

한씨가 디자인한 후드티는 독립운동가와 어려움에 처한 후손들을 안아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태극기를 보면서 건곤감리(乾坤坎離)가 중앙의 태극을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태극은 우리나라를, 건곤감리는 독립운동가분들을 연상케 했죠. 후드티 뒷면에 건곤감리 문양을 패턴화한 무늬는 나라에 헌신하셨지만 지금은 잊힌 독립운동가들을 표현한 것입니다. 또한 후드티의 옆선을 등 뒤로 뺀 형태로 만들어 독립운동가들을 포근하게 안아준다는 의도도 담았죠. 이 옷을 입을 때만이라도 독립운동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독립운동가 3대 후손 중 봉급생활을 하는 이들이 10%밖에 안된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난 후 독립운동가 후손을 돕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렵다 보니 초등학교나 중학교까지만 졸업하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가난 역시 세습되고 있는 겁니다.”

한씨는 이번 후드티 제작을 계기로 자무를 ‘사회적기업’으로 키우고 ‘한국풍 디자인 브랜드’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질 좋은 옷을 만들고, 가치 있는 소비를 제안하면서, 자무를 인정받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어요.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도 우리가 만든 옷으로 주목받게 하고도 싶고요. 무엇보다 ‘한국풍 디자인’ 하면 자무를 떠올릴 수 있도록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어요. ‘영국풍’이나 ‘일본풍’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세계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의 중심에 서는 것이 자무의 꿈이자 저의 꿈입니다.”

<안광호 기자·정두용 인턴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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