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3 (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비데 과용, 변비약 의존 벗어나야 ‘겨울 변비’ 탈출합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비데 자주 쓰면 항문 기능 약화

약 많이 먹으면 장 운동력 저하

유산소 운동, 수분 섭취가 효과

쾌변 유도하는 전략

겨울은 피부·혈관만 괴로운 계절이 아니다. 장의 배변 활동을 위한 싸움이 길어지는 시기다. 바로 변비 때문이다. 겨울엔 특히 신체 활동량과 수분 섭취량이 줄어 변비 환자의 괴로움이 커진다. 그래서 ‘겨울 변비’라는 말도 생겼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의외의 배변 습관이 변비를 악화시켜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변비 탈출’에 실패하면 변비는 만성으로 진행되고 심각한 대장·항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변비 탈출과 치료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변비 환자는 대변을 자주 보지 못한다. 배변 활동을 할 때마다 불편함도 따른다. 배변 시간은 길어지고 배변이 끝나도 잔변감이 남아 개운함을 느끼지 못한다. 의학적으로는 일주일에 3회 이상 대변을 보지 못하면 변비로 진단한다. 배변할 때마다 힘을 세게 줘야 하거나 대변 모양이 평소와 다르다면 변비를 의심해봐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평소 배변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대변 모양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며 “대변 색이 까맣고 동글동글하게 덩어리진 토끼변 모양이라면 변비”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혈압·우울증·두통약도 변비 부추겨
변비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변비에 해당한다. 만성 변비가 되면 대장·항문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대변을 볼 때마다 항문에 큰 힘이 계속 가해지면 항문 주위 혈관이 터지고, 이는 치질을 유발할 수 있다. 대변이 배출되지 않고 대장에 계속 쌓이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대변의 부피가 점점 커져 장이 늘어나는 거대결장, 장이 늘어나 장벽이 점점 얇아져 장에 구멍이 생기는 장천공 같은 질환이다. 풍선에 물을 가득 넣으면 결국 터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솔병원 변비클리닉 조용걸 원장은 “변비는 만성화하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변비의 원인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비가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 대장의 운동 능력이 떨어져서다. 대장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연동운동을 하면서 대변을 항문까지 이동시킨다. 운동 능력이 떨어지면 대변이 항문까지 원활하게 도달하지 못한다. 신체의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평소 고혈압치료제·항우울제·두통약을 복용해도 변비가 생기기 쉽다. 이들 약이 근육을 이완시켜 장 연동운동을 방해해서다.

변비로 고생하는 날이 길어지면 대부분 변비약을 찾게 된다. 하지만 무심코 먹은 변비약이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다. 변비약은 장의 신경을 직접 자극해 장을 운동시켜 배변 활동을 돕는다. 복용 후 빠른 시간 내 배변할 수 있지만 장에 상당한 자극이 된다. 변비 초기부터 복용하면 변비약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복용량은 점점 늘어나고 변비약을 끊을 수 없게 된다. 장에 자극이 약한 약부터 강한 약까지 단계별로 높였다가 점차 단계를 낮춰야 약을 끊을 수 있다. 조용걸 원장은 “변비약을 처음 복용한다면 장에 자극을 약하게 주는 약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전문가의 진단에 따라 자신의 변비 증상 정도에 맞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극이 약한 약으로는 대변의 양을 늘려주는 아기오·무타실, 체내 수분을 끌어들여 대변을 묽게 해주는 마그밀·듀파락·마이락스 등이 대표적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식이섬유는 장을 통과할 때 장 내벽에 달라붙은 유해 균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 대변 양을 늘려준다. 하지만 변비 환자 대부분은 장의 연동운동이 약한 상태다. 따라서 대변이 부피가 커진 상태로 대장에 정체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결국 대장에서 지속적으로 수분을 뺏겨 점점 딱딱해진다. 항문으로 대변이 배출될 때 항문이 손상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거대결장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배변하기 전 과도한 비데 사용도 문제다. 변비 환자 중에는 비데의 수압을 강하게 해 배변을 유도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배변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자극이 반복될수록 큰 자극을 필요로 한다. 결국 수압이 점점 높아져 항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용걸 원장은 “비데는 항문을 세척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 하루 2L 이상 마시고, 배에 힘줘 배변

초기 변비는 생활 습관, 배변 습관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변비 탈출’이 가능하다. 우선 대장의 연동운동 능력을 높인다. 적당한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면 장 운동이 활발해진다. 땀이 날 정도의 빠르게 걷기를 하루 20분씩 하면 좋다. 매일 따뜻한 물을 마셔도 대장의 운동력이 개선된다.

다음으로 대변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 수분 섭취를 많이 하면 대변이 딱딱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 외에 매일 2L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 부드러운 대변은 장에서 이동도 쉽고 항문에서 배출되기도 쉽다.

마지막으로는 대변을 잘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는 배변 자세가 중요하다. 배변을 할 때는 배에 힘이 들어가는 자세가 좋다. 발밑에 15㎝ 정도 되는 발판을 두면 다리 높이가 올라가 자연스럽게 배에 힘이 들어간다. 상체를 약간 숙이는 것도 배에 힘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변기에 앉은 지 10~15분 내로 배변하지 못하면 다음에 다시 시도하는 편이 좋다. 이동호 교수는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에 지속적으로 힘을 가하게 된다”며 “배변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치질의 위험만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