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스키 포털 닥터스파크 박순백씨
겨울마다 유럽·북미 등으로 해외 스키 원정
"서울처럼 인근에 스키장 많은 도시 드물어"
국내 최대 스키 사이트인 닥터스파크(drspark.net)는 겨울철이면 하루 70만 페이지뷰(PV)를 넘어선다. 온갖 따끈한 스키 정보는 물론 하루 수백 건의 중고 용품 거래 글이 올라온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박순백(64)씨의 겨울은 바쁠 수밖에 없다. 사이트 관리는 다른 회사에 맡겼지만 여전히 주말마다 국내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고 틈틈이 해외 원정 스키도 다녀야 해서다. 그는 프로 스키어가 아니다. 한글과컴퓨터, 드림위즈 부사장을 지낸 IT 전문가이자 언론학 박사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 스키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 한국 첫 스키장인 용평리조트가 생기기 전인 1968년부터 대관령에서 활강을 즐겼고, 스키 교재도 여러 권 출간했다. 국내외 유수의 스키 브랜드가 그의 스폰서를 자처한다. 11월24일 박씨를 만나 스키와 여행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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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백씨는 한국에 스키장이 생기기도 전인 60년대부터 스키를 즐겼다. 50년 이상 스키를 탄 그는 해마다 스키 실력이 는다고 한다. 사진은 2014년에 방문한 프랑스 론알프스 지역 클럽메드 티뉴 리조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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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보이스카웃 활동을 하면서 아웃도어 스포츠에 눈을 떴다. 프랑스 산악인 가스통 레뷔파(1921~85)를 롤모델로 삼았다. 그가 프랑스국립스키등산학교 교장인 걸 안 뒤 스키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겨울올림픽에서 알파인 스키 3관왕을 차지한 장 클로드 킬리(74)가 멋져 보이기도 했다. 용평리조트가 생긴 게 1975년이다. 그 때까지 리프트도 없는 대관령스키장에서 스키를 탔다. 말이 스키장이지 눈 덮인 야산에서 스키를 신고 게걸음으로 슬로프를 다져가며 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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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스키를 안 타는 계절엔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즐긴다. 그는 2000년대 초, 강사 제도를 만들었을 정도로 인라인스케이트에 열정적이지만 스키를 위한 보조적인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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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엔 강원도의 시설 좋은 스키장을 주로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30~40분 거리인 경기도 남양주 스타힐리조트(구 천마산스키장)를 가장 많이 찾는다. 시즌권을 구매해 개장부터 폐장 때까지 주말마다 스키장을 간다. 설질(雪質)을 따져가며 스키 타는 사람들이 있지만 진짜 고수는 설질이 어떻든 그에 맞게 스키를 즐긴다. 가까운 곳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늘 감격한다. 경기도에만 스키장이 5개다. 서울처럼 주변에 스키장이 널린 도시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들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서울이야말로 스키를 즐기기에 충분히 좋은 도시라는 얘기다. ”
Q : 해외 스키 원정도 자주 다니는지.
A : “한국에서 즐기는 스키도 좋지만 해외로 스키를 타러 나갈 기회도 많다. 겨울마다 두세 차례 해외 원정 스키를 다닌다. 프랑스 론알프스 지역의 알프듀에즈나 록키산맥 중심에 있는 캐나다 밴프를 주로 찾는다. 유럽이나 북미는 한 번 원정을 가면 열흘 이상 스키만 탄다. 스키장 뿐 아니라 숙박·음식·교통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를 선호한다. 오직 스키에만 집중한 뒤 편하게 쉴 수 있기 때문이다. ”
“2012년 11월 중국 지린성에 있는 완다리조트를 방문했다. 이 때 약 22㎞ 떨어진 백두산 서파 스키장을 일부러 찾았다. 설상차를 타고 백두산 꼭대기로 올라가 스키를 타고 내려온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스키어가 아니었다면 영하 40도에 달하는 한겨울에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감격적인 체험을 못해봤을 테다.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 스키를 탔나 싶을 정도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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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방문한 중국 지린성 완다리조트 스키장. 멀리 뒤편에 좌우로 뻗은 산이 백두산이다. 산이 높을 뿐 아니라 워낙 넓어서 평평해 보일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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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백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스키장 중 하나로 꼽은 중국 백두산 서파 스키장. 설상차를 타고 백두산 꼭대기까지 간 뒤 스키를 탄다. 뒤쪽에 보이는 꽁꽁 언 호수가 천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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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스키가 힘에 부치진 않는가.
A :
“힘들기는커녕 해마다 실력이 늘고 있는 걸 느낀다. 스키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평생 함께할 스포츠라 생각하기에 계속 배우면서 즐기고 있고,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니 내 실력도 덩달아 느는 것 같다. 한국 스키어 대부분이 마흔이 되기 전에 스키를 접는다. 자연히 중급에서 상급으로 넘어가는 사람도 적다. ‘중급자의 함정’이란 말이 있다. 무엇이든 제대로 배워 중급자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지쳐서 그만두게 된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스키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고 본다. 기본기를 제대로 익히지 않고 스키가 유행할 때 반짝 즐기다가 포기한 사람이 그만큼 많은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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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상급자를 자처하는 사람도 도가니가 망가진다며 모글 스키를 감히 도전하지 못한다. 올해 64세인 박씨는 모글 스키를 즐길 뿐 아니라 강습도 하고 있다. 기본기만 잘 익히면 누구든 도전해볼 만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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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꾸준히 사람들을 가르친다. 사람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실력도 덩달아 느는 걸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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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스키 여행만 다니는 건 아닐텐데.
A :
“평소엔 드라이브 여행을 즐긴다. 올해는 강원도 고성을 세 번 찾았을 정도로 그곳에 매료됐다. 그때마다 관동 8경 중 하나인 청간정을 찾았다. 청간정 자료전시관 학예사와 친분을 갖게 되어 많은 공부를 하게 됐다. 학예사 덕분에 군부대 안에 있어서 민간인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만경대를 본 것도 큰 행운이었다. 고고학을 전공한 아내와 함께 역사유적지나 박물관을 찾아다니는 걸 즐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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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가 올해에만 세 번 방문했다는 강원도 고성 청간정. 관동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 조선 정자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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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여행을 갈 때 꼭 챙겨가는 물건은.
A :
“카메라와 노트북, 블루투스 키보드를 꼭 챙긴다. 노트북은 숙소에 두고 사용하지만 블루투스 키보드는 늘 휴대하면서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거의 실시간으로 사진과 글을 올린다.”
Q : 스키 원정을 가면 짐이 많을텐데.
A :
“스키 장비는 바퀴가 달린 스키 캐리어에 담아 별도로 보낸다. 개인 짐은 꼭 필요한 것만 챙겨간다. 간단한 먹거리처럼 한국으로 되가져오지 않을 것들은 진공 포장해 부피를 최소화한다.”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박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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