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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그 많던 ‘욕지도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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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한국의 ‘고양이 섬’ 욕지도의 기록

한겨레21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고양이. 이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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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고양이 섬이 있었다. 1960~70년대만 해도 분명 우리나라에 고양이 섬이 있었다. 경남 통영에 위치한 욕지도가 그곳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오래전 잡지 <선데이 서울>에 ‘남해에 고양이 나라’라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 고양이 섬, 욕지도에 대한 나름 심층적인 기사다.

“엊그제까지 고양이 한 마리에 300~400원 하던 것이 벌써 5천원에 호가되고 있다. 무인도 70여 개와 유인도 60여 개를 안고 있는 통영군이 섬 지방의 쥐잡이 방안으로 착수한 고양이 사육의 범위가 확대되어 독립된 섬 하나를 고양이 사육단지로 선정, 수출용과 식육용, 애완용으로 구분, 사육하여 해외에까지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10월15일부터 작업을 착수한 욕지도는 벌써 1200마리를 외지로부터 수입, 기르고 있다. 이곳 2200세대의 섬사람들은 한 달 안으로 집집마다 한 마리 이상 고양이 기르기로 자발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략) 이래서 욕지도의 중심 부락인 동항리, 서산리, 두미리 등지 사람들은 대부분 육지로 고양이를 구하러 나가 있고 부락별로 예쁜 고양이, 귀족 고양이 기르기 대항운동을 벌여 시상제도도 마련, 경남도지사의 우승 ‘컵’까지 얻어놓았다고 한다. 가장 값비싼 고양이는 3색 고양이로 현재 시가 6천원까지 올라 있고 전신을 통해 흰 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새까만 고양이는 외항선박이 값을 엄청나게 불러도 재수 있는 동물이라고 사간다는 것.”(<선데이 서울> 1968년 11월10일 제1권 제8호 중)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다시로지마나 아오시마 같은 고양이 섬과는 거리가 먼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고양이가 행복한 고양이 섬이라기보다는 고양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고양이 사육에 대한 이야기다. 기사에는 고양이 판로가 얼마든지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쥐잡이용은 물론이고 일본의 고유 악기인 샤미센 재료(고양이 가죽으로 만든다고)로 수출하거나 일본 상선회사 등에서 원하는 검은 고양이(배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도 있으며, 국내 중국음식점에 식용 고기로 납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후 욕지도로 반입된 고양이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아쉽게도 찾아볼 수 없다. 확실한 것은 현재 욕지도에 당시처럼 고양이가 많이 있진 않다는 점이다. 또 그런 목적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집도 없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세상은 변했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조금이나마 달라지고 있다. 물론 고양이를 함부로 대하거나 학대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다. 몇 해 전 한 방송사의 동물 프로그램에서 욕지도의 한 마을을 ‘고양이 마을’로 소개했다. 내가 그곳을 여행할 때만 해도 고양이가 제법 많았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많은 사람이 찾아오면서 고양이가 사라져가는 마을로 변했다는 얘기를 여러 사람에게서 들었다. ‘고양이 휴게소’로 텔레비전에 소개된 곳에서도 방송 이후 고양이 총기 살해와 독극물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 공중파 방송에 나간 뒤 ‘고양이 천국’이 거꾸로 고양이 학대자들의 표적이 된 셈이다.

이용한 고양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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