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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여행자의 취향] 국제중재 변호사의 출장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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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연 15회 200일 출장 다녀

변호사들 화두가 구김없는 양복 짐싸기

답은 무조건 양복 입고 비행기 타기

법무법인 태평양 김갑유(56·ICC국제중재법원 부원장) 변호사는 기업 간 국제 분쟁을 중재하는 30년 차 베테랑이다. 1년에 15회 이상 출장길에 오르고 200일을 해외에서 보내는 ‘출장 전문’ 변호사이기도 하다. 싱가포르·파리·런던 등을 일터 삼아 부지런히 출장 짐을 꾸리고 비행기에 오르는 김 변호사에게 출장 여행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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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혹은 기업과 국가간 국제분쟁을 중재하는 김갑유 변호사. 1년에 200일을 해외에서 보내는 출장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 평화의 궁 앞에서. [사진 김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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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휴식을 위한 여행과 출장을 위한 여행은 꾸리는 짐부터 다를텐데.

A :

올해만 해도 프랑크푸르트·밀라노·두바이 등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국제 중재 전문 변호사로서 1년에 180~200일을 해외에서 보내기 때문에 늘 어디론가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한다. 출장 여행이 보통의 여행과 가장 큰 차이점은 ‘양복’을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 위해 만만의 준비를 한다. 그런데 양복이란 게 까다롭다. 아무리 잘 챙긴다고 해도 구겨지기 일쑤다. 오죽하면 국제 중재 변호사들 사이에서 ‘어떻게 양복을 구겨지지 않게 짐을 쌀 것인가’가 화두일 정도다. 나의 팁? 간단하다. 양복은 무조건 입고 비행기에 탄다. 양복은 가방에 넣는 것보다 입었을 때 가장 덜 구겨진다. 장거리 비행 시 비즈니스석을 탄다면 타자마자 양복은 벗어놓고 편한 바지로 갈아입는다. 착륙 1시간 전에 알람을 맞춰놓고, 알람이 울리면 다시 양복으로 갈아입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현장으로 달려갈 만한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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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유 변호사의 출장 노하우 중 하나는 양복은 반드시 입고 비행기를 탄다는 것. [사진 김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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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수화물에는 어떤 것을 넣나.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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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가 &#39;만능 옷&#39;이라고 부르는 블레이저 재킷. 정장으로, 스마트캐주얼로 무한 변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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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방에서 절대 빼지 않는 물건이 있다. 셔츠 소매를 여미는 커프스 버튼과 정장 벨트다. 직업 특성상 격식 있게 양복을 갖춰 입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챙겨오지 않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출장 후 집에 돌아와도 이 물건들은 여행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다. 또 챙기는 것이 있다면 머플러와 얇은 패딩 점퍼다. 추운 지방은 물론이고 더운 나라를 갈 때도 빠뜨리지 않는다. 실외는 찌는 듯 더워도 실내가 추운 나라들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옷을 하나 더 챙긴다면 블레이저(blaser) 재킷을 선택한다. 재킷 밑에 정장 바지를 입으면 스마트 캐주얼 느낌을 낼 수 있고, 청바지를 받쳐 입으면 단정한 평상복이 된다. 블레이저 재킷은 변화무쌍한 상황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만능 옷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는 수화물은 반드시 기내에 들고 탄다. 짐을 최소한으로 싸서 체크인하지 않고 기내 수화물에 넣는다. 수화물을 부치면 유실하거나 짐을 늦게 받을 위험성이 있다. 놀러갈 땐 상관없지만 출장 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미팅 자리에서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출장 여행의 고수는 되도록 짐을 가볍게, 기동력 있게 챙긴다.



Q : 매일 같은 양복을 입을 순 없지 않나.

A :

겉옷은 한두 벌만, 와이셔츠는 여러 벌 챙겨간다. 여분의 와이셔츠는 여행 가방 안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구겨질 수밖에 없다. 이때도 팁이 있다. 와이셔츠의 구김을 없애려면 호텔 욕실의 습기를 십분 이용해야 한다. 옷걸이에 와이셔츠를 걸어 샤워 후 욕실에 걸어두면 된다. 이렇게 해도 줄이 없어지지 않으면 일단 셔츠를 입는다. 입은 상태에서 줄이 있는 부위에 드라이기를 쬐면 금세 펴진다. 일일이 다림질을 하는 것보다 빠르다.



Q : 나만의 출장 팁이 또 있다면.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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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는 출장 중 자투리 시간에 그림을 그리며 생각을 정리한다. 직접 스케치한 여행지의 모습. [사진 김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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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적응이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현지 시간대로 움직인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영국 런던 행 비행기는 보통 오후 1시에 출발한다. 현지 시간으로 이른 아침 시간이다. 런던에서 갓 잠에 깬 듯이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보고 아침을 먹는다. 살짝 낮잠을 잔다는 생각으로 1~2시간만 잔다. 그리고 정말 졸릴 때만 눕는다. (웬만한 장거리 비즈니스석은 좌석이 180도 가까이 쫙 펴진다) 비행기든 출장지든 집이든 원래 침대에선 책을 보거나 서류를 읽지 않는다. 침대는 자는 공간이라는 것을 몸에 계속 각인시킨다. 훈련되면, 정말 자야 하는 시간에 침대에 누우면 절로 잠이 온다.

또 밥 먹듯이 출장을 다니게 되면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든지, 생각을 정리한다든지 여유를 갖기 쉽지 않다. 출장 중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의외로 출장 중 붕 뜨는 시간이 많다. 자신만의 생각 정리법을 만들어라. 나는 그림을 그린다. 조그만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며 주변을 그리고 인물을 담는다. 출장 중 그때그때 그림을 그린 스케치북이 벌써 7권이 넘었다. 생각도 정리되고 관찰력도 좋아진다.



Q :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가 있나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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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 좋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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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익숙한 여행지는 싱가포르다. 올해만 7~8차례 방문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 마리나 베이 근방의 도심 정원이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인공 조명에 불이 들어 오는 해질녘 풍경을 좋아한다. 공원에서 가장 큰 조명인 슈퍼 트리 밑에 벌러덩 드런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런던도 자주 방문하는 출장지다. 세인트폴 성당에서 테이트 모던 미술관 방향으로 넘어가는 밀레니엄 브릿지를 반드시 걸어서 건너보길 권한다. 종종 하루 일과를 끝내고 이 다리에서 도심 풍경을 내려다본다. 현대 미술 작품을 모아 둔 테이트 모던은 영국 여행의 필수 여행 코스로 삼는 사람이 많은데 영국의 가장 멋진 갤러리를 꼽으라면 테이트 모던보다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Tate Britain Gallery)를 꼽겠다. 과거 교도소 자리에 들어선 갤러리로 영국 작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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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유 변호사가 런던 갤러리 투어 명소로 추천한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 [사진 김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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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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