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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제주여행 한 해 마무리는 황금빛 노을 차귀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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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효의 이미지 제주(49)]올망졸망 6개 섬 '차귀10경'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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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장군바위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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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간다. 1년 365일 매일같이 해가 뜨고 지지만 유독 연말연시에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에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제주도의 하루는 동쪽 끝 성산에서 태양이 떠오르면서 시작해, 서쪽 끝에 위치한 한경면 고산 앞 차귀도 앞바다로 해가 잠기면서 마무리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자료에는 차귀도와 와도, 죽도 등 3개의 섬이 등록되어 있으나 고산마을에서는 차귀도(대섬)와 누운섬(와도), 지실이섬(죽도) 외에도 상여섬, 생이섬, 썩은섬 등 모두 6개의 섬을 구분해 부르고 있다.

가장 큰 섬인 대섬은 동서의 길이가 1.72km, 남북으로 0.7km로 길쭉한 모양인데, 섬의 동쪽과 서쪽에 봉우리가 있고 중앙부는 평탄한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구내포구 바로 앞 200m 거리에 위치한 와도는 반달 모양으로 동쪽으로는 삼각형 형태의 사구를, 서쪽으로는 만을 이루고 있다. 원래는 화구였는데 침식을 받아 이런 모양으로 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죽도는 타원형으로 30m 정도의 삼각형 봉우리에 현무암층으로 구성된 해식애와 주상절리가 잘 발달해 있다. 거미집을 닮았다고 하여 지실도(蜘室島)라 표기하기도 한다. 이 섬을 남쪽 해안에서 보면 매가 앉아서 먹잇감을 노리는 형국과도 같아서 한라산의 화신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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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내포구와 차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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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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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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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라는 지명은 중국 송나라의 풍수지리가 호종단(胡宗旦) 전설과 관련해 생겨났다. 전하는 이야기는 중국 송나라 임금이 지리서를 보니 제주도에서 인걸들이 쉴 새 없이 나올 것이라 하여 호종단을 보내 명당자리에 해당하는 물혈을 모두 끊으라고 명한다. 이에 호종단이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며 물혈을 끊은 후 돌아가는데 광양당 신(神)이 한 마리의 매로 변한 후 고산 앞바다에서 호종단이 탄 배를 수장시켰다. 결국 호종단이 되돌아가지 못한 곳이라 하여 차귀도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차귀도에는 한라산과 관련한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온다. 차귀도에 있는 장군바위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아주 먼 옛날 한라산에 한 어머니가 500명의 아들을 낳아 함께 살고 있었다. 식구는 많은데 집은 가난하고 때마침 흉년까지 들자 어머니는 끼니 걱정을 하며 자식들에게 먹을 것을 구해오라고 시켰다. 자식들이 양식을 구하러 나간 사이 어머니는 아들들이 돌아와 먹을 죽을 가마솥에 끓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죽을 젓기 위해 솥 위에 올라갔던 어머니는 그만 발을 잘못 디뎌 끓는 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들은 어머니가 잠시 밖에 나간 것으로 여기고 맛있게 죽을 먹기 시작했다. 맨 마지막에 돌아온 막내가 죽을 먹기 위해 솥을 젓다가 이상한 뼈다귀를 발견하고 잘 살펴보니 사람의 뼈였다. 마침내 전후 사정을 파악한 막내 아들이 한없이 울면서 한경면 고산리 앞바다로 달려가 굳어져 바위가 되었으니, 차귀도의 장군바위가 그것이다. 그때서야 형들도 그 사실을 알고 통곡하면서 하나 둘씩 굳어져 바위가 되었는데, 이것이 한라산 영실의 오백장군이다. 때문에 오백장군이라 부르고 있지만 실제로 그 숫자를 세어보면 499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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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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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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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본 차귀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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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는 지질학 측면에서도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차귀도와 수월봉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2km가량 떨어져 있지만 지질학자들은 원래 한 분화구에서 생겨난 같은 오름이라고 말한다. 즉 차귀도 인근 바다 한가운데에 분화구가 위치해 있었다는 것이다. 수월봉과 차귀도를 외륜산으로 하는 환상의 원형분화구를 연상하면 된다.

한편 고산 수월봉에서 바라보는 차귀도의 저녁 노을은 ‘차귀10경’의 하나로, 오색찬란한 금빛이 바다를 수놓은 모습이 장관이다. 고산리 사람들은 수월봉 자체도 신령스럽게 여겼는데, 실제로 ‘고근산(수월봉의 다른 이름)에 신령이 있으니, 경작 또는 장묘를 금한다’는 내용이 새겨진 비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오름 정상에서 기우제와 영산재를 지내기도 했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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