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지중해의 로맨틱 겨울' 발칸반도의 꽃 크로아티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이 아름다운 도시에 막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자그레브·두브로브니크(크로아티아)=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동유럽 그 도시의 연말은 화려했고 또 흥겨웠다. 모두 우루루 몰려나와 즐기는 그 가운데에 슬쩍 낄 수 있었다는 것은 올해 내 마지막 행운이었다. 자그레브 공항에 내려 ‘눈 내리는 대림절 조형물’과 마주치는 순간부터 가슴이 심하게 벅차올랐다.

스포츠서울

유럽에서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인기 높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파는 것은 비슷비슷하다.



그동안 몇 번의 방송 프로그램이 없었대도 이미 크로아티아는 한국인들에게 ‘핫’한 여행지가 됐을 것이다. 고색창연한 성곽이 두르고 있는 중세풍 도시, 아드리아 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옹기종기 모인 붉은 지붕의 멋진 색감 대비.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물가(군밤은 비싸다)와 짜고 맛있는 음식은 한국인의 여행지 선정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스포츠서울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풍경. 옐라치치 광장 앞 야간 조명이 아름답다.



크로아티아는 지중해 가장 깊숙한 아드리아 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스포츠서울

대림절 한가운데의 자그레브는 아름다운 불빛으로 수많은 여행객을 불러모은다.




◇거리거리에 성탄빛, 자그레브
최종 목적지인 자그레브 행 터키항공에 몸을 실었다 내릴 때까지 내가 아는 크로아티아 인이라고는 하이킥 잘 차는 미르코 크로캅(UFC선수) 밖에 아무도 없었다. 알고보니 당연히 이탈리아 출신으로 생각했던 마르코 폴로(1254~1324)부터 에디슨을 능가했다는 발명왕 니콜라 테슬라(1856~1943)가 이곳 출신이었다.

스포츠서울

연말까지 자그레브에는 대림절 축제로 많은 시민들이 몰려나와 로맨틱한 겨울을 즐긴다.



아무튼 자그레브에 도착했을 때 대림절(성탄 전 4주간을 말함) 축제 기간이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는 한마디로 화려한 트리 장식같았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대림절(Advent) 축제를 즐기려 도심으로 몰려나온 수많은 남녀들과 그들에게 공예품과 데운 와인(Kuhano Vino)을 파는 노점 상인들. 그리고 깔깔대며 스케이트를 즐기는 청소년들이 나지막한 자그레브 시가지를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골이 장대한 이 발칸반도의 청년들은 죽죽 뻗은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중세·근대 건물들과도 퍽 어울린다.

스포츠서울

전망대에서 바라본 자그레브 어퍼타운.



자그레브 대림절 크리스마스 마켓(2015~2017년 유럽 크리스마스 여행지 1위)을 도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크리스마스 한달 전 시작해 새해까지 이어진다. 축제가 끝나도 가로등과 건물을 장식한 야경은 그대로 이어진다고 한다.
도시는 거대한 스타벅스라도 된 듯 캐럴이 하루종일 흐른다.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한데 어울려 노점에서 소시지를 사먹고 시원한 맥주와 따뜻한 와인을 마신다.
스포츠서울

자그레브 도심 곳곳에서 펼쳐지는 흥겨운 축제.


스포츠서울

자그레브 도심을 가로지르는 트램. 무척 아름답다.


스포츠서울

자그레브 도심 곳곳에는 대림절 축제를 장식하고 있다.



물건은 대동소이했다. 크로아티아 특유의 붉은 색으로 장식한 공예품이 눈길을 끈다. 고유의 붉은 체크가 그려진 하트 자석과 열쇠고리 등을 판다.
스포츠서울

자그레브 360에서 바라본 야경.



나는 군밤을 샀다. 반 평생 유고슬라비아 국적이었을 그 노인은 주름진 손으로 군밤 열알 정도를 봉투에 주워담고는 40쿠나(약 7600원)나 받아 챙겼다.

스포츠서울

뜻밖에 겨울의 자그레브는 재미있고 흥겹고 즐거운 볼거리가 많다.



도시는 그리 크지않아 몇 바퀴 걸어서 돌다보면 끝이지만, 건물이나 장식에 하나하나 의미를 새겨 들여다 보고 거리 공연을 즐기다 보면 하루는 무척 짧다. 다만 내일도 모레도 계속 머무른다면 일상이 매번 비슷할 뿐이다.

스포츠서울

자그레브 대성당.



어퍼타운과 전망대는 강력 추천할만 하다. 어퍼타운은 로워타운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반 옐라치치 광장을 중심으로 윗쪽으로 오르는 성곽 도시를 말한다. 광장에서 살짝 올라가면 쌍둥이 첨탑이 우뚝한 자그레브 대성당이 있다. 전쟁, 화재, 지진 등으로 무너져 현재의 모습은 복원한 것이다. 지금도 일부 공사 중이다. 어퍼타운으로 오르는 길은 좁은 골목 계단과 푸니쿨리라 불리는 짧은 트램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스포츠서울

크로아티아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연말 여행지로 꼽히는 곳이다. 어퍼타운 오르는 길.



어퍼타운에는 색실로 짠 듯 예쁜 지붕을 얹은 성 마르코 성당이 있다. 골목 멀리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는 길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여럿 있다. 이중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바로 이별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이다. 관계 단절, 즉 이별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작지만 아주 볼거리가 많다. ‘떠난 그(녀)가 남기고 간’ 세계 각국에서 기증한 다양한 전시품엔 눈물겨운 사연이 가득했다. 한글 자료도 제공한다.
스포츠서울

이별박물관의 전시품. 제목은 ‘자살한 어머니의 쪽지’다.



스포츠서울

늘 흥겨운 것만은 아니다. 경건하고 엄숙하게 연말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어퍼타운 오르는 길, 성 마리아 성당에서 기도하는 부부.


스포츠서울

스톤게이트 내에는 항상 촛불을 켜고 봉헌을 드리는 가톨릭 신자들이 있다.



성 마르코 성당은 도시의 상징이다. 삐죽한 탑 하나를 옆에 둔 새하얀 건물인데 벽에는 두개의 문장이 그려졌다. 하나는 크로아티아·달마티아·슬라보니아의 것이며 또 하나는 자그레브의 문장이다. 원래 관문은 스톤게이트. 안에는 성모 초상이 있고 매일 신도들이 찾아와 촛불을 밝힌다. 18세기 대화재에도 성화는 훼손되지 않아 성지가 됐다고 한다. 커다란 넥타이를 내건 가게를 봤는데 알고보니 넥타이는 바로 크로아티아에서 유래한 것이다.
스포츠서울

크로아티아에서 유래한 넥타이. 넥타이 파는 곳이 많다.



프랑스어로 넥타이를 뜻하는 크라바트(Cravate)는 ‘크로아티아 군인’이란 말에서 나왔다.
스포츠서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크리스마스 마켓.



해가 일찍 진다. 어둑해지면 더 좋다. 자그레브 야경이 근사하기 때문이다. 다소 생뚱맞은 현대식 건물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전망대 구실을 하는 자그레브360이다. 12층에 카페가 있고 사방으로 화려한 자그레브의 야경을 둘러 볼 수 있다. 공연을 펼치는 옐라치치 광장과 어퍼타운, 멀리 스케이트장이 있는 중앙역 광장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스포츠서울

자그레브 도심 풍경.



스포츠서울

‘동유럽의 루브르’ 미마라 박물관. 매우 의심스럽긴 하지만 이것저것 볼것은 많다.



스포츠서울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 불리는 두브로브니크로 갔다. 세계적으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미항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중세 도시.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과 높은 성벽, 그리고 붉은 지붕이 푸른 색 아드리아 해를 만나 고운 색채의 조화를 이뤘다. 한때 잘 나가던 도시 국가였다. 뒤로는 높은 산맥(보스니아)이 있고 앞에는 바다, 그리고 중간에는 20~30m에 이르는 철옹성같은 성벽으로 무장하고 외침에 대비했다.

스포츠서울

푸른 아드리아 해에 펼쳐진 빨간색 지붕의 물결.



자그레브에서 육상으로 이곳을 가려면 여권을 꺼내들어야 한다. 칠레처럼 기나긴 해안선을 따라 크로아티아의 영토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잠깐 뚝 끊겼다 다시 이어진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너희도 항구 하나쯤 있어야지”하며 떼준 것이 아니다. 18세기까지 두브로브니크(?)가 있던 라구사 공화국은 오스만 제국의 보호국이었고, 그 윗쪽 달마티아는 베니치아 공화국의 영토였다. 이들 사이의 네움 지역(약 21㎞ 해안선)을 DMZ같은 완충지대로 뒀는데 훗날 유고연방 해체 때도 이렇게 영토가 확정되는 바람에 섬처럼 월경지로 남았다.
스포츠서울

견고한 성곽 안에 집들이 층층 들어서 있다.


스포츠서울

바다를 향해 우뚝 선 로브리예나츠 요새. 굳건한 이미지지만 무척 아름답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성곽의 라인과 로브리예나츠 요새는 애초의 그 용도와는 달리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파란 물 앞에 우뚝 선 망루와 대포 진지, 뒤로 붉은 지붕들이 산쪽으로 층층 이어진다. 구시가지로 들어가기위해선 우선 해자처럼 공중 다리가 놓인 필레문을 지나야 한다. 이때부터 웅장하고도 높은 돌담 사이로 구불구불한 길이 200m 정도 이어지는 것이 꼭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에 등장하는 배경같다. 끝에 과연 무엇이 나올지 궁금한 돌담길이 끝나면 매우 평안하고 멋진 비밀의 도시가 등장한다.
스포츠서울

실제 최근 스타워즈를 촬영했을만큼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두브로브니크의 성곽.



사실 이 견고하고도 근사한 성벽은 1990년 유고 독립전쟁 당시 집중 포화로 무너져 없어질 뻔 했다. 유고 연방군 함대가 도시를 에워싸고 650차례 포격을 가했다. 유네스코 유산이던 이 성벽은 다행히 국제사회의 원조로 복원됐지만 여전히 총흔과 포흔이 선연하다.

스포츠서울

두브로브니크 성곽 안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등장할 듯한 중세유럽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스포츠서울

고풍스러운 유럽의 성곽, 신부님과 무슬림 여성이 함께 이 도시를 즐기고 있다.


스포츠서울

대리석으로 포장된 스트라둔. 비가 와도 운치가 있는 좁은 골목길.


스포츠서울

현대적 상점이 입점한 중세 옛도시 두브로브니크 스트라둔의 조화로운 풍경.



도시를 가로지르는 고풍스런 스트라둔(Stradun)과 플라차에도 역시 번쩍번쩍한 불을 밝히고 축제를 열고 있다. 연간 40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스포츠서울

훌륭한 전망창을 통해 아드리아 해의 푸른 물이 보인다.



작은 성곽 안에 성 블라이세 성당, 성모승천 대성당, 그리스정교회 등이 있어 스카이라인이 멋지다. 바다에서 산쪽으로 이어진 골목도 느낌이 좋다. 전체를 대리석으로 포장한 이 중세도시의 거리는 옛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가운데 다양한 현대식 상점이 입점해 있어 신구의 멋진 조화를 이룬다.

스포츠서울

두브로브니크는 베네치아 식 붉은 지붕으로 유명하다.



스포츠서울

성곽길에 올라 걷는 투어는 다양한 풍경을 선사한다.



이곳에선 성벽과 스르드(Srd) 산 전망대를 올라야한다. 오후 3시까지만 진행하는 성벽투어는 약 2㎞ 길이 성벽을 한 바퀴 걸어서 돌아나오는 코스다.
원래는 도시를 수호하기 위해 만든 길인데 지금은 훌륭한 경관 탐방로가 됐다. 푸른 바다와 요새, 성곽 내 주택과 건물이 번갈아 눈에 들어온다. 바다로 향한 벽에는 대포를 겨누는 포대 구멍도 전망 창 역할을 한다.

스포츠서울

스르드 산으로 오르는 길에선 성곽과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스르드 산 전망대에 오르면 도시 전체와 바다와 수평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바다에서 바로 치솟아 인근 풍경을 조망하기엔 더할 나위없다. 반대편엔 또 다른 느낌의 보스니아 땅의 대평원과 이를 가로지르는 산맥을 바라볼 수 있다. 해질녘엔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바다와 성벽, 대리석 건물의 색이 수시로 변한다. 로쿠룸 섬 역시 낙조의 분홍 기운을 받아 아름답게 빛난다.

스포츠서울

두브로브니크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한국인 부부. 눈부신 풍광만큼이나 아름다운 그들의 인생 2라운드가 이제부터 쭈욱 펼쳐질 듯 하다.



폭풍 전야라 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는 이곳에서 한국인 신혼부부를 만났다. 일을 하러 온 나, 그리고 달콤한 허니문 여행을 떠나온 그 들. 똑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에 덧씌워진 ‘로맨틱 필터’는 아드리아 해의 진주가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듯 보였다.
demory@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