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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첫 메이저 8강 정현 ‘보고 있나’ 세리머니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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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식 기자회견서 “전 삼성증권팀 김일순 감독에게 쓴 것”



한겨레

정현이 22일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4회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3-0으로 누른 뒤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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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호주오픈 테니스에서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1·세계 14위·세르비아)를 3-0으로 누르고 남자단식 8강에 오른 정현은 경기가 끝난 뒤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방송 카메라에 적은 ‘보고 있나’라는 글은 “전 삼성증권팀 김일순 감독에게 쓴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은 “팀이 해체되고 나서 마음고생이 제일 심하셨는데, 언젠간 잘 돼서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애교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하는 기자회견 전문, 출처는 대한테니스협회 공식 누리집이다.

- 오늘 승리가 아시아 테니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 한국테니스를 위한 승리였다. 내일부터 테니스는 한국에서 인기종목이 될 것이다(웃음).

-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호주오픈 6회 우승자를 꺾은 기분은 어떤가

=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은 나의 롤모델이자 우상이었다. 조코비치와 다시 경기하게 되어 영광이었고, 그를 투어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오늘 내 꿈이 이뤄졌다.

- 당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조코비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가. 페더러와 나달보다는 조코비치에 더 가까운 것 같다

= 그렇다. 조코비치와 같은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그의 베이스라인 플레이가 좋을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강하기 때문이다.

- 지난해 넥스트젠 파이널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게 도움이 됐나

= 그 대회를 우승하면서 작년 시즌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그래서 올시즌 시작부터 자신감을 갖고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 2년 전 랭킹이 51위였는데, 현재 58위라는 걸 믿을 수 없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 지금까지 3년 정도를 투어에서 뛰었는데, 매년 부상 때문에 몇 달 동안 쉬어야 했다. 그게 원인인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부상 없이 시즌을 보내고 싶다.

- 조코비치의 경기를 처음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는가

= 그가 2008년 호주오픈에서 우승할 때 처음 봤다. 거의 10년 전이다.

- 조코비치가 당신과 비슷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했는가

= 그가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좋아했다. 조코비치의 경기를 즐겨 본다.

- 닉 키르기오스는 어렸을 때 조 윌프리드 송가의 사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키르기오스는 이번 대회 3회전에서 송가를 3-1로 이겼다). 혹시 조코비치에게 사인을 받은 적이 있는가

= 아직 그런 적은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 작년에는 나달과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차근차근 해보겠다(웃음).

- 한국에서는 테니스 인기가 많지 않다고 했었는데, 오늘 승리가 한국에서는 큰 이슈가 되는가

= 그럴 것이다. 예전보다는 인기가 많아지길 바란다.

- 이형택과 함께 경기해본 적이 있는가

= 그가 현역으로 뛰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4년 전 데이비스컵 당시 플레잉 캡틴이었던 이형택과 한 팀에서 경기를 했다.

- 오늘같이 대단한 승리를 거두고 나서, 다음 경기에도 집중하는 게 어렵진 않나

= 그랜드슬램에서는 매 순간 집중하려고 한다. 큰 경기장에서, 멋진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게 행복하다.

- 8강전 상대인 샌드그렌에 대해 아는 바가 있나

= 그는 정말 좋은 선수다. 나와 마찬가지로 생애 첫 그랜드슬램 8강에 올랐다. 그와 한 번 경기를 해 봐서 서로를 잘 알지만, 8강전에서 상대하기 위해서는 일단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 짐 쿠리어와 온코트 인터뷰를 잘 해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열린 작은 대회에서 당신은 영어를 잘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는가

= 투어생활을 하려면 항상 영어를 해야 한다. 그래서 투어를 뛰는 동안 계속 공부를 한다.

- 안경을 쓰고 경기를 하기 때문에 ‘교수님’ 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마음에 드는가

= 그렇다. 좋은 별명이다.

-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상상해본 적 있나

= 아니다. 단지 매 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 8강전에서 세계랭킹 97위 선수를 상대하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하나

=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는 16강전까지 강한 상대를 이겨왔기 때문이다. 상대의 랭킹에 상관없이 경기에 집중하겠다.

- 경기 도중 조코비치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다는 걸 언제 알았나

= 1세트가 끝나고 그가 메디컬 타임을 불렀을 때 눈치를 챘다. 그 때 힘들어 보였다.

- 오늘 경기 전에 어떤 전략을 준비했는가

= 이번 대회에서는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경기하고 있다. 긴장을 풀고 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세계 1위였던 선수를 상대했기 때문에 매 포인트에 집중해야만 했다.

- 어떤 스포츠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가. 테니스는 어느 정도 인기가 있나

= 야구, 농구, 축구 인기가 높다. 다음 달에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빙상종목에도 관심이 많다. 아마 오늘을 계기로 테니스는 다섯 번째 인기 종목이 될 것 같다.

- (이하 한국 취재진 질문) 우상이었던 조코비치를 이긴 소감은

= 조코비치가 작년에 부상으로 시즌을 끝낸 이후, 아직까지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큰 대회에서 존경하는 선수와 경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는데, 승리를 해서 더 값진 경험이었다.

-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야간경기를 했는데, 부담은 없었는지

= 오히려 야간경기여서 쉴 시간이 많았다. 3회전 때 5세트까지 경기한 뒤에 잘 쉴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높은 위치에 오르려면 어떠한 조건도 다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경기가 끝나고 플레이어 박스를 향해 큰절을 올린 것은 어떤 의미였나

= 도움을 주시는 스폰서, 매니저, 코칭스태프가 그곳에 있었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거기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집에서 막내인데도 불구하고, 막내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평소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가 서투르다. 어떻게 하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까 했는데, 바로 떠올라서 절을 하게 됐다.

- 즉흥적이었나, 아니면 평소에 생각했던 세리머니인가

= 언젠간 멋진 코트에서 승리하게 되면 큰절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겨레

jtbc3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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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뒤 방송카메라 렌즈에 사인을 하면서 ‘보고있나’ 라고 적었는데

= 전 삼성증권팀 김일순 감독과 약속을 했었다(‘보고있나’ 위에는 ‘캡틴’ 이라고 썼다). 당시에 팀이 해체되고 나서 마음고생이 제일 심하셨는데, 언젠간 잘 되서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애교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 오늘 경기를 앞두고 고드윈 코치에게 어떤 주문을 받았나

= 경기 전략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조코비치가 어떤 행동을 보여줘도 내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주문했다. 조코비치가 경기 도중에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에 흔들리지 않았다.

- 경기가 끝나고 조코비치가 악수를 하며 어떤 말을 해줬나

= 믿을 수 없는 경기였고, 다음 경기도 잘 하라고 나에게 말했다.

- 조코비치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정현이 2년 전에 비해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 코트에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내가 프로처럼 행동을 해서 한국테니스 유망주들이 나를 보고 좋은 점만 배우길 원한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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