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는 27일(현지 시각)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전 구성한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의 후원을 받은 비밀 정보원이 2016년 미 대선이 있기 전 알래스카·애리조나·캘리포니아·플로리다·일리노이·텍사스·위스콘신 등 7개 주의 공식 홈페이지에 불법적으로 접근하거나 유권자 등록명부를 열람하는 등 해킹을 시도했다”며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이들 중 일부에 ‘외국 단체가 선거 시스템을 해킹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그 배후가 러시아라는 사실은 숨겼다”고 단독 보도했다.
2016년 11월 8일(현지 시각)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 지역에 마련된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장에 한 유권자가 들어가고 있다. / 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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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7개 주에서 투표 용지가 바뀌거나 누락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NBC는 “러시아 해킹 관련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이 중 6개 주는 자체 조사 결과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답했다”며 “(나머지 한 주는) ‘미국이 향후 러시아 해킹에 무방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안 자라테 전 미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는 이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에 보다 강경한 대응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의 도발에 미국이 매우 온순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데니스 맥도너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광범위한 제재 조치를 취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맥도너 전 비서실장은 “오바마 행정부는 해킹과 관련된 이들을 미국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외교적 조치를 취했고, 동맹국들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과 재무부는 2016년 12월 성명을 내고 러시아 외교관 35명 추방, 미국 내 러시아 시설 2곳 폐쇄, 해킹 관련 기관 5곳 등에 대한 경제 제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제재안 발표와 함께 “이번 해킹은 러시아 고위층이 지시한 것”이라고 직접 말하며 “동맹국들도 러시아의 민주주의 개입 행위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NBC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 아래 있는 미 국토안보부가 오바마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해킹을 시도한 21개 주가 어딘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9월 50개주 선거관리자들에게 해킹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총 21개 주 선거 시스템에 러시아의 해킹 시도가 확인됐으며, 이 중 일부는 성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넷 맨프라 미 국토안보부 부차관 대행은 이달 N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실제로 해킹된 선거 시스템 수는 매우 적다”고 말했지만, 총 몇 개 주의 시스템이 해킹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주와 연방정부간 충분한 정보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리노이주와 애리조나주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6년 8월 해킹당해 온라인 유권자 등록명부가 유출됐던 일이 한 예다.
미셸 레이건 애리조나주 국무장관 측 대변인은 당시 성명을 통해 “미 연방수사국(FBI)은 해커들이 범죄자인지 아니면 러시아 정부에 의해 고용되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FBI가 수사 과정에서 적발된 사이버 범죄에 대해 민간 기업들에 정기적으로 조언을 해준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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