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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클릭 이사건] 영업기밀 훔쳐 경쟁사 이직 손배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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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액 추단할 수 없다" 일부 승소.. 2심 판결후 대법원 계류


지난 2012년 10월 한 남자가 한일시멘트 연구소를 방문했다. 이 연구소의 직원 A씨는 소속 팀장에게 "업무상 필요하다"며 문서보안시스템 해제를 요청했고 미리 가져온 USB에 '대외비'로 표시된 연구소 자료들을 옮겼다. 수상하게 행동하는 A씨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 경쟁사인 S그룹의 자회사인 S사 면접을 본 것.

■영업기밀 빼돌려 경쟁사 이직, 2심서 유죄

7일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유사한 방법으로 이듬해 2월까지 900여개에 달하는 연구실 기밀들을 몰래 빼돌렸다. 그리고 그는 한달 뒤 S사로 회사를 옮긴다.

S사 임원인 B씨는 적군에서 하루 아침에 부하직원이 된 A씨에게 한일시멘트의 '드라이몰탈' 관련 영업정보를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과거 자신이 빼낸 한일시멘트의 드라이몰탈 출하량, 판매단가, 영업이익 등 영업자료를 B씨의 메일로 보냈다. 드라이몰탈은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뒤 물만 부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건축자재다. 한일시멘트는 현재까지 드라이몰탈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반면 당시 후발주자였던 S사는 업무 노하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한일시멘트는 전 직원이 경쟁사로 기밀을 유출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후 A씨와 B씨, S사측을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지난해 7월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일시멘트 "이직 후 경쟁사 급성장"..法 "손해 추단 못해"

한일시멘트는 이와 함께 A씨를 대상으로 "경쟁사에 회사 영업비밀을 넘겨 손해를 입게 됐다"며 5억원을 배상하라고 민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이규홍 부장판사)는 "A씨가 S사로 이직하기 위한 면접을 본 후 집중적으로 회사의 많은 파일을 복사했고 이를 활용한 자료를 S사 임원인 B씨에게 보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반출자료는 한일시멘트의 영업상 주요자산에 해당하고 A씨에게 배임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기밀 반출.전송 행위로 한일시멘트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원고 측의 요구액에 크게 못미치는 3000만원이었다. 한일시멘트가 추정한 손실액은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체 연구개발비 중 반출.전송 자료만의 가치를 특정할 수 없고 S사의 시장진입에 따른 영업손실액 전체를 A씨의 전송행위로 인한 손해액으로 추단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실제 반출자료를 이용해 부당한 수익을 얻었다거나 영업비밀을 누설한 대가를 취득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며 "형사절차에서 반출자료가 모두 압수돼 향후 한일시멘트에 손해가 발생할 위험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일시멘트와 A씨는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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