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ESC] ‘효리네’ 아니어도 좋아! 오늘도 떠나볼까!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ESC] 커버스토리

최근 여행 트렌드 묵는 공간에 주목

게스트하우스가 여전히 인기

여행 같은 일상·일상 같은 여행 장점

‘돈맥경화’ 직장인에게도 가격 안성맞춤


한겨레

서울 서교동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이슈서울게스트하우스’의 식사시간. 강나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찍고 찍는’ 여행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관광지를 ‘찍다시피’ 다니며 사진을 ‘찍어봤자’, 나중에는 그곳이 어디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어디에서건 ‘한 달 살기’가 인기인 것처럼, 여행자들은 이제 얼마나 특별한 관광지를 구경하느냐보다 얼마나 특별한 공간에 머무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 <제이티비시>(JTBC)의 <효리네 민박 2>를 봐도 그렇다. 그곳에 머무는 이들은 단지 제주도를 여행하려고 ‘효리네’를 찾은 것이 아니다. 제주도 풍광을 구경하기보다는 그 집의 호스트(주인), 즉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교감하기를 즐긴다.

한겨레

비단 이효리가 인기 연예인이어서만은 아니다. 그들 부부의 ‘여행 같은 일상’을 동경하는 마음과 ‘일상 같은 여행’을 하고 싶은 욕구가 결합한 결과다. 여행지에서 숙소는 더 이상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효리네’가 그렇듯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그 만남으로 인해 기존의 내가 변화하는 곳이다. 티브이(TV) 밖에서는 게스트하우스가 그렇다. 가정식 민박을 전신으로 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관련 법상 도시민박이나 농어촌민박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효리네’ 못지않은 다양한 매력으로 여행자들을 사로잡는다.

한겨레

<제이티비스>(JTBC)의 <효리네 민박 2> 화면 갈무리.


박지연(39·강사)씨는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에는 없는 생생한 여행 정보를 호스트와 게스트(손님)들한테서 얻을 수 있는 게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이라며 “익숙한 여행지에서는 호텔에 묵기도 하지만, 낯선 곳일수록 ‘안전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라도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다”고 말했다. 이따금 ‘혼여’(혼자여행)를 하는 회사원 이건형(28·남)씨는 “처음 ‘혼여’를 했을 때 생각보다 외로웠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친구와 자연스럽게 동행이 되었다”며 “학연이나 지연, 업무로 얽히는 게 없다 보니 평소 친구들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오히려 그 친구한테는 쉽게 말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호텔이나 모텔에는 없는 심미적 특성과 분위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하기도 한다. 무대미술 전공자로 “공간이 주는 영감”을 중요시하는 지화영(31·여)씨는 “게스트하우스는 인테리어를 보면서 호스트의 취향과 센스를 짐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독창적인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면 그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류호연(40·사업)씨는 “게스트하우스가 안락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면 호텔은 쾌적할지언정 삭막한 느낌”이라며 “비즈니스 출장의 성격상 지금은 호텔 숙박만 하고 있지만, 요즘은 호텔 방 특유의 침구 냄새만 맡아도 쓸쓸한 기분이 든다”는 평을 내놓았다.

두말할 것 없이 게스트하우스의 최고 장점은 가격이다.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 그래, 멋진 선택이다. 언제든 하고 싶다. 하지만 비용이 부담스럽다. 기간이라도 늘릴라치면 돈 몇백 깨지는 건 우습다. 게스트하우스는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고용불안으로 ‘돈맥경화’에 시달리는 직장인이건, 아르바이트로 연명해야 하는 ‘주머니 얇은’ 대학생이건 게스트하우스라면 부담 없이 묵을 수 있다. 저렴하게는 2만원 정도면 하룻밤 숙박이 가능하니, 돈은 없지만 여행은 하고 싶을 때 게스트하우스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또 있을까?

한겨레

클립아트 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학생 고혜진(22)씨는 “예전에는 국내여행을 할 때 찜질방에서 자주 잤는데, 이제는 몇천원 더 내더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다”며 “프랜차이즈 커피 두세잔 값으로 숙박은 물론이고 취사에 빨래까지 할 수 있으니 게스트하우스야말로 ‘가성비’가 뛰어난 선택”이라고 말했다. 주로 단기계약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수입이 불규칙한 편”인 지화영씨도 “싸다는 이유로 여관에서 잔 적도 있지만, ‘여자가 혼자 묵는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보는 걸 느꼈다”며 “게스트하우스는 혼자 가도 그런 게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2018년 소비트렌드로 선정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측면에서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을 말할 수도 있다. 고혜진씨는 “친구들과 공용침실(도미토리)룸을 통째로 빌린 적이 있었는데, 여행이라기보다는 친구 집에서 노는 것 같았다”며 “요리도 같이 해 먹고, 보드게임도 하고, 2층 침대에 누워 밤새 수다를 떨다 보니 일상이 연장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한겨레

실제로 게스트하우스가 하숙집이나 ‘셰어하우스’를 대신해 일상적인 공간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이슈서울게스트하우스’의 호스트 이명애(59)씨에 따르면 “처음에는 여행차 머물렀다가 나중에는 장기투숙객으로 다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베이징에서 온 유학생 왕신(25·여)도 그랬다. 왕신은 “한국으로 여행 왔을 때 ‘이슈서울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르며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대학원 합격통지서를 받자마자 여기가 생각나서 월세방 대신 선택했는데, 아침 식사가 나오는데다 호스트와 이미 안면을 튼 사이라 부모님도 안심하신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 6개월 이상 묵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모두 3명이다.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게스트하우스

원래 외국인을 상대로 주택이나 빈방을 제공하는 도시민박이 취지였으나, 최근에는 국내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이용이 늘고 있는 숙박 형태.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며, 거실과 주방 등을 공유한다. 대부분 ‘도시민박’이나 ‘농어촌민박’으로 신고해 영업 중이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