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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Tech & BIZ] 여행 중 만난 낯선 외국어… 스마트폰을 갖다대면 한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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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이 해외여행 중에 배가 고파 식당을 들어갔는데, 현지어를 몰라 메뉴판을 읽을 수 없다면 인공지능(AI) 빅스비를 이렇게 써보세요."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저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S9 언팩(공개) 행사장. 사회자가 갤럭시S9 카메라로 무대 한쪽에 세워져 있던 대형 메뉴판을 비추자, 잠시 뒤 스페인어로 돼 있던 메뉴판 문자들이 영어로 바뀌기 시작했다. 문자 외에 보이는 다른 배경이나 사물은 그대로였다. 빅스비가 자동으로 글자만 인식해 구글 번역기에 돌린 뒤 원하는 언어의 문자로 바꿔놓은 것이다. 해외여행 중 표지판 안내를 봤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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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갤럭시S9’을 인공지능 빅스비 비전 모드로 설정한 뒤 카메라로 외국어가 적힌 안내판을 비추자 스마트폰 화면에 문자 부분만 한글로 번역돼 보이고 있다.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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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18에서 무선 통역 이어폰 '마스(MARS)'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이 이어폰은 두 사람이 한 쌍을 나눠 낀 뒤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하면 바로 실시간 통역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가령 미국인이 한국인에게 'Have you been to New York?'이라고 물으면 '뉴욕에 가본 적 있나요?'라고 통역돼 들리고, '지난 여름에 가봤어요'라는 대답은 'I went there last summer'로 되돌아가는 식이다. 네이버는 이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앱·카메라·이어폰 등과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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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무선 통역 이어폰‘마스’(MARS). /네이버 제공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진화로 사용자의 귀와 눈에 마치 맞춘 것과 같은 자동 통·번역 서비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폰 통·번역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이 스마트폰 카메라와 이어폰, 인공지능 스피커 등 온갖 기기들과 연동되면서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외국어를 잘 몰라도 소통에 별다른 장애가 없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지난 2007년에 번역기 서비스를 처음 론칭한 미국 구글이다. 103개 언어를 지원하는 구글 번역기는 매일 1400억개의 단어를 번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작년 3월 자사의 번역기 앱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글자를 비추면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워드렌즈' 기능을 선보였으며, 그해 10월 인공지능인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결돼 40개 언어를 통역해주는 이어폰 '픽셀버드'를 미국에서 내놓았다. 전 세계 약 20억명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은 자체 번역 기술 개발로 사용자들이 다른 언어로 된 뉴스피드(대문 글)를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국내에선 카카오가 최근 '카카오 I(아이) 번역' 챗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톡에서 이용 가능한 이 서비스는 국내 번역기 중 최초로 예사말과 존댓말, 구어체와 문어체를 구분해 번역할 수 있다. 이 번역 서비스는 AI 스피커인 '카카오미니'에 적용되며, 카카오 TV 동영상의 외국어 자막이 자동 번역되는 기능도 탑재될 예정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총 14개 언어를 지원하는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를 내놓은 상태다. 웹페이지와 전용 앱 등을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 작년 출시된 네이버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에도 탑재됐다. 이뿐 아니라 네이버는 자사 메신저인 라인의 대화방에 통역 챗봇을 초대하면 챗봇이 외국인과 메신저 대화를 중간에서 바로 통역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문맥을 파악해 통·번역하는 신기술 등장

자동 통·번역 서비스 시장은 특히 지난 2016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신경망 기계번역(NMT) 기술로 급격히 커지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전체 문장 문맥을 파악한 뒤 단어 순서와 의미를 반영해 번역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의 '파파고', 카카오의 '카카오 I 번역'도 NMT를 기반으로 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단어·어절을 구분한 뒤 번역을 원하는 언어의 문법·어순에 맞춰 해석을 나열해주는 '통계 기반 기계번역(SMT)'보다 2~3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령 SMT 기술은 쇠고기 요리인 '육회'를 글자로만 구분해 '여섯 차례'를 뜻하는 'Six times'로 번역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NMT 기술에서는 이런 오류가 거의 없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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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갤럭시S9 발표회 모습.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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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아직 인간 통역사나 번역가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언어 간의 의사소통 어려움은 예전보다 한층 줄어들고 있다"며 "데이터 확보와 학습이 지속된다면 발전 속도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knigh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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