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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박윤정의 원더풀 체코·슬로바키아] 푸른 초원 너머 장엄한 봉우리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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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의 자연 속으로

세계일보

봄의 음악축제에 빠져 있는 체코 프라하를 떠나,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슬로바키아로 향한다. 슬로바키아는 알프스산맥 동쪽 끝인 타트라 산맥을 중심으로 국토 대부분이 해발 750m 이상의 산지로 구성된 나라다. 아름다운 호수와 계곡이 많고 해발 20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도 많다. 대륙성 기후에 속해 있어 기온 차이가 심한 편으로 기후와 자연조건이 우리나라와 대체로 비슷하다.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오랜 역사에서 체코와 함께 해왔다. 두 종족은 833년 연방국가인 모라비아 제국을 세운 이후 강대한 주변국들 사이에서 역사적 부침을 겪었다. 1918년 1차 세계대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을 수립했고, 독일 침공을 겪은 후에는 소련 영향력 아래 연방제 국가로 독립했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을 함께 경험한 두 민족은 민주화를 이룬 이후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평화로운 분리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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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타트라 국립공원은 맑고 높은 하늘과 눈 덮인 청록색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전하는 장엄한 봉우리들이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창밖의 풍경이 너른 초원에서 침엽수림으로 바뀌어 간다. 평원 멀리 수줍게 솟아있던 타트라의 봉우리들이 점점 그 위용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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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체코에 면해 있는 슬로바키아는 북쪽의 폴란드, 남쪽의 헝가리, 동쪽의 우크라이나, 남서쪽의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대면서 지리적으로 동부 유럽 내륙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산지가 많다 보니, 아름답고 독특한 자연유산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프라하에서의 음악축제를 마치고 떠나온 이번 여행에서는 소문으로만 들어온 슬로바키아의 자연을 직접 체험할 예정이다. 3일간의 슬로바키아 여행을 한 후에 다시 오스트리아 빈으로 돌아가 음악회를 감상하는 일정이 준비돼 있다.

프라하를 떠나 체코 제2의 도시 브르노를 거쳐 슬로바키아 국경을 넘은 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트렌친에 도착했다. 오후 한나절을 트렌친 시내에서 머문 후 고즈넉한 트렌친성에 올랐다. 트첸친성은 슬로바키아에서 세 번째로 큰 성으로 11세기부터 왕을 호위하는 중요한 요새로 사용했다. 성곽을 따라 이어진 오르막길을 한참 걸어 올라가자 트렌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광장이 나타난다. 군사적 목적에 걸맞게 층층이 외벽으로 둘러싸인 성은 지금은 얕은 구릉으로 이어진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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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타트라 국립공원 주변 작은 마을에서 만난 무지개. 타트라 산맥은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국경지대에 걸쳐 있다.


트렌친성에서의 오후 햇살을 즐기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늦은 오후 슬로바키아 타트라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타트라 산맥은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국경지대에 걸쳐 있으며 총 면적의 4분의 3은 슬로바키아, 나머지는 폴란드에 속한다. 두 나라에서 모두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최고봉은 게를라호프스키봉(2655m)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지만 전문 산악 가이드를 고용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을 만큼 등산이 어렵다. 대신 롬리키봉(2634m)은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연결돼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장소다. 국립공원 서쪽에 위치한 키리반봉(2494m)은 슬로바키아인들이 적어도 한 번은 정상에 올라간다고 할 만큼 가장 인기 있는 봉우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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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트라 국립공원 숙소 외부 전경. 국립공원은 산책을 즐기며 도시에서 벗어나 휴양을 즐기기 위해 찾은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선사한다.


타트라 국립공원은 맑고 높은 하늘과 눈 덮인 청록색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전하는 장엄한 봉우리들이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빙하 호수, 폭포, 식물도감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고산 식물이 어우러져 있다. 더불어 난쟁이 소나무와 아름다운 에델바이스, 샤무아(알프스 산양), 마모트, 골든 이글, 갈색 곰 같은 희귀 동물이 살고 있는 자연의 보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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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서서히 산림지역으로 접어든다. 창밖의 풍경이 너른 초원에서 침엽수림으로 바뀌어 간다. 평원 멀리 수줍게 솟아있던 봉우리들이 점점 그 위용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온다. 슬로바키아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 이외에도 오랜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와 볼거리가 넘쳐난다고 하니 앞으로의 일정이 기대된다. 유명 관광지처럼 세련되고 정비된 느낌은 없지만,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 더욱 감동적인 여행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도로를 달린다.

타트라 국립공원은 겨울철 스키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봄의 타트라는 협곡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기다. 겨울철에는 1500m 고도에서 숲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스노보더와 스키어들의 활강과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스키 시즌을 마친 5월은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이 보인다. 대부분 관광객이 스키 휴양지에서 떠날 무렵 가벼운 산책을 즐기며 도시에서 벗어나 휴양을 즐기기 위한 또 다른 사람들이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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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숙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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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속도를 늦추고 창문을 여니 신선하고 아직은 차가운 공기가 폐에 가득 찬다.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아직 겨울을 떨쳐내지 못한 듯 눈을 이고 선 봉우리들이 낯선 이방인을 맞아준다. 숲 지대로 들어가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운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깜깜해진다. 저 멀리 오늘의 숙소인 호텔의 불빛이 가까워지면서 마음도 편안해진다. 따스한 페치카를 기대하며 타트라의 숲 속으로 들어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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