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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김기현 측근 수사’ 울산 경찰-한국당 전면전 내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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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The) 친절한 기자들]

자유한국당, 경찰을 “사냥개” “표적수사” 등 연일 압박

경찰쪽 “제보 받고 수사 필요 판단…법원서 영장 발부”

야당·시민사회 “전형적 지역 권력비리…전면수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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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가운데)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울산경찰 정치공작 게이트’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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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경찰 때리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연일 기자회견과 항의방문, 1인시위에 집회까지 하며, 진행 중인 사건 수사를 검찰에 넘기라고 하더니, 이젠 울산경찰청장을 해임하고 검찰더러 경찰 수사 관련자들을 모두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하라고 요구합니다. 경찰을 ‘사냥개’라고 비유하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처지에서는 6·13지방선거가 석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자기당 후보에 대한 경찰수사가 못마땅하긴 하겠지만 취재기자들 사이에 비판 정도가 너무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라 정의당·민중당 등 다른 야당,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지역의 전형적인 권력형 적폐비리”라며 “김 시장 재직 중 인허가 된 30여건의 아파트 공사와 관련해서도 사정당국이 감사와 전면수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경찰이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경찰 수사의 뼈대는 김기현 시장의 박 아무개 비서실장이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에 특정 레미콘 업체가 선정되도록 압력을 행사(직권남용 등)하고, 김 시장 친동생이 지역내 또다른 아파트 건설현장의 인허가 과정에 개입(변호사법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거나 김 시장이 관련됐다는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아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측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대한 김 시장의 정치적 책임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김 시장은 비서실장 사건에 대해선 “시 조례의 통상적 업무처리 지침에 따른 정상적 업무처리”, 동생 사건에 대해선 “시장후보 이전의 동생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문제는 경찰이 지난 16일 김 시장 비서실장 사건과 관련해 울산시청의 시장 비서실과 건축주택과 등 5곳을 압수수색한 날이 김 시장이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확정 발표되던 날이라는 점입니다. 가뜩이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텃밭’인 영남, 특히 부산·울산·경남의 민심 향배가 심상치 않다고 감지해온 한국당인지라 더욱 발끈하고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건설현장에서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검토한 결과,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진행되는 수사”라며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강제수사할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수사의 본질적 내용보다 압수수색 시점을 비롯한 몇가지 지엽적인 문제를 꼬투리잡아 경찰의 수사 자체를 아예 거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등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경찰청을 항의방문했고, 지난 21일엔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등 울산지역 국회의원 4명이 울산경찰청을 항의방문하더니, 22일과 23일엔 중앙당과 울산시당의 잇단 기자회견, 울산경찰청 앞 1인시위와 항의집회가 잇따랐습니다.

한국당은 경찰의 김 시장 측근비리 수사를 김 시장을 겨냥한 ‘여권의 외압에 따른 표적수사’, ‘정치공작 게이트’ 등으로 규정하고,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반발합니다. 홍준표 당 대표의 대선공약이자 당론인 경찰의 수사권 독립 보장도 재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언론까지 이에 가세해 정부·여당과 경찰을 싸잡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에 울산경찰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와 관련해 한국당 쪽이 제기한 몇가지 문젯점을 짚어 독자 여러분들의 정확하고 공정한 판단을 돕기 위해 확인된 사실관계와 경찰 쪽 해명을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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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울산시당은 지난 17일 울산지방경찰청의 울산시청 압수수색이 이뤄진 다음날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현 울산시장과 울산시 관급비리에 대한 전면수사를 촉구했다. 민중당 울산시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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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발표일에 맞춘 압수수색? 한국당은 경찰이 지난 16일 김기현 시장의 울산시장 후보 공천을 발표하던 날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경찰의 고의성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김 시장을 겨냥한 ‘여권의 외압에 따른 표적수사’ ‘정치공작 게이트’ 등의 비난을 쏟아내며, “경찰을 신뢰할 수 없으니 검찰로 사건을 이관하라”고 압박합니다.

18일엔 <울산문화방송>이 시사프로그램 ‘돌직구40’을 통해 ‘시장님의 부동산’ 이라는 제목으로 71억5000만원이 넘는 김 시장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김 시장과 한국당 쪽은 “경찰과 일부 공영방송이 총동원돼 김기현 죽이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방송제작진에 대한 고소와 민사소송 등을 언급하며, 김 시장이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피해자임을 부각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은 “압수수색하던 주 초에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는데, 이후 검찰의 영장 청구를 거쳐 15일 밤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 다음날인 16일 오전 회의를 열고, 오후에 곧바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압수수색은 인멸의 우려가 있는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다. 보안과 신속이 중요하다”고 해명했습니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압수수색 영장은 검찰과 법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경찰로선 언제 발부될지 알 수 없다. 경찰이 일정을 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유력 여당 후보와 결탁? 한국당은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부임 이후 변호사인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예비후보를 두차례 만난 일과 관련해서도 경찰 수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흠집을 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과 송 예비후보의 친분관계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4년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송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것까지 언급하며 황 청장과 송 예비후보 사이의 ‘부적절한 결탁’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지난해 9월과 12월 (송 예비후보를) 인권변호사로서 두차례 만났다. 울산청장 부임(8월) 이후 여야 유력 정치인을 두루 만나 인권경찰, 사법개혁, 울산경찰 현안 등에 대해 입장을 전달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활동의 하나였다. 자유한국당 정갑윤 국회의원(2차례), 이채익 국회의원(2차례), 강길부 국회의원(1차례)도 만났다”고 설명합니다. 당시 송 예비후보는 지방선거 출마선언을 하기 전이었습니다.

■수사경찰관도 비리 연루? 한국당은 “김기현 시장 동생 사건을 맡은 경찰 수사관 중 한 명이 몇년 전 김 시장 비서실장의 형에게 접근해 부정청탁과 협박을 했던 비리경찰”이라고 지적하며 경찰 수사 전반을 흔들려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선 비서실장의 형이 지난 21일 울산경찰청 로비에 나타나 “2015년 3월 수사관 ㄱ씨가 찾아와 시장 동생과 건설업자 간 작성된 30억원짜리 용역계약서를 제시하며 이 일이 업자 쪽에 유리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시장은 물론 동생인 비서실장도 힘들어질테니 동생에게 잘 이야기해서 해결하라고 협박했다”고 폭로한 뒤 수사관 ㄱ씨를 울산지검에 고발했습니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은 “해당 수사관 ㄱ씨가 30억원 용역계약에 관한 내용을 알게 돼 첩보수집을 위한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비서실장 형을 만난 것이지 특정인을 유리하게 하거나 협박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검찰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결과에 따라 조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찰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일체의 시비를 없애는 차원”이라며 22일 ㄱ씨를 수사팀에서 배제했습니다. 경찰은 “다수의 수사관이 참여하는 사건 수사에서 소속 팀원 한 명이 사건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홍준표 관련 공항 관계자 수사도 표적수사? 한국당은 울산 중부경찰서가 21일 울산공항에서 홍준표 대표 일행 3명을 보안검색 없이 항공기에 탑승시킨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등 울산공항 관계자 2명에 대해 수사에 들어가자 이마저도 ‘야권에 대한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들 울산공항 관계자들은 지난 8일 오후 2시45분께 홍 대표 등 한국당 관계자 3명이 울산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보안검색대를 그냥 통과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죠. 이 사건 수사는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이 “항공보안법령에 보안검색 면제대상이 아님에도 공항귀빈실에서 출발장으로 바로 입장시켰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함으로써 이뤄지게 됐습니다.

■수사권 없는 경찰청장이 수사 개입? 이는 김기현 시장이 지난 19일 한국당 울산시당 당직자 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사법경찰관리 직무수행 권한을 가진 경찰관을 명시하고 있는데, 치안감인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사법경찰관리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수사에 관여하거나 지시할 권한이 없다. 황 청장이 소문대로 본건 수사를 직접 챙기고, 지시하고 있다면 직권남용 등 범죄에 해당한다”고 공격했습니다. 김 시장은 또 황 청장의 수사팀 인사발령까지 문제삼으며 “황 청장의 지시를 받는 울산경찰청은 객관적 조사를 한다고 신뢰할 수 없으므로 관련 사건 일체를 울산지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은 “청장은 울산경찰의 업무를 통할하는 최종책임자로서 정상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인사발령 또한 정당한 인사권에 근거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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