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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강릉 문향文香여행 | 강릉이라면, 커피 한 잔과 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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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 나라에 살면서도 늘 바다가 그립다. 어느날 오후 서해 낙조를 보러 인천공항으로 달려가기도 하지만 바다향수병은 망망대해로 탁 트인 동해안이 특효약이다. 서울에서 세 시간 남짓 줄곧 동쪽으로 달려가면 팔을 넓게 벌리고 반겨주는 동해. 울산바위의 웅장함이 한눈에 들어오는 속초, 서핑 인기로 젊은 기운이 넘치는 양양, 대게시장이 붐비는 영덕도 좋지만 태백산맥 넘어 영동, 조선시대에는 관동이라 부르던 그 지역의 중심은 늘 강릉이다.

KTX 경강선 개통으로 더 가까워진 강릉. 예전에는 회 먹으러, 바다 보러 강릉에 가곤 했지만 요즘은 맛있는 커피 마시러, 유서 깊은 관동의 문화를 경험하러 훌쩍 들르곤 한다. 서울에서 일찌감치 출발해 커피향 가득한 보헤미안 영진에서 핸드드립 커피 한잔 마시고, 선교장에 짐을 풀고, 왕벚꽃 흐드러지게 핀 허난설헌 생가와 명주동 일대를 돌아보는 강릉 1박 2일 인문여행 코스를 잡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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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문향여행 1박 2일 추천코스

▷첫째 날 테라로사커피공장→서지초가뜰→선교장→교동 산책→강릉대도호부와 명주동 산책→강경생고기→버드나무브루어리→선교장

▷둘째 날 초당순두부→오죽헌→동양자수박물관→장수촌감자옹심이→안목항→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보헤미안영진

강릉이 커피로 젊은이들의 성지가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은 아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보헤미안의 박이추 선생을 포함해 ‘3박1서(박이추, 박상홍, 고 박원준, 고 서정달)’가 강릉에서 자가 로스팅을 시작하면서 강릉은 커피 마니아들의 명소로 서서히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물이 좋은 곳을 찾던 김용덕 사장이 2002년에 강릉시 구정면에 로스팅 팩토리를 만들면서 시작한 테라로사가 전국구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고, 1980년대부터 커피 자판기가 즐비했던 안목항에 크고 작은 카페들이 하나씩 들어서면서 강릉은 명실공히 커피도시가 되었다. 원도심인 교동과 명주동에도 작지만 개성 있는 카페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핸드드립의 고수 자리를 놓고 커피의 춘추전국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모름지기 강릉이라면 어느 카페를 가도 수준급 이상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강릉커피축제에는 전국의 커피애호가들이 몰려 강릉커피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강릉커피만큼 강릉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은 강릉이 관동 제일의 문화도시로, 고유한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왔다는 점이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 신라 화랑들이 호연지기를 키웠던 찻자리인 한송정,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사저였던 오죽헌, 허난설헌과 허균의 생가, 강릉대도호부관아, 조선 사대부 저택의 전범인 선교장, 선교장전통가구박물관, 평창동계올림픽 포스터 디자인의 아카이브로 활약한 동양자수박물관 등이 강릉의 대표적 문화유산들이다. 그중에서도 조선시대 여류문인으로 유명한 신사임당과 허난설헌 둘 다 강릉이 고향이라 이곳에 생가가 보존되어 있고, 강릉에서만 사용하던 목가구나 한 땀 한 땀 꿰매 만든 수보자기나 색실누비공예작품 등을 모아 놓은 박물관이 있으니 찾아가볼 만하다.

커피와 문화뿐 아니라 강릉 고유의 음식인 초당두부와 감자옹심이 식당도 강릉 여행길에서 빼놓을 순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강릉 시내 식당들은 메뉴판을 바꾸고, 내부시설을 점검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관광지 식당뿐 아니라 시내 골목 식당까지 대청소를 한번 한 느낌. 언론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탄 식당도 좋지만 강릉에 사는 지인들에게 얻어낸 현지인 추천 맛집은 백발백중 맛있다. 블로그 노출도 싫다는 식당까지 몇 집만 추려 보았다.

하나 더, 해풍을 맞고 자란 강릉딸기는 정말 맛있다며 봄에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강릉딸기를 한 바구니 사가지고 가라는 것도 강릉 사는 지인이 귀띔해준 팁이다.

커피

▶보헤미안영진 & 박이추 커피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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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는 ‘보헤미안’이 세 군데 있다. 보헤미안이 시작된 보헤미안영진, 사천의 보헤미안로스터즈 박이추 커피공장, 보헤미안경포가 그곳이다. 예전엔 박이추 선생이 물주전자를 툭, 툭 내려놓으며 직접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해서 굳이 찾아가곤 했던 곳이 보헤미안영진. 여전히 바다가 보이는 전망과 클래식한 인테리어를 뽐내며 오리진을 찾는 이들에겐 인기 있는 장소이다.

사천에는 2014년에 3층 건물의 박이추 커피공장 보헤미안로스터스를 오픈했다. 공간도 넓고, 커피 클래스도 열려서 요즘은 이곳으로도 많이 간다. 이곳에선 로스팅도 하고, 커피 관련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넓은 카페에서 손님도 맞는다. 핸드드립의 전설적 인물에게 직접 배운 바리스타들이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와 토스트한 두툼한 빵에 삶은 달걀이 나오는 모닝세트가 인기 아이템이다.

-Info 보헤미안 영진 주소 강릉시 홍질목길 55-11(주차 가능)

시간 목요일 8:00~17:00, 금~일 8:00~15:00 *월~수요일 휴무

-Info 박이추커피공장 주소 강릉시 사천면 해안로 1107(주차 가능) 시간 9:00~22:00, 주말 8:00~22:00

▶테라로사커피공장 & 테라로사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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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테라로사커피공장은 세계 곳곳에서 수입한 원두를 자루째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로스팅하는 그야말로 ‘공장’이었다. 물이 좋은 곳에서 커피를 만들고 싶었던 김용덕 사장이 찾아낸 곳. 차 두 대가 간신히 지나갈 만한 논둑 길을 한참 달려야 나타나는 이곳에서 마셔본 커피가 맛있더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마시러 물어 물어 찾아왔다. 십수 년 만에 테라로사는 전국 규모의 유명한 커피 브랜드가 되었고, 창고 하나로 시작한 규모는 이제 곧 카페, 레스토랑, 도서관, 뮤지엄, 공연장이 있는 테라로사 빌리지가 될 예정이다.

로스팅을 하는 공장과 별도로 세련되게 새로 지은 카페는 공연장 스타일의 넓은 공간이다. 테라로사의 시그니처인 계단식 좌석이 돋보이는 이곳은, 커피가 좋아 일생을 바쳐 브랜드를 만들고 발전시켜온 이의 성공스토리와 커피에 대한 사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러 커피를 마시며 의지를 다져볼 만한 곳. 사천의 송림 속에 자리한 테라로사포레스트는 바다가 가깝고, 해안도로 옆에 자리해 구정의 커피공장보다 찾아가기가 쉽다.

Info 테라로사커피공장 주소 강릉시 구정면 현천길7(주차 가능) 시간 9:00~21:00

테라로사포레스트 주소 강릉시 사천면 순포안길 6(주차 가능) 시간 10:00~22:00, 주말 9:00~22:00

▶안목해안 산토리니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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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젊은이들의 해방구였던 강릉 안목해안. 이곳은 무작정 바다를 보러 달려온 젊은 청춘들이 해안가 커피 자판기에서 종이컵에 담긴 커피 한 잔씩 뽑아 들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던 장소다. 그렇게 안목해안의 커피 자판기가 소문이 나면서 자판기 주인들은 헤이즐넛 커피, 콩가루가 들어간 커피 등 자판기에 개성을 불어 넣었지만 시대가 바뀌고 그 자리에는 산토리니, 키크러스, 커피커퍼 등 강릉 기반의 개성 있는 카페들과 세계적 카페 체인까지 들어와 커피벨트를 이루었다. 산토리니는 그리스 산토리니의 풍경처럼 흰 벽에 파란 문을 달아 한눈에 보이는 카페다. 3명의 큐그레이더(원두의 맛, 특성 등을 감별하는 원두 감별사)가 아프리카, 중미, 남미 등에서 생산된 원두 중 스페셜티급 이상의 생두만을 로스팅해서 사용한다. 핸드드립바가 따로 있어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Info 주소 강릉시 경강로 2667 시간 9:00~자정 *연중무휴.

▶명주동 봉봉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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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동’, ‘임영관’, ‘대도호부관아’. 실제로 이 이름들이 가리키는 곳은 한 곳이다. 강릉의 옛이름을 살펴보면 신라 경덕왕 때부터 명주(溟州)로 부르다가 고려 충렬왕 때 강릉부(江陵府)가 되었고, 공양왕시대에 강릉 대도호부로 승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묵향 물씬 풍기던 올드타운이 요즘 빠르게 변했다. 젊은 바리스타들이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서 개성을 듬뿍 담은 카페를 만들고 있는 것. 대표적인 곳이 봉봉방앗간이다.

봉봉방앗간은 방앗간과 제면소 자리에 영상 관련 일을 하던 친구들 3~4명이 만든 카페다. 불어로 ‘좋다’는 뜻의 ‘봉(Bon)’과 원래 가게였던 ‘문화방앗간’을 합쳐서 이름을 짓고, 인테리어도 기존의 방앗간 구조를 최대한 살렸다. 2층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미술 전시도 수시로 이루어진다. 핸드드립 커피는 신선한 원두를 막 볶아 내린 듯 진하고 쌉싸름한 커피 향이 좋다.

Info 주소 강릉시 경강로 2024번길 17-1 시간 11:00~21:00, 일요일은 18:00까지 *월요일 휴무

▶교동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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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사거리를 지나서 걷다 보면 고즈넉한 동네에 넓은 마당을 가진 독특한 주택이 눈에 띈다. 미술을 전공한 부부가 작업실 자리를 찾다가 오래된 한옥을 발견해 카페를 차렸다고 한다. 카페 곳곳에 놓인 미술 작품과 핸드메이드 공예품들, 빈티지풍의 생활소품들이 아기자기해서 여성 손님들이 많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오는 젊은이들이 많을 정도로 구석구석이 포토존이다. 핸드드립 커피 맛도 좋고, 직접 담근 레몬차가 아주 맛있다.

Info 주소 강릉시 임영로 223 시간 10:30~21:00 *월요일 휴무

전통문화

▶선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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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스테이가 점점 많아지고는 있지만 강릉 선교장은 하루쯤 꼭 묵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터를 잡아 지은 선교장은 출판사 ‘열화당’ 이기웅 대표의 개인 소유이지만, 국가가 지정한 중요 민속자료로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전범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선교장은 300년이 넘은 고택으로 12대문, 99칸에 연못과 정자까지 있는 국내 최고의 운치를 자랑하는 명품 한옥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을 하면 서별당, 연지당 등의 명품 고택, 열화당 앞 중사랑채, 홍예헌, 초가 등에서 묵을 수 있다. 이부자리도 깨끗하고, 욕실에는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투숙객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했다. 무엇보다 아침 일찍 창문을 열면 뒷마당에서 불어오는 소슬한 바람과 한옥 처마들이 겹쳐져서 만들어내는 전망이 좋다. 관람객이 없는 이른 아침, 연못을 가득 채운 넓은 연잎들에 떠받쳐지듯 떠있는 아름다운 활래정 주변을 산책하는 즐거움은 선교장 숙박의 백미. 오후 9시 이후에는 소음 금지인 문화재 시설이므로 아주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입구에 자리한 카페 리몽은 전통차와 커피를 판매하는데, 한쪽에 열화당 책을 모은 작은 서점이 있다. 전통문화, 예술, 미술 관련 서적 400여 권이 비치되어 이곳을 찾은 누구든 볼 수 있다.

아울러 연곡에 새로 마련한 선교장 전통가구박물관에는 강원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문갑, 반닫이와 서안 등 다양한 전통가구를 비롯해 선교장에서 300여 년 동안 사용해온 식기와 부엌 살림살이들을 전시해 놓았다. 강원도의 사대부가 생활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Info 선교장 주소 강릉시 운정길 63(주차 가능)

시간 9:00~18:00, 동절기에는 17:00까지

관람료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선교장전통가구박물관 주소 강릉시 신왕길 52-32(주차 가능)

시간 9:00~18:00 *연중무휴

관람료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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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허균과 허난설헌 기념공원이 있다. 이맘때면 멀리서도 소나무 숲 속에 연분홍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단아한 한옥이 눈에 띈다. 남매의 생가터와 기념관을 중심으로 기념공원이 조성되어 문화유적을 살피며 송림 산책도 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모자와 함께 강릉의 큰 자부심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의 저자이자, 이상적인 국가를 꿈꾸며 살았던 문장가이며 사상가였던 허균, 빼어난 문장으로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쳤던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 허난설헌. 이 남매는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허균은 허균대로 조선의 정치를 혁신하려는 소신으로 역적으로 몰려 사형당한 개혁가로, 허난설헌은 가부장적인 유교사회에서 재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27세의 젊은 나이에 사라져간 여성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뛰어난 문장과 앞선 사상이 조명을 받고 있다. 생가터에는 왕벚꽃이 구름처럼 풍성하게 피어있고, 꽃 중의 왕인 모란이 큼지막하게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또한 배롱나무, 작약, 창포, 수국 등이 꽃피울 준비에 한창이다. 봄볕 좋은 툇마루에 앉아 <난설헌집>의 시 몇 수 읽으며 감상하는 것도 여행을 뜻 깊게 한다.

Info 주소 강릉시 난설헌로 193번길 1-16(주차 가능) 시간 9:00~18:00 *월요일 휴무

▶동양자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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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공예품 중에 유명한 것이 ‘수보자기’와 ‘색실누비쌈지’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대관령 넘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남편을 위해 강릉 여인이 몸에 지닐 수 있는 주머니를 만들고 그 위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것이 색실누비쌈지의 기원이다. 여느 쌈지와 다른 점은 바느질한 모양이 추상적이고 현대적이어서 공예품으로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전해진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예술포스터 전시회에 당선된 포스터(황수홍, 홍현정 작 ‘겨울 스티치’)에도 색실누비쌈지의 디자인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 공예품들은 시서화에 능했던 신사임당처럼 강릉의 여인들의 미적 수준이 빼어남과 강릉 규방문화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동양자수박물관에는 강릉의 수보자기와 색실누비쌈지를 비롯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자수 작품 3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된 동서양의 자수 작품들을 보면서 만든 이의 정성과 미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Info 주소 강릉시 죽헌길 140-12 시간 9:00~18:00(12월~2월 10:00~17:00) *연중무휴 입장료 일반 5000원, 청소년 4000원

식당

▶옛날초당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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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초당두부는 오래 전부터 유명하다. 조선시대 허균의 집에서 유래를 찾기도 하고 ‘400년 집 초당순두부’란 이름의 식당이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두부를 만들어 먹었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농사를 지을 논밭도 없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어촌도 아닌 이곳에서는 부녀자들이 콩을 사다가 바닷물을 이용해 두부를 만들어 내다 파는 일이 전부였던 것. 그 두부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강릉 초당순두부는 강릉의 특산물이 되었다. 강릉의 바닷물이 두부 만들기에 적당한 염도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 초당두부 음식을 파는 식당이 강릉에만 20여 군데가 넘지만 그중에서 옛날초당순두부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간결한 차림새로 인기있는 곳이다. 이른 아침, 7000원짜리 초당순두부백반을 시켜 하얀 순두부에 양념장 얹어 후루룩 후루룩 퍼먹다 보면 이렇게 영양만점의 아침식사가 또 있을까 싶다.

Info 주소 강릉시 운정길 141(주차 가능) 시간 6:30~22:00

▶장수촌칼국수감자옹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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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심이’는 ‘새알심’의 강원도 사투리다. 보통 찹쌀이나 수수로 새알심을 만들어 떡을 찌거나 팥죽에 넣어 먹는 음식인데, 강원도에선 이걸 옹심이라고 부른다. 재료도 강원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자로 바꿨다. 감자옹심이는 감자를 갈아 물기를 짜서 따로 거른 건더기를, 가라앉은 녹말가루와 섞어 새알처럼 동그랗게 빚은 뒤 끓은 육수에 넣어 끓여 먹는다. 손이 많이 가는 만큼 강원도 사람들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였다.

강릉에 출장을 가면 현지 사람들이 데리고 가는 점심 식당은 늘 옹심이 집이었다. 감자옹심이를 하는 집이 강릉에 십여 군데 있는데, 강릉에 사는 지인이 추천한 곳은 ‘장수촌감자옹심이’다. 임당동에서 20년 가깝게 감자옹심이를 만드는데 좋은 감자를 쓰는지 옹심이 맛이 어느 집보다 쫄깃하고 국물도 시원하다고 추천했다. 고추장 양념의 칼국수에 옹심이가 들어있는 매콤한 장칼옹심이, 통팥을 넣고 빚은 감자송편, 감자의 순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순옹심이. 이렇게 세 가지가 추천 메뉴였는데, 다 맛있었다. 역시 맛집 추천은 현지인 추천이 최고다.

Info 주소 강릉시 임영로 164번길 4(주차 가능) 시간 9:00~20:00

▶서지초가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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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푸짐한 한상을 받고 싶을 때 가면 좋은 식당. 경포대 서쪽이란 뜻의 서지(西池)마을 내 작은 초가를 고쳐서 만든 곳으로 강릉시가 지정한 전통음식 지정농가다. 모내기 하는 날, 일꾼들을 위해 차리는 ‘못밥’과 김매기 끝나고 품앗이로 일한 질꾼들에게 대접한 ‘질상’이 유명하다.

질상을 주문하면 봄에 부화해 자란 영계, 도라지와 인삼, 대추, 감자, 호박, 수제비 등을 넣고 끓인 영계길경탕이 가운데 놓인다. 그리고 곧 포식해, 고등어구이, 메밀전, 가지무침, 두부찜, 잡채, 각종 나물, 고추부각, 도토리묵 등이 차곡차곡 상에 올라온다. ‘포식해’는 제사상에 올렸던 대구포, 명태포, 오징어포 등을 모아 엿기름과 양념에 재운 뒤 찰밥과 고춧가루를 섞어 발효시킨 음식이다. ‘씨종지떡’은 모판에 뿌리고 남은 볍씨를 빻아 쑥, 호박, 밤, 대추, 곶감 등을 넣어 쪄낸 떡이다. 텁텁하고 달큰하며 폭신하니 맛있다. 2009년에 배우 배용준의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 지금까지 못밥을 먹어보러 오는 국내외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Info 주소 강릉시 난골길 76번길 43-9(주차 가능) 시간 11:30~20:30

▶강경생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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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동 안쪽은 주택가처럼 보이는데 골목골목 오래된 식당들이 꽤 있다. 강경생고기 역시 명주동 골목 안에 자리한 곳. 현지인 추천이라 그런지 관광객처럼 보이는 이는 없고 동네 분들이 소주 한 병 곁들여 식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추천 메뉴는 차돌두루치기. 먼저 등심과 차돌백이를 구워서 한 판 먹고 차돌두루치기를 시키면 차돌김치찌개가 아닐까 싶은 비주얼의 음식이 나온다. 끓기 시작하고 국물을 먹어보면 ‘이름이 뭐였더라’라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차돌 특유의 기름기가 국물에 배어 김치에서 나온 개운한 맛에 깊이를 더해준다. 상추쌈과 다양한 밑반찬이 곁들여 나와 푸짐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Info 주소 강릉시 경강로 2024번길 26(주차 가능) 시간 11:00~21:00 *일요일 휴무

▶버드나무브루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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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가면 늘 저녁은 횟집이었다. 횟집에서는 당연히 소주나 맥주를 마셨다. 이 당연함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은 수제맥주집 ‘버드나무브루어리’였다. 서울에서 수제맥주 제조를 배운 청년들은 1920년대부터 터를 잡았던 ‘강릉탁주’ 터에 새로운 스타일의 수제맥주집을 만들었다. 서울이 아닌 강릉이란 지역성을 특장점으로 키우기 위해 맥주 이름을 ‘오죽스타우트’ ‘하슬라IPA’ ‘미노리세션’ ‘즈므블랑’ ‘파인시티 페일에일’ ‘백일홍 레드에일’ 등 강릉의 상징물과 마을 이름 등에서 따왔다.

네 가지 대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버드나무 샘플러에 어울리는 맛을 꼽자면 주전부리 플래터가 있다. 그밖에도 커리치킨텐더, 3가지 딥소스의 감자튀김, 홍제피자 등 안주도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라오는 인기 메뉴다.

Info 주소 강릉시 경강로 1961(공영주차장) 시간 12:00~23:00

[글과 사진 신혜연(콘텐츠 기획자, 헤이컴 대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22호 (18.04.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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