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yes+ 레저] 땅끝 강진은 꽃천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톡톡.. 그대 오는 발소린가 싶더니
툭툭.. 동백꽃이 지네요
‘남도 밥상의 걸작’한정식과 회춘탕 강진여행의 소확행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파이낸셜뉴스

동백꽃은 나뭇가지 끝에서 한번 피고, 꽃봉오리째 떨어진 뒤 땅 위에서 다시 한번 피어난다. 전남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숲에 붉은 동백꽃이 우수수 떨어지면 그제서야 머뭇거리던 봄도 완연해진다. 사진=조용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강진(전남)=조용철 기자】 훈훈한 갯바람이 바다 너머에서 불어오면 동백나무는 겨우내 키운 꽃을 봉오리째 떨어뜨린다. 붉은 동백이 떨어지면서 땅에 서린 냉기가 사라지고 심술을 부리며 머뭇거리던 봄도 그제서야 완연한 모습을 갖춘다.

동백나무숲이 유명한 곳으로는 단연 전북 고창 선운사 동백나무숲과 전남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숲이 꼽힌다. 두 곳 모두 빼어난 풍경을 품었지만 선운사 동백나무숲은 사람과 꽃 사이에 울타리가 있는 반면, 백련사 동백나무숲은 일부 구역을 제외하곤 여행객과 나무와의 경계가 없다. 이맘때면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숲에는 꽃이 지는 소리가 들린다. 수백년을 살아낸 동백들이 주변을 빼곡하게 감싸고 있으니 과장을 조금 보태면 꽃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린다. 유달리 동백꽃의 꿀을 좋아한다는 동박새의 지저귐도 신선하다.

동백꽃은 나뭇가지 끝에서 한번 피고 떨어진 뒤에도 땅 위에서 다시금 피어난다. 동백꽃이 나뭇가지에 피어나면서 푸른 잎에 감춰졌을 때보다 오히려 땅 위 떨어졌을 때 한층 아름답다는 여행객들도 많다. 아마도 나뭇가지와 땅에 이어 여행객들의 가슴 속에서도 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사적비 옆 허물어진 행호토성 너머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백련사 동백나무숲 속은 사시사철 푸르고 두터운 잎으로 인해 훤한 대낮에도 고즈넉한 분위기다. 11월부터 동백꽃이 피어서 3월말 만개하면 고즈넉한 숲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그 꽃이 통째로 떨어져 바닥을 수놓으면 처연하다 못해 울컥 눈물을 쏟을만큼 가슴 저미는 감동을 안겨준다.

전남 강진을 두고 흔히 '남도 답사 1번지'라고 부른다. 또 영원한 푸름을 간직한 '청자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허름한 식당 가운데 어디를 가더라도 맛깔스러운 남도 음식이 반겨주는 고장도 강진이다. 이처럼 강진에는 유서 깊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월출산 남쪽 자락인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 월남사지와 무위사를 잇는 도로변에는 드넓은 차밭이 펼쳐진다. 일반적으로 차밭 하면 흔히 보성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곳 강진다원도 33ha에 이르는 드넓은 차밭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차밭의 푸름을 만난다는 기대를 가지고 차밭을 바라봤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올해는 한겨울 맹추위로 찻잎이 냉해를 입어 아쉽게도 차밭의 푸름을 만날 수 없다.

다산의 정기 머금은 백운동 별서정원

월출산 아래 드넓게 펼쳐진 차밭을 지나 동백림과 비자나무숲으로 이뤄진 오솔길을 따라 '백운동(白雲洞)'이라고 새겨진 바위를 지나면 작은 계곡이 나타난다. 계곡을 건너면 자연과 인공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는 정원과 함께 오랜 세월을 지내온 듯한 낡은 건물이 서 있다. 강진에서조차 그리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정원'이다.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김삿갓 등 옛 선비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즐겨 찾았다는 백운동 별서정원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돌담 하나하나에 오랜 세월이 깃든 듯하다. 햇살 한 줌 들어오지 못해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로 사방에 둘러친 숲도 깊다.

사실 차밭에서 백운동 별서정원을 찾기란 쉽지만은 않다. 속담 그대로 등잔 밑이 어둡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다산 정약용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1812년 강진으로 유배됐던 다산은 제자들과 월출산 산행에 나섰다가 하산하던 차에 백운동 계곡을 지나게 된다. 매화나무와 동백숲으로 빽빽하게 우거진 풍경에 눈길을 뺏긴 다산은 숲 한가운데 지어진 별서(別墅)에서 주인장에게 하룻밤 보내기를 청했다. 그곳이 바로 백운동 별서정원이다. 별서란 밥을 지어먹으며 숙박을 할 수 있는 지금의 별장과 비슷하다. 다산은 자신의 거처인 다산초당으로 돌아온 뒤에도 백운동 별서정원의 멋진 풍경을 잊지 못했다. 하여 제자인 초의에게 '백운동도' 같은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자신의 시를 함께 적어 '백운첩'을 남겼다.

다산은 백운첩에서 백운동의 아름다운 12가지 풍광을 묘사했다. '백운동 12경'이다. 백운동 뒤의 옥판봉부터 별서로 접어드는 길의 동백나무 숲과 오솔길뿐 아니라 100그루의 매화숲 등을 기록했다. 조선시대에는 별서정원을 둘러싼 매화가 장관이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유실되고 두 그루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별서정원은 마치 신선이 살 것만 같은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백운동 별서정원은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이라고도 불린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 강진만의 황금빛 물비늘처럼 영롱한 시를 남긴 김영랑의 흔적과 마주하려면 강진 읍내에 있는 영랑 생가도 잊지 말고 찾을 만하다. 시의 소재가 됐던 모란과 우물, 동백나무, 장독대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파이낸셜뉴스

가우도 망호 출렁다리 앞에서 바라본 일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진에서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 가우도다. '강진만의 여의도'라고 불리는 섬이다. 여의도가 대방동, 마포와 다리로 연결됐듯이 가우도도 도암면과 대구면 방향으로 각기 다른 해상보도교로 이어져 있다. 각각 저두 출렁다리와 망호 출렁다리로 불린다. 차를 이용해서 갈 수는 없고 오로지 걸어서 오가야 한다. 철골 구조라서 흔들리지는 않지만 바다 위를 걷는 기분에 마음이 출렁거린다. 가우도는 강진군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로 거북이를 닮은 섬에 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가우도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생태탐방로 '함께해(海)길'을 걸으면 아름다운 강진만을 조망할 수 있고 중간중간 만들어놓은 영랑나루 쉼터와 김영랑 시인 동상이 여행객을 반긴다. 생태탐방로를 한바퀴 돌아서 가우도를 나갈 수도 있지만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가우도 짚트랙을 이용하면 강진만을 가로지르면서 해안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파이낸셜뉴스

강진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강진만 생태공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라상 같은 한정식… 청춘 돌려주는 회춘탕

전복찜, 광어회, 간장게장, 왕새우구이, 낙지호롱구이, 꼬막찜, 삼합, 소고기육회, 한우떡갈비, 부꾸미, 보리굴비, 간재미초무침, 표고버섯탕수육 등 널따란 교자상에 가짓수를 헤아리기조차도 벅찰 만큼 수많은 음식으로 꽉 들어찬다. 말 그대로 상다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푸짐한 상차림을 마주하고 앉아있으면 구중궁궐의 임금님조차 부럽지 않다. 남도 밥상의 걸작은 단연 한정식(사진)이다. 하지만 강진에서 한정식을 맛본 이들은 다들 그 한상 차림과 함께 속깊은 맛에 혀를 내두른다. 강진 한정식은 말 그대로 진수성찬으로 불릴만하다. 강진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정식 명가들이 수두룩하다. 강진 한정식은 조선 후기 수라간 상궁이 강진 목리로 귀양을 내려온 이후 전래됐다고 전해진다. 목리의 아낙들이 수라간 상궁에게서 궁중음식 만드는 방법을 배우면서 임금님 수라상의 맛이 그대로 전해진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강진 회춘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진에는 한정식 이외에도 회춘탕(回春湯)이 유명하다. 이름부터 관심을 끈다. '먹으면 다시 젊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회춘탕은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한 이 지역이 낳은 또 하나의 대표적 향토음식이다. 강진 마량항에서부터 유래됐다는 회춘탕은 싱싱한 문어와 전복이 많은 철에 닭고기와 함께 많이 끓여 먹었다. 회춘탕의 유래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소금을 넣지 않고 엄나무, 느릅나무, 당귀, 가시오가피, 칡, 헛개나무, 황칠나무 등 20가지 이상의 한약재를 장시간 푹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낸 육수에 문어와 전복, 닭 등을 넣고 또다시 끓여낸다. 영양이 높은 것은 물론 식감도 좋아 인기가 높다. 회춘탕 육수를 먹으면 지쳐있던 몸에 생기가 도는 듯하다. 열량이 적고 나트륨 함량도 적어 쇠한 기력을 회복하거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