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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행자의 취향] 직장도 신혼집도 없는 ‘문제적 부부’의 생존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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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신혼여행, 전재민·김송희씨

세계여행 중 콘텐트 제작자로 변신

여행 경비 아끼려 커피주전자 챙겨

중앙일보

2015년 결혼한 잼쏭부부는 영상 콘텐트를 만들며 지속 가능한 여행을 꿈꾼다. [사진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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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죠?”

결혼 4년차 부부 전재민(29)·김송희(29)씨가 흔히 듣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는 2016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1년 넘게 신혼여행으로 세계를 누볐다.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지난달 26일에는 네팔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다. ‘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2월부터 온라인 중앙일보에 연재된 부부의 신혼여행기는 부러움과 공분(?)을 함께 샀다.

수많은 독자가 두 사람이 타고 난 ‘금수저’일 것이라 짐작했다. 하나 ‘잼쏭부부’는 “집도 직장도 없는 흙수저 부부”라고 항변한다. 지속 가능한 여행법을 깨쳤을 따름이란다. 지난달 하순 여행 짐 꾸리느라 정신없다는 부부를 만나 장기 여행 노하우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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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오지마을 판캄에서 일일 교사가 된 잼쏭부부. 초등학교 학생들 앞에서 전재민씨가 드론 비행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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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여행의 역사를 들려 달라.



A : ─김송희(이하 김) : 2012년 대한산악연맹에서 주최한 중국 북서부 칭하이성(靑海省) 청소년오지탐사대원으로 재민을 만났고 2015년 결혼했다. 재민은 네팔 산악 원정대에 참여한 바 있고, 나는 대학교 재학 중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 둘 다 여행에 빠져 살다 보니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돼있더라. 명문대 졸업장도 없었고, 어학연수도 다녀오지 않았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아등바등 살 바에 좋아하는 여행이나 실컷 하자는 생각에 결혼하자마자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 왔다. 그 후 신혼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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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시장에서 생닭을 사 삼계탕까지 끓여 먹었다. [사진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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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여행 경비는 얼마나 들었나.



A : ─전재민 : 신혼여행으로 1년 여행하면서 둘이 2000만원 정도 썼다. 보통은 세계여행을 다니는데 1인 3000만원 정도 준비한다는데…. 물가가 비싼 유럽 대신 체류비가 적게 드는 태국·미얀마·인도·조지아 등을 여행했다. 한 도시에 최소 1주일 이상 머문 것도 여행 경비를 아끼는 비결이었다. 장기 투숙하면 숙소를 싸게 빌릴 수 있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었다. 커피값도 부담돼 모카포트(에스프레소 주전자)를 꼭 챙겨 다녔다. 그 나라에서 생산된 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Q : 여행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 ─김 :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캠코더로 여행을 기록했다. 여행 영상을 제작하는 데 욕심이 생겨 신혼여행 때는 디지털카메라와 액션캠, 드론을 가져갔다. 여행지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부지런히 올렸다. 돈이 떨어질 만하면 신기하게도 소소한 일거리가 생겼다. 여행사나 아웃도어 업체가 영상물 제작을 의뢰했다. 여행지에서 숙소 사진을 찍어 주고 공짜로 머물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여행 콘텐트 제작자가 됐다.


부부는 “집도 절도 없지만 여행 중에 자신만의 길을 찾았기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인터뷰 ‘감’이 되는지 의아해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특별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행지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하는 한국인을 1000명쯤 만났단다. 당장 떠나고 싶지만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래나 저래나 불안하기 마찬가지라면 좀 더 넓은 세계를 보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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