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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비밀여행단] 봄나들이족 손짓하는 이색화장실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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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지겹다. 봄꽃, 식상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반전 여행지'다. 비밀여행단이 뻔한 봄여행 대신 내놓는 강렬한 봄 핫스폿. 화장실이다. 그러니까, 뒤통수 쾅 치는 반전이 있는 곳. 기네스급 기록의 화장실 투어 되시겠다. 이번 주말엔 연인, 와이프 손잡고 은밀하게 속삭이시라. "우리, 화장실 한번 갈까?"라고. 어감 좀 이상하면 어떤가. 끝내주는데.

경북 군위여행의 하이라이트 - 초대형 대추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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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군이 약 7억원을 들여 만든 화장실. 빨간색 대추는 일반 화장실, 연두색 대추는 장애인 화장실이다. [사진 제공 = 군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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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하고도 군위. 요즘 이곳, 핫하다. 매캐한 미세먼지 덕에 '청정스폿'으로 알려지면서 난리다. 무조건 달려가야 할 곳은 한밤마을. 군위군 부계면에 둥지를 튼 이 마을, 그야말로 백투더퓨처. 시간을 뭉텅 잘라 놓은 듯 나지막한 돌담이 집들을 둘러싸고 있다. 마을 어귀부터 이 돌담은 10리 이어진다. 제주도 아니고 육지에 돌담 10리 길이라니. 그러니 애칭도 '육지 속 제주도'다. 이곳 청정지대는 성안숲. 마을 시작점이다. 아름드리 소나무 140여 그루가 숲을 이룬 이곳, '전국 10대 마을숲'에 선정됐으니 그야말로 미세먼지 제로지대.

봄에 무조건 찍어야 할 곳은 한밤마을에서 10㎞ 떨어진 곳인 화본마을이다. 꽃의 근본이라는 마을 이름까지 꽃덩어린데, 이곳엔 '누리꾼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화본역이 둥지를 틀고 있다. 1938년 보통역 영업 시작 당시 소박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역 건물과 증기기관차용 급수탑이 지금도 남아 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본론. 화장실 투어 타임이다. 군위 명물 화장실은 의흥면 '대추 화장실'이다. 군이 6억9500만원을 들여 지은 대추 모양의 화장실. 대추 주산지라는 사실을 홍보하기 위해 2016년 선보인 '으슬렁 대추정원(면적 9142㎡)' 안이다. 봄꽃만큼이나 강렬한 색상. 빨간색과 연두색의 거대한 건물 두 개가 눈에 박힌다. 영락없이 초대형 대추다. 빨간색 대추는 일반 화장실, 연두색 대추는 장애인 화장실이다.

화장실(150여 ㎡) 안은 한술 더 뜬 '청정'이다. 황토 타일이 전체를 감싸고 있는 데다 오호, 천정 마감재가 편백. 가장 강렬한 피톤치드를 뿜어댄다는 그 원목이다. 대변기가 달린 화장실 문까지 모두 편백. 미세먼지 따윈 발을 붙이지 못할 정갈한 분위기다. 시설은 '호텔방'급이다. 최신형 비데는 기본. 손을 씻는 세면대 역시 백화점이나 호텔 화장실에서나 볼 법한 대리석이다. 일부러 '볼일' 보러 들르는 여행족까지 있다니 말 다했다.

군위 여행 100배 즐기는 Tip=한밤마을 자체가 힐링스테이 명소다. 남천고택, 부림홍씨종택에서 기 제대로 받는 고택 체험이 가능하다. 군위군이 운영하는 장곡자연휴양림은 천연숲이 우거져 하룻밤 스테이에 딱.

남양주 하수종말처리장의 변신 - 그랜드피아노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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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에 있는 가로 18.8m 세로 10.9m 피아노 모양의 화장실.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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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화장실쯤 약과다. 초대형 그랜드피아노가 통째 화장실로 둔갑한 곳도 있다. 경기권 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최고 포인트로 꼽히는 놀라운 곳. 바로 피아노 폭포다. 사실 피아노 폭포는 애칭이다.

정확한 명칭은 남양주 하고도 하수종말처리장. 뭔가 구린 원명보다는 애칭이 그래도 운치가 좀 있다. 그러니깐 이 화장실은 통째 '그랜드피아노'다. 게다가 압권인 크기. 가로 18.8m, 세로 10.9m짜리. 크기로만 보면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골리앗 피아노다. 자, 그렇다면 화장실은 어디에? 맞다. 상상대로다. 그 피아노 속, 그 안이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2층 구조. 올라가는 계단이 건반 모양이다. 더 놀라운 건 건반 계단을 밟으면 통통, 피아노 소리가 난다는 것.

자, 이제 내부를 제대로 들여다보자. 피아노, 아니 화장실 안도 기가 막힌다. 시원한 통유리창. 밖에는 시원스레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봄이면 어김없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이 인공 폭포도 매머드급이다. 64m 높이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폭포수. 이 폭포수가 쇼킹이다.

그게 화장실에서 관광객들이 연신 뿜어냈던 몸의 폐수, 즉 소변들. 이게 폭포로 돌변해 떨어지는 거다. 이쯤 되면 다시 본명을 언급해야 한다. 이곳, 남양주 하수종말처리장이라는 것. 그러니까 깔끔하게 정화를 끝낸, 이 그랜드피아노 화장실 물을 끌어올려 깨끗함의 상징처럼 폭포를 만들어낸 것이다. 피아노 화장실 개장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입소문을 타면서 줄을 서야 볼일을 볼 수 있는 놀라운 광경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2006년 고작 4만명이 찾았는데, 지금은 이 다섯 배인 20만명이 매년 이곳을 투어한다.

봄, 이곳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피아노 폭포 주변 꽃놀이 명소 '봄꽃 로드' 때문이다. 겨우내 멈췄던 인공 폭포 재가동과 함께 아이들이 열광하는 바닥 분수, 연인들 무드 잡기 좋은 '장미 터널'까지 먼지를 털어내면서 산책 코스가 빛을 발한다. 생태공원길을 한 바퀴 에둘러 1537m 등산로와 452m '봄꽃 산책로'도 이어진다. 그러니 볼 것 없다. 연인, 와이프 손잡고 당당히 외치시라. "봄꽃 보러 우리 화장실 가자"고. 다시 말하지만 어감 좀 이상하면 어떤가. 끝내주는 반전이 있는데.

피아노폭포 100배 즐기는 Tip=내비게이션에 '피아노 폭포'만 검색하면 끝. 구석구석 남양주 투어를 원하면 시티투어버스를 예약하면 된다. 피아노 폭포를 포함해 몽골문화촌, 홍유릉, 그린학습원, 국립수목원, 우석헌자연사박물관, 다산유적지, 남양주 역사박물관까지 주변 핫스폿을 다 찍어준다.

화장실 투어 버킷리스트 명소 3

① 경주 '벌칙 주사위'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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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보문동. 우리나라 최초 동물원·식물원이 있던 신라시대 동궁과 월지를 재현한 동궁원이 있다. 이곳 명물은 주령구(酒令具) 모양을 한 화장실. 예산 3억4000만여 원이 들어간 고가 화장실이다.

주령구는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놀이기구. 14면체 모양의 독특한 벌칙 주사위다. 주령구 모양 화장실은 2개다. 크기는 73㎡. 동궁원 안엔 신라 건국신화인 난생설화를 바탕으로 디자인된 '알 화장실'도 있다.

② '꽃보다 휴게소'…덕평휴게소 화장실

실개천과 인공 연못이 한눈에 보이는 18만8790㎡(약 5만7000평)짜리 초대형 정원형 용지. 정중앙에는 아파트 3층 높이 거대한 조각상(패트릭 도허티의 길벗)이 둥지를 틀고 있다. 봄꽃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영동고속도로상의 덕평휴게소. 최고 명물은 화장실. 콘셉트는 맞대결이다. 앞뒤 사람의 오줌발 세기를 측정한 뒤 소변기 위 모니터를 통해 게임 캐릭터끼리 대결하도록 제작돼 있다.

③ 기네스북 오른 변기 건물 해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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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 이목동. 239㎡짜리 초대형 변기 건물이 있다. 놀랍게도 박물관(화장실).

올해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신고한 수원의 명물 해우재다.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화장실 건물. 2007년 준공 당시엔 5만달러에 화장실 건물 1박 상품을 내걸어 화제를 모은 기록의 화장실이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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