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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에서 나와야 할 이유 4가지, 남아야 할 이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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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지, 남을지 기로에선 기업

차이나 리스크로 고통지수 급등

그래도 중국은 포기 못 할 시장

열린 틈새시장, 높은 상호 의존성

AI, 지능형 반도체 등 기회 충분

한발 앞선 변화로 시장 파고들어야

우리 기업들의 중국 내 입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장기 집권 움직임 및 이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고조, 미-중 통상마찰 등 리스크가 높다. 기업들은 차이나 리스크 관리와 중국 내수시장 진출 확대라는 모순적 목표를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해결책은 하나다. 대 중국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협력 방식을 물리적 교류에서 화학적 결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한-중 경제협력의 구조를 따져보자.

떠나야 하나, 버텨야 하나? 중국시장을 바라보는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우선 떠나야 하는 요인을 보자.

중앙일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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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유는 중국제품들의 높은 가성비 때문이다. 우리의 간판 스타인 승용차와 핸드폰마저도 가성비 때문에 중국산 제품에 밀리는 실정이다. 중국 토종 승용차의 대당 문제 발생 건수는 2008년 외자기업 제품의 세배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 만큼 제품 품질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중국계 제품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14년 38.6%에서 2017년 43.9%로 높아진 반면, 한국 승용차의 시장점유율은 9%에서 4.6%로 반 토막 났다. 한때 30%에 달했던 삼성 핸드폰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 말 2%대로 추락한 반면, 중국계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90%를 넘어섰다.

둘째는 우리 부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진출한 완성품 업체들이 시장에서 밀리면서 동반 진출했던 한국계 부품소재, 설비 업체들도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 기업들끼리 공급망을 구성하는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한국기업들이 설 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일부는 이미 베트남 등지로 이전하고 있고, 중국계 업체를 대상으로 납품선을 다변화하고 있으나 홍색공급망에 막혀 여의치가 못한 실정이다.

셋째는 시진핑 등장 이후 심해지고 있는 외자기업에 대한 차별화 정책이다. 한류 억제정책과 배터리에 대한 내수시장 진입제한 정책이 전형적 예라 할 수 있다. 특히 2016년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계 유통업체와 관광업체에 대한 보복은 다른 산업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째는 미·중간 통상마찰 심화로 가공무역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7년 중국의 수출 구조를 소유제별로 보면 외자기업이 43.2%, 사영기업이 44.4%로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형태별로 보면 일반무역이 54.3%, 가공무역이 39.7%이다. 결국 중국 정부는 수출을 줄이기 위해서 외자기업의 가공무역을 억제하고자 하는 유혹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 현지의 한국계와 대만계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에서 나와야 하나?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중국 시장을 더 연구해 기회 요인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규모나 증가율 면에서 중국을 대체할만한 시장이 아직은 없다. 2017년 중국 소비시장 규모는 5조4000억 달러로 인도 GDP의 두 배나 된다. 증가율도 10.2%로 소비가 수출과 투자를 제치고 최대 성장동력으로 성장하였다. 매년 1억 명 이상이 해외로 나가 세계 명품의 60%를 싹쓸이한다. 지난해 벤츠 세계 판매량 240만대 중 60만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둘째, 아직도 한국은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 국가라는 점이다. 기술력이 앞선 일본,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대만을 제치고 5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17.8%를 기록하였고, 이러한 상승세는 금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중 상호간 산업 궁합이 좋다는 이야기다. 중국 내수시장 소비성향이 고급화될수록 한국산 부품소재의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

셋째, 아직 틈새시장이 많다는 점이다. 로봇 분야를 보자. 최근 중국 정부가 스마트제조를 강조하면서 2017년 중국 로봇 판매량은 11만5000대로 세계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 중 57.5%를 수입하였고, 국내 조립도 외자계 기업들이 34.5%를 차지한 반면 순수 중국기업에 의한 국내 제작은 8%에 불과했다.

또한 로봇의 핵심 부품인 감속기, 서보시스템, 제어기 등에서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로봇산업 사례에서 보듯 아직 중국의 부가가치 사슬구조는 빈 곳이 많고, 한국과의 협력 여지도 그만큼 많아 보인다.

궁즉통(窮則通)이란 말이 있다. ‘궁하면 통한다’는 의미인데 사실은 두 단어 ‘궁하면 변하고(窮則變), 변하면 통한다(變則通)’를 축약한 것이다. 한중 경협도 마찬가지다. 중국시장 진출 전략과 양국간 산업협력 틀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우선, 한중간 물리적 협력을 화학적 결합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 부품 소재 기업과 중국 조립기업 간, 한국 최종재 생산기업과 중국 유통기업 간 하나가 되는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중국에 투자하던 패턴을 바꿔 중국자본을 한국에 유치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중국 소비주체는 80년대 출생자에서 90년대 출생자로 이동하고 있으며, 건강·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체 소비의 14%가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막대한 광고, 유통비로 중국 진출 엄두를 못 냈던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저비용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구조가 전자상거래이다. 중국의 유력한 전자상거래업체와 손잡고 만리장성을 넘어볼 만하다.

셋째, 중국에 선보일 새로운 제품군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10대 제품군은 10년째 변화가 없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핸드폰과 자동차 등이다. 이중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제외하고는 수출증가율이 급격한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제품군은 한중 양국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의료산업이 낙후된 가운데 급격한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는 중국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제약산업과 의료산업에서 지름길을 찾을 수도 있다. 지능형 반도체, 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와 수소전지 등은 양국간 협력을 통해 세계시장 석권도 가능하다.

이문형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문형=1987년부터 2018년까지 30년간 산업연구원에서 한중 통상과 중국산업 연구를 담당했다.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율촌에서 한중 기업들에게 자문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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