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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소박한 ‘푸성귀 식단’ 가장 건강한 밥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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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채식요리 연구해온 이도경 씨,

유기농 제철 식재료·천연양념·간단한 조리로 본연의 맛 살리는 요리법 제안


헤럴드경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음식입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인터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동일하게 강조된 말이다. 채식 요리 비법을 듣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갔던 이도경(50) 채식요리 연구가에게 들은 내용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훌륭한 식재료가 있어야 좋은 음식이 나오듯, 남다른 음식 철학은 그가 만드는 채식 요리의 중요한 밑바탕이었다.

채식이라는 단어조차 익숙하지 않던 20여년 전부터 활동을 해온 그는 ‘국내 1호 채식전문 요리사’라는 호칭이 붙을만큼 이 분야에선 전문가로 통한다. 외식만으론 채식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국내 여건상, 채식 음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는 채식인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현재 그가 교수진을 맡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유기농문화센터에서 채식 요리 비법과 음식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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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채식요리 연구가는 “건강과 평화로운 사회, 환경보전, 그리고 아이 성장을 위한 중심은 올바른 채식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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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ㆍ사회ㆍ환경ㆍ아이의 성장을 바꾸는 근본은 ‘음식’ =28살 때부터 채식 요리사 길을 선택한 이도경 씨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통해 요식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현재는 충주에서 음식 강연과 식이요법 상담을 진행하는 ‘인생학당’을 운영 중이다. 미국이나 대만 등의 채식협회에서 초청을 받아 해외 강연도 한다. 지금까지 저서 집필과 강연, 채식뷔페 컨설팅 등의 활동을 통해 채식의 이로움을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가 만드는 요리는 단순하게 고기만 없는 음식이 아니다. 자연에 더 가깝고, 세상을 보다 이롭게 만드는 요리다. “20대에 명상을 시작하면서 음식도 바꾸게 됐어요. 평화를 추구하는 명상 정신과 동일하게 채식을 하게 된거죠. 채식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평화로운 음식이야말로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수 있다는 것이 채식 요리 철학의 핵심이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 문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음식을 잘못 먹으면 성격도 거칠어집니다. 몸에 좋은 호르몬은 대부분 장에서 만들어지는데, 장내 유익균의 먹이인 채소와 과일을 많이 안 먹고 유해균을 만드는 음식을 먹으면 감정장애, 우울증의 발병이 높아지게 되죠. 채식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식단입니다. 또한 고기 섭취는 가축의 메탄가스 방출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죠. 음식 때문에 아토피. 암. 당뇨 등의 질병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알수 있어요. 또한 출산과 아이의 성장에도 음식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내가 임신 때부터 채식을 하면서 채식 식단으로 키워온 딸 아이는 키와 몸무게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의 딸은 채식을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어릴적부터 동물을 먹는 대상이 아니라 친구라고 생각한다.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비폭력 채식 정신을 배운 것이다. 물론 채소도 잘 먹는다.

“임신부가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인스턴트를 많이 먹으면 양수가 안좋아집니다. 선천적인 희귀병이나 아토피 등의 질환에도 영향을 미치죠. 양수의 1급수 맑은 물은 채소와 과일이 만듭니다.”

가장 건강한 식단은 ‘푸성귀 밥상’, 맛있게 먹으려면 =뒤돌아보면 삶의 모든 영역에 연결되어있는 음식, 그래서 ‘음식은 모든 것의 뿌리’이다.

“각종 성인병이 확산되던 70년대 미국에서 ‘맥거번 리포트’라는 보고서가 발표된 적이 있어요. 대규모 연구끝에 결론내려진 가장 건강한 식단에는 장수마을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 식단, 그리고 조선시대의 서민 식단이 제시돼 있습니다. 우리가 ‘푸성귀’라고 부르는 아주 소박한 밥상이 가장 건강하다는 것이죠.”

별거아닌 듯 보이는 밥상에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영양소가 총집합됐다. 콩에 많은 식물성 단백질, 나물과 해초의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김치의 발효균, 참기름ㆍ들깨에 들어간 양질의 지방이 모여있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식이라해도 맛이 없다면 하루이틀 먹다가 그만둔다. 채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버리고 매일 먹고 싶은 음식으로 만들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요인의 첫번째는 식재료입니다. 유기농 식재료를 이용하세요. 건강한 토양에서 양질의 영양소를 흡수한 유기농 사과는 훨씬 맛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 다음은 자연의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양념맛이에요. 현대인은 양념 맛에 취해있지만 식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고급요리입니다. 양념을 사용한다면 천연 양념을 넣으세요. 천일염이나 간수를 오래뺀 소금은 같은 나물을 무쳐도 정제소금과 맛이 다릅니다. 된장ㆍ고추장도 집에서 숙성한 것을 사용해야 찌개 맛이 좋아집니다. 세번째는 간단한 조리입니다. 음식은 손이 많이 갈수록 탁해지므로 최대한 자연 그대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불안해하지 마라’ =식재료의 배합과 양념, 조리법에 따라서도 채식 요리의 맛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뜨거운 성질의 인삼은 차가운 성질의 오이나 배와 배합해 중화하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다. 양념은 야채 색깔이 선명하고 자체가 맛있으면 소금으로만 적게 하는 것이 좋다. 도라지의 경우 된장으로 무치면 맛이 사라진다. 조리법도 채소에 따라 달라진다. 두릅은 살짝 데쳐야 가장 좋으며, 튀기면 향도 없어진다.

이도경 채식요리 연구가는 채식 초보자를 위한 몇가지 조언도 전했다. 첫번째는 ‘불안해하지 마라’다. 가장 완벽한 건강식인 채식 식단을 믿으면서 천천히 익숙해지면 된다.

“불안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극단적으로 채식 요리를 시작하지 마세요. 남편이 고기를 좋아하는 데 엄격하게 음식을 제한하면 상황이 나빠질수 있어요. 자신의 체질이나 상황도 고려하는 것이 좋아요. 또한 고기를 대체할 식품 몇가지를 이용하면 요리가 쉬워집니다. 소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넣은 무국처럼 채식 요리의 70~80%는 두부와 버섯으로 대체해도 됩니다. 생 야채의 맛을 하나씩 느껴보는 것도 좋습니다. 쌈장이나 저염된장에 찍어 생 야채가 가진 고유의 맛과 질감, 향기를 알게 되면 채식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채식 요리에 재미를 갖고, 채식을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단순히 음식만 바꿔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는 ‘의식혁명’을 강조한다. 이도경 채식요리 연구가는 “음식은 의식과 항상 같이 가기 때문에 의식혁명이 필요하다”며 “의식혁명으로 인한 밥상의 변화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육성연 기자/gorge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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