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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KBO는 갈등 조정자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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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목표를 내걸고 출범한 정운찬호 KBO. 새 단장 후 약 4개월, 시즌이 시작된 지는 한 달여가 지났다. 짧다면 짧은 시간. 그러나 KBO리그가 요동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그 사이 스트라이크존 판정, 오심 등 그로인해 파생된 심판과 선수, 팬들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최근에는 커닝페이퍼 논란까지 겹치며 클린베이스볼 표어가 무색해졌다.

이 시점에서 많은 이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과연 새롭게 출범한 정운찬호 KBO가 달라지고 있는 것일까, 또 KBO는 무수히 발생하고 있는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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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 초반 아직 KBO가 수많은 사건 속 확실한 존재감까지는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시즌이 개막한 뒤 벌써 세 차례나 상벌위원회가 소집됐다. 사유는 다양하다. 그중 당장 올 시즌에 발생한 일로 소집된 내용만 살펴보면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욕설, 위험스러운 행동 즉 이른 바 볼 패싱, 상대에게 불쾌감을 준 부적절 행동, 투수보크 인지여부, 사인에 관한 커닝페이퍼 행위로 정리된다. KBO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즉각 상벌위를 개최 엄중경고부터 벌금 등 여러 징계를 내렸다.

개막 후 벌써부터 상벌위의 연속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것으로 갈등이 그다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볼 스트라이크 판정은 여전히 논란거리이고 이는 선수단과 심판진의 갈등을 초래했다. 더 나아가 팬들 역시 불만이 많다. 특정 심판의 판정 내용이 다음 날 하루 종일 검색어를 차지할 정도로 파급력이 강했다. 특히 선수들의 판정에 대해 약간의 이의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퇴장사유가 된다고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황은 일파만파 퍼졌다. 현재 상황은 심판은 심판대로, 선수들은 선수대로, 팬들은 팬들대로 불신이 가득한 상황이다.

이에 즉각적인 징계조치, 선수협과 심판의 만남을 이끄는 등 KBO는 나름대로 역할을 하려하고 있다. 커닝페이퍼 논란도 비교적 강한 징계를 내리며 클린베이스볼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는데 애를 쓰고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 사건이 발생하면 KBO가 이를 따라다니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많은 전문가들은 “KBO의 힘이 약해서 발생하는 어려움”라며 아직까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모두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근본적인 역할 증대에는 더 피나는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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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더 힘이 강해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지 않다. 사진=MK스포츠 DB


KBO가 초월적인 힘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당연히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다만 경기 내 불신, 경기 안팎 클린베이스볼에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징계에 그쳐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볼 스트라이크 판정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경기 내 불신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다. 선수들의 정당하고 절차적인 어필까지 막아서는 안 되고 심판진은 소위 ‘권위적이다’라는 인식을 깨뜨려야 한다. 모두가 납득할 일관적 판정기준 제시도 포함된다. 임시방편이 아닌 이 부분들에 대한 혁신적인 가이드라인이 이뤄진다면 현재와 같은 불신과 불만족은 제도의 틀 안에서 숨 쉴 수 있다.

클린베이스볼은 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 물론 강한 징계는 여러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먼저 일련의 부적절한 행동을 방지해줄 실질적인 캠페인이 선행 돼야한다. 선수들의 자긍심 고취와 프로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 부적절 행위에 대한 감시와 조사를 늘리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정 커미셔너는 취임 일성으로 통합마케팅을 외치는 등 보다 선진적인 시스템 도입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본적인 신뢰부터 얻는 게 순서다. 잦은 상벌위와 불신으로 가득한 리그의 모습은 선진적 마케팅을 가로막는 1차 요인이다. 어려운 상황 속, KBO가 더 먼저, 더 강한 조정자가 될 수 있을까.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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