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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담양 초록 힐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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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금성산성의 첫번째 관문인 보국문 아래로 산과 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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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전남 담양 &35829;금성산성&36085; 풍경


[담양=글·사진 스포츠서울 황철훈기자] 눈이 부시게 푸른 계절이다. 특히 담양의 오월은 더욱 푸르다. 하늘을 가린 대나무 숲에선 푸르름이 가득하고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도열한 길엔 푸른 봄(靑春)의 낭만이 흐른다. 추월산 절경을 담은 짙푸른 담양호, 5월의 신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자연 전망대 ‘금성산성’, 천상의 무릉도원을 지상에 옮겨놓은 듯한 ‘소쇄원’까지 담양은 푸르름이 넘치는 힐링 여행지다. 봄바람이 일렁이는 대숲에선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하늘로 우뚝 솟은 거대한 메타세쿼이아가 만들어 낸 그늘 길엔 정겨움이 묻어난다. 무르익은 5월 봄날 전남 담양으로 힐링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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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 첫번째 관문 보국문(외남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남도 담양의 공중도시 ‘금성산성’
금성산성은 전남 담양과 전북 순창의 경계를 이룬 금성산(603m)에 위치한 산성이다. 축조 시기는 삼한시대 또는 삼국시대라고 전해지나 확실치 않다. 다만 문헌상 최초 기록으로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고려 우왕 6년·1380년) ‘금성(金城)’이라는 기록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13세기 이전에 쌓은 것으로 추측된다. 험준한 능선과 절벽을 따라 둘러친 성벽은 공중도시로 불리는 페루의 마추픽추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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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의 첫번째 관문 보국문(외남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실제 담양에는 읍성이 없었던 터라 이곳은 유사시 피난처 역할을 했다. 성 외곽 둘레만 6486m에 이르는 거대한 성은 군사시설과 관아시설을 비롯해 사찰과, 민가, 우물 등 각종 시설물이 완벽하게 갖춰진 작은 도시였다.
장성 입암산성과 무주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 3대 산성으로 꼽히는 이곳은 수많은 호국영령의 넋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의 거점이었으며 일제강점기 때는 호남 각지의 의병들을 규합한 연합의병 지휘부인 ‘호남창의회맹소’ 본진이 머물고 항거한 곳이다. 성안에 있었던 각종 시설물은 아쉽게도 1894년 동학농민운동 때 모두 소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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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 들머리길. 대나무숲이 펼쳐진 널직한 길이 이어진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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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콘크리트를 부어놓은 듯한 너럭바위 뒤 보국문이 살포시 모습을 드러낸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금성산성은 주차장 초입에서 시작된 임도를 따라 오르면 된다. 대나무 숲길을 따라 제법 널찍하고 완만한 경사길이 이어진다. 숲 그늘이 펼쳐진 길엔 중간중간 쉴 수 있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다. 약 1㎞를 걷다 보면 제법 넓고 평평한 공간이 나타나는데 본격적인 산행은 이제부터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쉬엄쉬엄 올라도 20여 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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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 등산로 갈림길. 어느쪽으로 가도 무방하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나무뿌리가 마치 계단처럼 펼쳐진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중간에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갈림길은 곧 다시 합류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무방하다. 등줄기에 땀이 흐를 때쯤 마치 콘크리트를 부어놓은 듯한 너럭바윗가 눈앞에 턱 하니 나타난다. 고개를 치켜드니 성루와 성곽이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첫 번째 관문인 보국문(외남문)이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견디며 웅장하게 자리한 성벽엔 왠지 모르게 시골 돌담의 정겨움이 묻어난다. 보국문을 지나면 좁고 긴 공간이 나타나고 공간이 이내 다시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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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국문을 지나면 두번째 관문인 충용문이 나타난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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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용문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성곽은 점점 좁아든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성곽을 따라 100여 m를 걸으면 두 번째 관문인 충용문이 나타난다. 성곽으로 이어지는 길은 마치 포위하듯 점점 좁아든다. 아마도 이곳을 섣불리 공격했다간 석방렴에 갇힌 물고기 신세가 되었으리라. 충용문을 지나 왼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성곽길은 노적봉과 철마봉을 지나 성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길로 그림같이 자리한 담양호와 병풍처럼 펼쳐진 무등산과 추월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다만 4~5시간이 다소 긴 여정으로 등산장비와 간식 등 사전준비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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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암 전경. 오른쪽길로 접으들면 바로 약수터가 나온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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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암 약수터. 물맛이 끝내준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긴 산행이 여의치 않다면 성 안쪽 길을 지나 오른쪽 길로 100여 m만 가보자. 동화처럼 자리한 동자암과 약수터를 마주할 수 있다. 수많은 돌탑이 늘어선 길을 지나면 붉은 철쭉길이 이어진 동자암이 나타나고 오른쪽 대나무 숲길로 접어들면 바로 약수터다. 숲 그늘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시원한 약수 한 모금을 들이켜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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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소쇄원


◇지상에 펼친 무릉도원 ‘소쇄원’
소쇄원은 1530년(중종 25년) 양산보(1503∼1557)가 지은 별서원림(別墅園林)으로 강진 백운동정원과 완도 부용동정원과 더불어 호남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별서는 오늘날 별장과 같은 개념이고 원림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집과 전각을 배치한 것으로 인위적인 조경으로 꾸민 정원과는 다른 개념이다.
15세의 나이로 조광조의 문하생이 되었던 양산보는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죽자 충격에 빠진다. 그 후 벼슬과 권력의 무상함을 깨닫고 고향으로 낙향해 소쇄원을 지었다. ‘소쇄(瀟灑)’는 지식인의 이중적인 위선을 풍자한 중국 공덕장(孔德璋)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나오는 말로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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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 입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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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오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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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 입구 하늘로 우뚝 솟은 대숲은 마치 속계와 선계를 나누는 경계인 양 자리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소쇄원 입구에 도착하자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계곡에는 오리 두 마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한편에 오리 우리가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소쇄원을 짓게 된 양산보 선생을 기리기 위함인 듯했다. 사실 양산보가 이곳에 소쇄원을 짓게 된 계기는 오리 덕분이었다. 어린 시절 이곳 계곡에서 자주 놀았던 양산보가 우연히 오리 두 마리가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것을 보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다 이곳을 발견했다. 폭포가 어우러진 수려한 풍광에 감탄한 양산보는 언젠가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계곡길은 다시 짙푸른 대숲길로 이어진다. 하늘로 우뚝 솟은 대숲은 마치 속계와 선계를 나누는 경계인 양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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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 보이는 초정이 봉황 같은 귀한 손님을 맞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대봉대(待鳳臺)’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대숲길을 지나면 소쇄원의 절경이 펼쳐진다. 정면에는 초가지붕을 얹은 정자 대봉대(待鳳臺)가 계곡 건너편엔 광풍각(光風閣)과 그 뒤로 제월당(霽月堂)이 그림같이 자리했다. 초정 대봉대(待鳳臺)는 봉황 같은 귀한 손님을 맞는 곳이란 뜻으로 주위에는 봉황이 유일하게 내려앉는다는 벽오동나무를 심어놓았다. 초정 밑으로는 홈이 파인 통나무가 계곡 물길을 이어 네모난 2개의 연못을 만들고 물고기를 살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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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양단(愛陽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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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위로 쌓은 담장이 눈길을 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초정을 지나면 오른쪽 담벼락에 애양단(愛陽檀)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겨울에도 찬바람이 잘 들지 않고 늦게까지 볕이 드는 따뜻한 공간으로 효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부모님의 머리를 감겨드리고 이도 잡아드리며 효를 실천했다고 한다. 또한 부모님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으로 살균작용에 탁월한 동백나무도 심어놓았다. 애양단과 이어지는 담벼락엔 오곡문(五曲門)이라 쓰여있다. 오곡은 주자가 머물렀던 무이구곡 중 오곡을 뜻하며 천상과 지상의 경계를 의미한다. 계곡으로 이어지는 특이한 담장 모습이 눈길을 끈다. 물길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층층이 쌓아 올린 굄돌 위에 긴 돌다리를 놓고 그 위에 담장을 쌓았다. 조선 정원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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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대뒤 담벼락에 우암 송시열이 쓴 ‘소쇄처사 양공지려(瀟灑處士 梁公之慮)’ 글씨가 선명하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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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이 파인 긴 통나무가 계곡을 물길을 이어 연못의 물고기를 살찌운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외나무다리를 건너면 매화가 심어진 매대와 우암 송시열이 쓴 ‘소쇄처사 양공지려(瀟灑處士 梁公之慮)’ 글씨가 선명하다. ‘소쇄옹 양산보의 조촐한 집’이란 뜻으로 일종의 문패인 셈이다. 오곡문 담장 밑으로 흘러온 계곡물은 암반을 타고 폭포수가 되어 떨어진다. 계곡의 너럭바위는 풍류를 즐기던 곳이었다. 거문고를 타고 시를 읊조리며 장기도 두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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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제월당(霽月堂). 양산보가 거처하던 공간이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소쇄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제월당(霽月堂)은 사랑방과 서재를 겸한 공간으로 양산보가 거처하던 곳이다.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이란 뜻으로 음의 기운을 나타내는 제월당을 가장 양지바른 곳에 지어 음양의 조화를 꾀했다. 제월당 앞에 둘러쳐진 담장과 문은 유난히도 낮다. 낮은 담장은 제월당에서 귀한 손님이 누가 오는지 쉽게 확인하기 위함이요 고개를 숙여야만 지날 수 있는 낮은 문은 겸양지덕의 의미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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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각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소쇄원의 가장 중심에 자리한 건물은 광풍각이다. 한가운데 온돌방을 중심으로 사방이 마루로 트여있는 구조로 팔작지붕을 얹은 모습이 마치 잘 차려입은 선비와도 닮았다. 이곳은 손님을 맞는 사랑방이다. 소쇄원을 찾은 많은 벗과 함께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겼으리라. 광풍각은 특이하게도 아궁이만 있고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 굴뚝을 위로 내지 않고 광풍각 아래 계곡 쪽 축대에 냈기 때문이다. 군불을 때면 연기가 광풍각 아래로 자욱하게 퍼지며 마치 운해에 싸인 선계(仙界)를 펼친 듯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소쇄원은 성리학을 비롯해 노장사상 등 다양한 사상이 곳곳에 배어있다. 다양한 사상을 폭넓게 수용한 양산보의 자유분방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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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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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가볼만한 곳=대나무의 고장인 담양의 대표 여행지로 죽녹원을 빼놓을 수 없다. 약 31만㎡의 드넓은 공간에 다양한 종류의 대나무숲이 펼쳐져 있다.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과 관방제림을 비롯해 담양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옥 전망대를 비롯해 쉴 수 있는 정자와 전시관, 쉼터, 다양한 조형물 등 다양한 생태문화관광 시설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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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366호 ‘관방제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죽녹원 바로 앞, 담양천 제방에 심어진 관방제림도 볼거리다. 관방제림(官防堤林)은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천변에 제방을 쌓고 그 위에 심은 나무숲으로 천연기념물 제366호다. 조선 인조 26년(1648) 담양부사 성이성(成以性)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으며, 철종 5년(1854) 부사 황종림(黃鍾林)이 다시 제방을 중수하고 숲을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제방길을 따라 양옆으로 늘어선 아름드리나무들이 그야말로 장관을 펼친다. 그냥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곳.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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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거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먹거리=죽녹원 한옥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향교 다리를 중심으로 오른쪽 제방길에 국수거리가 있다. 50년 전통의 진우네집국수를 필두로 수많은 국숫집이 관광객을 맞는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인 멸칫국물국수(4000원)와 매콤한 비빔국수(5000원)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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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애꽃 ‘떡갈비’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담양군 봉산면에 자리한 ‘담양애꽃’은 담양의 대표 음식인 떡갈비와 함께 푸짐하고 맛깔스럽게 차려낸 밥상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유자청에 절인 무채에 흑임자 소스를 곁들여낸 ‘흑임자 무채’를 비롯해 단호박 전, 간장게장, 각종 나물무침, 콩으로 만든 ‘콩 불고기’ 등 다양한 반찬을 한상 가득 차려낸다. 보는 것만으로 정갈함이 느껴지는 반찬은 맛은 물론 정성이 느껴진다. 심지어는 쌈장에도 견과류를 갈아 넣어 소금기를 줄이고 담백함과 건강함을 더했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까지 요즘 유행어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바로 ‘소확행(小確幸)’이 따로없다.기본 정식(담양애꽃정식) 1만2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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