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엘 알바레즈 영국항공 한국지사장
영화감독·사진작가 활동…주말엔 지방 여행
자전거 타고 신도시 공사현장 다니며 촬영
전주영화제 수상작 영국항공 기내서 상영
출근 전 등산을 하고, 주말마다 자전거 타고 지방을 다니며, 전주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은 외국인이 있다. 영국항공 한국지사장인 마누엘 알바레즈(46)다. 그는 스페인 북부 산탄데르에서 태어났고, 미국 보스턴대를 졸업했다. 한국에 온 2015년 11월 이전에는 이베리안항공 레바논·알제리 지사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수시로 홍콩, 영국 런던으로 출장을 다닌다. 코즈모폴리턴인 그는 가장 매력적인 나라로 한국을 꼽는다. 단지 지금 한국에 살고 있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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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알바레즈 영국항공 한국지사장은 차가 없다. 대중교통도 좋아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할 때가 많다. 주말이면 이 자전거를 몰고 지방 소도시 다니는 걸 좋아한다. [사진 마누엘 알바레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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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국에서도 여행을 일상처럼 즐긴다고 들었다.
A : “주말마다 지방 여행을 다닌다. 전철이나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낯선 도시를 찾아가는 걸 좋아한다. 부산은 25번 이상 방문했고, 전주도 셀 수 없이 많이 찾았다. 울산·목포·포항 같은 항구도시도 자주 찾는다. KTX를 타고 이런 매력적인 도시를 가뿐하게 찾아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현재 경복궁 인근 한옥에서 사는데 수시로 뒷산(북악산)을 오르고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 오늘(5월 11일)은 출근 전, 김밥을 사서 서울 용마산에 올라 일출 사진을 찍고 왔다.”
Q : 전주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A : “영화감독으로서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어떻게 협력할까 고민하다가 2017년 수상작을 영국항공 기내에서 상영하기로 했다. 전주비빔밥도 기내식으로 제공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 같은 세계적인 스타 감독이 아니라 수준은 높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독립영화를 알리고 싶었다. 덕분에 전주 명예시민이 됐다. 개인적으로 홍상수 감독을 좋아한다. 그는 신의 경지에 이른 천재다. 기존의 영화 문법을 파괴해서다. 스페인의 많은 영화인들이 홍 감독을 존경하고 그를 흉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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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알바레즈는 서울 한강의 다리를 보고 유럽의 성당을 떠올렸다고 한다. [사진 마누엘 알바레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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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국에서는 사진작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안다.
A : “늘 가방에 카메라를 넣어다니며 새로운 걸 볼 때마다 촬영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건축사진을 찍어 해외 건축·디자인 잡지에 기고한다. 처음 한국에 온 주말, 자전거로 한강을 달리는데 다리 아래쪽 모습이 신기했다. 마치 유럽의 성당처럼 느껴져 27개 다리를 모두 촬영했다. 최근에는 신도시 아파트 신축 현장을 담는 데 천착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안산, 평택, 천안, 대전을 자전거 타고 다니며 공사현장을 촬영했다. 서울 뿐 아니라 농촌지역에서도 고층빌딩이 올라가는 모습이 아주 기이하게 보인다. 오는 7월 중 전주에서 사진전 'Boxification'을 열 예정이다.”
“대부분 혼자 여행한다. 그래야 여행 중 진짜 자신과 마주할 수 있고, 새로운 문화를 능동적으로 배울 수 있다. 조금 귀찮더라도 스타벅스가 아닌 그 지역의 음식점이나 재래시장을 찾아간다. 출장을 가더라도 자는 시간을 아껴 일출을 본다. 어느 도시든 스펙터클한 면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많이 걷는다. 서울에 처음 온 주말, 여의도에서 올림픽공원까지 걸은 뒤 이 도시에 매료됐다. 지난 겨울, 영하 15도로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사무실(서울 서소문동)에서 청계천을 따라 잠실 롯데타워까지 5시간을 걸으며 재미난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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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알바레즈 영국항공 한국지사장은 한국인도 잘 찾지 않는 지방 구석구석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걸 즐긴다. 부산은 25번 이상 여행했고, 경기도 시흥 오이도를 10번 이상 다녀왔다고 한다. [사진 영국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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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A : “늘 의아하게 생각한다. 한국인은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약한 것 같다. 한국은 스페인처럼 전통과 기술이 균형을 이룬 흔치 않은 나라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음식과 근사한 자연도 갖고 있다. 단 도시와 지방의 격차가 큰 것은 문제인 것 같다. 농촌을 여행할 때면 젊은 사람 보기가 힘들다. 소중한 전통이 점점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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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알바레즈는 자전거를 타고 지방 소도시를 다니며 사진작업을 한다. 뻔한 관광지가 아니라 아파트 공사장을 찾아다니며 도시의 이면을 포착한다. [사진 마누엘 알바레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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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여행 짐은 어떻게 꾸리나.
A :
“한국 지방을 여행할 때는 맨프로토(이탈리아 카메라 액세서리 브랜드) 배낭에 카메라와 렌즈 3개, 노트북, 그리고 최소한의 옷가지만 챙겨다닌다. 매일 밤 그날 찍은 사진과 영상을 편집한다. 해외출장을 다닐 때는 비즈니스 캐주얼 외에도 사진작업을 위해 편한 아웃도어 복장을 꼭 챙겨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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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알바레즈가 포착한 부산 풍경. 초고층빌딩과 컨테이너박스 실은 트럭, 바다에 떠다니는 요트가 한 앵글에 담겼다. [사진 마누엘 알바레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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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사진 마누엘 알바레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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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아파트와 옥수수밭, 트렉터가 어우러진 서울의 기묘한 풍경. [사진 마누엘 알바레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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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출장이 많고 취미활동에도 열심이니 늘 피곤할 것 같다.
A :
“매달 한두 번은 해외출장을 다닌다. 늘 시차 적응에 애를 먹는다. 항상 몽롱한 상태로 사는 것 같은데 이게 도리어 창의적인 생각을 돕는 것 같다. 시차 때문에 잠을 설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번뜩이는 영화 아이템이 떠오르기도 한다.”
Q : 영국항공 지사장으로서, 올 여름 추천 여행지는?
A :
“서울이 한국의 전부가 아니듯 영국에도 매력적인 소도시가 많다. 개인적으로 스코틀랜드를 좋아한다. 기품이 느껴지는 도시 에든버러와 예술적인 매력이 넘치는 글래스고를 추천한다. 런던을 경유하면, 스페인 이비자와 카나리 섬, 그리스 미코노스·산토리니·코르푸 같은 지중해 섬으로도 쉽게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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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알바레즈 영국항공 한국지사장은 그리스 섬을 올 여름 추천여행지로 꼽았다. 사진은 그리스 산토리니.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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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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