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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화제의 법조인]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남북관계 지속성 위해선 '法 제도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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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 거치지 않아 법적효력 없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성공적 재개 위해서라도 보험제도 정비 등 필요


파이낸셜뉴스

차갑게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판문점에서 불어온 훈풍에 녹고 있는 국면이다. 절대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북미 정상간의 만남 역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어렵게 찾아온 평화의 불씨에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언제 엎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이유는 왜일까?

법무법인 지평에서 북한팀장을 맡고 있는 임성택 변호사(54·사법연수원 27기·사진)는 손바닥 뒤집듯 하는 남북관계가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체결한 10·4 남북공동선언은 당시 국회 비준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10·4 선언이 사실상 부정된만큼 이번에도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못하면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통령 권한인 비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합의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위한 절차다. 비준 후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해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해 정권에 따라 합의가 무력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임 변호사는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관계가 흔들릴 때 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집단은 정부 지원을 약속받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로, 제도화가 돼 있지 않아 애꿎은 기업들만 피해를 입고 피해를 회복할 장치도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핵심인 개성공단을 성공적으로 재개하기 위해서라도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업에 대한 불안정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하루 아침에 문닫는 일이 없어야 하고 보험제도 등 정비를 통해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중요성에 대해서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북한의 목적이 실현되려면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개혁개방을 실시해야 한다"며 "과거 중국이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개방하다가 점차 전국화된 것 처럼 개성공단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개성공단에 남한 기업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기업 등 다국적 기업이 함께 입주하는 '국제화'를 꾀한다면 정치적 불안에 따른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고 지속가능성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 및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 북미관계가 주춤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엇박자가 없는 데다 국제적 지지도 얻고 있다"며 "북미수교가 되고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면 북한도 중국과 베트남처럼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평 북한팀은 대전환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북한 개혁개방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진행 중인 과제로 '북한투자법 안내'라는 책자를 준비 중이다.

임 변호사는 "외국자본은 북한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잘 몰라 관련 정보를 담은 책자를 영어·일본어·러시아어 등으로 출간할 예정"이라며 "또 해외경험을 토대로 북한 투자에 관한 로드맵은 물론, 법과 제도를 포함한 북한진출 컨설팅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지평은 현재 중국·베트남·러시아·미얀마·이란 등 9개국에 진출해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들 국가는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를 받아들였거나 경제제재 조치 경험이 있는 등 북한이 참조할 만한 사례를 지녔다.

임 변호사는 "지평은 체제 전환국가에 대한 투자업무 경험이 풍부하다"며 "북한과 관련해서 보면 우리만의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20년 전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평양에 변호사 사무소를 내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야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법으로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통일에 기여하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고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기쁘다"고 전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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