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지간으로 알려진 고든 램지(왼쪽)와 기 사부아 셰프. / 랍스타를 들고 있는 미국 스타 셰프 기 피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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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만큼 여행에 잘 들어맞는 표현이 또 있을까. 여행기자를 업으로 전 세계를 다니지만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접할 때마다 점점 작아진다. 5월 둘째주 난생 처음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그랬다. '라스베이거스=카지노'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이 도시를 이해하려 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붉어진다. 몰라봐서 미안하다. '카지노 도시'로 알고 있었던 라스베이거스는 사실 '미식의 도시'였다.
한 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4000만명. 이 중 약 30%만이 카지노를 하러 오고 나머지 70%는 다양한 경험을 즐기러 온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미식이다. 셰프들의 슈퍼스타 고든 램지, 셰프들의 요리 스승 기 사부아를 필두로 떴다 하면 완판돼버리는 전 세계 슈퍼스타 셰프들이 라스베이거스에 일찌감치 입성해 수준급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까 라스베이거스에는 전 세계 맛집들이 모두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맞는다.
'미식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행사가 매년 5월에 열리는 '베이거스 언코크드(Vegas Uncork'd)'다. 라스베이거스에 레스토랑을 갖고 있는 유명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여 손님을 맞이하는 행사로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중 가장 규모도 크고 반응도 좋다. 올해는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다. 행사에 참가한 미식업계 인사들은 셰프 44명을 포함해 모두 59명이었고 나흘 동안 진행된 이벤트는 모두 29개였다. 각종 행사들은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는 시저스팰리스, 코스모폴리탄, 크롬웰, MGM리조트, 베네시안 등 5개 호텔과 야외 공간에서 펼쳐졌다.
직접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베이거스 언코크드를 경험하고 왔다. 삼고초려 끝에 고든 램지를 만나고, 기 사부아 셰프의 주방에 들어가 그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안티초크&블랙 트러플 수프를 대접받았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끝없이 펼쳐졌다. 베이거스 언코크드는 10일 오후 2시 '세이버 오프' 행사로 막을 올렸다. MGM 호텔 근처 파크에 셰프들이 모여 샴페인을 터뜨리는 상징적인 행사였다. 많은 취재진과 사람들 앞에 선 쟁쟁한 셰프들의 얼굴도 약간 상기돼 보였다.
한입 크기로 만들어진 앙증맞은 디저트. /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BLT스테이크의 셰프가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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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거스 언코크드의 백미는 11일 저녁에 펼쳐진 '그랜드 테이스팅'. 입장료 260달러를 내면 스타 셰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고 그들의 요리와 각종 술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시저스팰리스 호텔의 야외 수영장에 셰프들마다 부스를 차려 각자의 시그니처 요리를 내놓았다. 각종 양주와 수제 맥주, 테킬라와 와이너리 등 주류업체도 부스를 차려 말 그대로 푸짐한 상차림이 완성됐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것은 부스를 지키고 있는 마스터 셰프들. 세계 정상급 셰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이곳은 '요리 신들의 정원'이었다.
단연 인기를 끈 것은 고든 램지였다. 그는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만 5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5개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헬스키친'. 올해 1월 그랜드오픈한 '헬스키친'은 그가 출연한 TV 프로그램 헬스키친을 콘셉트로 만든 레스토랑으로 실제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셰프들이 주방을 책임진다. 고든 램지는 행사장에 차려진 자신의 레스토랑 부스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요리를 점검했다. 그가 나타났다 하면 팬들이 줄을 늘어서서 사진을 찍어댔다. 기자도 3번 시도해 가까스로 사진 촬영에 성공. 기 사부아 셰프는 "파리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는 아시아 사람들 중 한국인이 가장 많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12일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잘나가는 여성 셰프 지아다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 '지아다'는 뷰와 채광이 특히 좋았다. 벨라지오 호텔의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 지아다 레스토랑은 통유리창으로 돼 있어 벨라지오 분수쇼를 즐기기에 좋다. 이날 브런치의 가격은 315달러. 거의 35만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는데도 만석을 이뤘다. 브런치가 끝나고는 곧장 MGM리조트에 위치한 파크로 향했다. 하루 전 펼쳐진 그랜드 테이스팅 행사의 피크닉 버전이라고나 할까. 좀 더 캐주얼한 복장으로 소풍을 즐기듯 부스를 돌며 음식을 맛봤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베이거스 언코크드의 메인 이벤트 `그랜드 테이스팅`이 열린 시저스팰리스 호텔 야외수영장 모습. 내로라하는 스타 셰프들, 갖가지 요리와 술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요리 신들의 정원`이었다. [사진 제공 =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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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에는 오픈 1주년을 맞은 '치카'에 들렀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로레나 가르시아 셰프는 음식도 사람도 매력적이었다. 라틴 계열의 여성 셰프가 라스베이거스 메인 스트립에 레스토랑을 연 것은 그가 최초다. 편도 거리 6㎞에 달하는 라스베이거스 메인 스트립에는 약 4000개 레스토랑이 있는데 여성 셰프의 식당은 다섯손가락에 꼽힐 정도란다. 가르시아는 "내가 잘해야 후배들에게도 길이 열린다"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베네수엘라 전통요리가 가미된 음식을 대접했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사용하고 옥수수로 반죽해 만든 '아레파스'가 입에 잘 맞았다. 베이거스 언코크드에서 만난 장조르주 봉게리히텐은 "내가 라스베이거스에 처음 입성했던 20년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며 "지금 라스베이거스의 중심에는 다채로운 미식이 있다"고 단 한마디로 라스베이거스를 정의했다. 그러하다.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는 세계적인 셰프에게도,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자에게도 분명 매력적인 미식의 도시다.
▶▶ 베이거스 언코크드 120% 즐기는 꿀팁
라스베이거스 최대 요리 및 와인 축제로 매년 5월 열린다. 미국 요리 전문지 보나페티(BonAppetit)와 라스베이거스관광청이 공동 주최하며 올해로 12회째 개최됐다. 매년 50명 이상의 정상급 셰프와 식음업계 종사자가 참여해 30개 이상의 미식 이벤트를 연다. 칵테일 클래스, 셰프와의 대화, 갈라 디너 등 각 세션별로 티켓을 따로 구입해 참여할 수 있다. 공식 웹사이트, 자세한 정보는 라스베이거스관광청 한국사무소
※취재협조=라스베이거스관광청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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