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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돌파구 없는 꼴찌 NC…그리고 흔들리는 `김경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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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지난 2011년 창단한 프로야구 NC다이노스는 짧은 기간에 강팀 반열에 올라섰다. 1군에 진입한 2013년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2013시즌에도 신생팀답지 않은 7위로 마쳤다.

특히 2016시즌은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불과 창단 5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NC의 거침없는 질주는 야구광으로 유명한 김택진(엔씨소프트 대표) 구단주의 애정 어린 지원과 선진 시스템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NC가 강팀으로 자리잡은 가장 큰 힘으로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창단 직후 NC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고, NC의 진격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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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 김경문 감독. 사진=MK스포츠 DB


그러나 2018시즌 NC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 중이다. 28일 현재 19승34패로 10개 구단 중 유일한 승률 3할(0.358) 팀이다. 예사롭지 않은 추락이다. 1군 첫해인 2013년 기록한 구단 최다연패(9연패)을 올 시즌에도 한 차례 기록했다. 물론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첫 11경기에서 8승3패로 선두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42경기에서 11승31패를 기록 중이다. 모든 지표는 꼴찌로 떨어져있다. 팀타율이 0.246, 팀 평균자책점은 5.58이다. 투타에서 모두 최하위다.

성적이 좋지 않으니, 이런 저런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새로 출범한 황순현 대표 체제 아래에서 승부조작 당시 선수단 관리 소홀 문제 등으로 전출됐던 배석현 전 단장이 주요 요직을 맡아 돌아왔다. 2016년 7월 발생한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에서 선발의 한 축이었던 이태양이 이름을 올려 영구 제명된 바 있다. 여기에 NC 소속 시절 승부조작을 한 것으로 확인 돼 1심에서 유죄를 받은 롯데 투수 이성민 건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복귀 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하다. 지난 4월에는 구단 전력분석원 2명이 야구장에서 다툼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KBO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김경문 리더십도 생채기가 나고 있다. 현역 최다승 감독인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2004~2011) 시절부터 ‘포스트시즌 스페셜리스트’로 불린 지도자다. 두산 시절 6차례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그 중 3차례는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2008년에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견인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가을야구 가이드 역할은 N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은 전형적인 용장(勇將) 스타일이다. “나만 믿고 따라와”라는 식으로 팀 전체를 이끈다. 손시헌(38)과 같은 베테랑들도 김경문 감독을 보면 90도로 고개를 숙이고 “안녕하십니까! 감독님!”을 외친다. 삼성 시절 류중일 감독과 친근한 관계를 형성했던 박석민(33)도 김 감독 앞에서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김경문 감독의 카리스마를 엿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물론 김 감독이 선수들을 몰아세우지만은 않는다. 선수들을 보듬을 때는 덕장(德將)의 풍모도 있다.

하지만 ‘이제 올 게 왔다’는 시선이다. 김경문 리더십에 대한 피로도다. 단적으로 꾸준한 성적에 가려진 김경문 야구의 단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불펜투수의 혹사라는 지적이다. 두산 사령탑 시절에도 김경문 감독은 고창성, 임태훈, 이용찬, 이재우 등 핵심 불펜을 과도하게 혹사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2011년 두산의 팀 성적이 하락했고, 선수 개인 문제가 벌어지면서 김경문 감독이 중도 사퇴했다.

불펜투수들의 과부하는 NC도 마찬가지다. NC 필승조 원종현, 김진성, 임창민 등은 최근 3년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 출전과 이닝을 소화했다. 결국 임창민은 수술대에 올랐고, 원종현도 초반 부진하다가 2군을 다녀와서 제 기량대로 던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김진성이다.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1~2군을 오가는 신세로 전락했다. 특히 1군에 복귀했던 지난 20일 수원 kt전 2이닝 11실점을 기록하는 최악의 난조를 보였다. 이에 벌투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2년 전 한화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과 송창식의 벌투 논란과 흡사해 더 이슈가 됐다. 이에 대해 김경문 감독이 벌투 논란에 대해 “자기 선수를 벌주는 감독이 어딨냐. 다만 김진성의 단조로운 투구패턴은 변해야 한다”며 일축했지만 분위기는 어색했다. kt전 이후 김진성이 곧바로 말소돼 고양으로 돌아간 것도 김 감독의 어떤 숨겨진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주전포수 김태군의 경찰청 입대 후 확실한 안방마님의 부재와 기량이 떨어지는 외국인 투수 로건 베렛까지 선수단 전력이 예년 같지 않다는 문제가 있지만, 투타에서 팀스탯이 동반 하락됐다는 것은 단순히 선수들의 기량 저하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전문가는 “용장 스타일의 리더십은 단기간에 팀을 강하게 만들 수 있지만, 선수들의 피로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도 그랬지만, 선수들이 숨도 못 쉬는 상황이 되면 제 실력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장과 프런트 안팎으로 흘러나오는 잡음에, 흔들리는 김경문 감독 리더십까지, 최하위로 처진 NC의 행보는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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