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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행] 바위가 된 선녀 셋...닿기 힘들어 더 끌리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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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여행지 '울릉도'

경북 포항서 217km나 떨어져 있어

도동항에서 '행남해안산책로'따라 걷거나

일주도로 따라 드라이브 즐기며 절경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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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동쪽 먼 심해선 밖의/한점 섬 울릉도로 갈꺼나/금수로 굽이쳐 내리던/장백의 멧부리 방울 뛰어/애달픈 국토의 막내/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청마 유치환의 ‘울릉도’처럼 울릉도는 먼바다에 솟아있다. 삼척 원덕에서 137㎞, 경북 포항에서 217㎞ 떨어져 있는 아득한 섬이다. 가는 길도 멀고 험하다. 뱃길로만 서너 시간이다. 변덕도 심해 길도 쉬이 내어주질 않는다. 동해의 거친 물살이 외지인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아서다. 그래서일까. 울릉도는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여행지다. 하지만 찾아가지 않을 수 없는 섬도 울릉도다. 에메랄드빛 물빛과 해안 절경, 그리고 서남해안의 섬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어서다. 미지의 섬, 울릉도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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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바다와 숲을 느끼다

포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도동항에 입도했다.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공간이다. 숙박시설이며 식당 등 대부분의 편의시설이 여기에 모여 있다. 이 선착장 뒤로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해안산책로가 있다. 바로 ‘행남해안산책로’다. 울릉도의 수많은 볼거리 중 단연 백미로 꼽 길이다. 선착장을 들머리로 촛대바위가 있는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약 2.6km의 산책로다. 1시간 30분이면 왕복할 수 있다. 자연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교량 사이로 펼쳐지는 울릉도 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마자 펼쳐지는 동해의 물결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다. 예고도 없이 펼쳐지는 절벽과 동굴을 지나며 샛푸른 물빛을 보노라면, 마치 섬과 바다 사이에 흐르는 한 점 바람처럼 몸과 마음이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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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는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도 휘돌아 가는 길이다. 자연동굴을 지나 쉼터와 낚시터, 그리고 약수터를 만나는 동안 아치형의 다리와 계단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갈매기가 날고 해안 식물들이 고개를 든다.

그림처럼 펼쳐진 절경에 취해 있는 동안, 어느새 몽돌해수욕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각양각색의 둥그스름한 돌의 세상이다. 지나는 사람마다 바위에 하나씩 돌을 올려놓았다. 저마다의 기원을 얹은 돌탑. 누군가는 소망을 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근심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돌탑의 뒷모습이 아슬아슬하지만 그 어떤 바람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길을 떠나 바다에 이르고 숲에 이르고 강에 이르며 돌아와 다시 떠날 채비를 하는지도 모른다.

해안산책로가 끝 오른편에는 행남등대(도동등대)로 가는 길이 나온다. 등대에 오르면 저동항이 보이고 행남해안산책로와 이어져 저동 촛대바위까지 가는 또 다른 해안산책로가 해안을 따라 펼쳐진다. 여기서 계속 걷고자 하면 저동 내수전망대에서 북쪽 해안의 석포마을까지 가는 옛길이 있다. 울창한 살림으로 덮여 있는 울릉도의 또 다른 묘미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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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의 백미 ’울릉도 일주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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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섬 여행의 묘미는 울릉도 일주도로 드라이브다. 정확한 의미에서 아직 일주도로가 아니다. 내수전에서 석포(섬목)까지 약 4.7km에 달하는 구간의 차량운행이 불가능해서다. 도동항을 출발점으로 시계 방향으로 사동~통구미~태하~현포~친부 코스를 달려 섬목선착장까지만 갈 수 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는 저동을 거쳐 내수전까지만 갈 수 있다. 워낙 험한 지형에 도로가 나 있어 그 자체로도 훌륭한 구경거리다.

가장 먼저 만나는 비경은 ‘통구미’다. 통구미는 한자어가 아니라 순우리말이다. 양쪽으로 높이 솟은 산 때문에 골짜기가 마치 긴 홈통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통구미 해안에는 거북바위가 있다. 거북 모양의 바위가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거북 모양을 한 바위가 하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보는 방향에 따라 여섯마리부터 아홉 마리까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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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북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태하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태하는 옛 우산국의 도읍지다. 여기서는 울릉도를 대표하는 경관 중 첫손에 꼽히는 ‘대풍감’을 만날 수 있다. 태하해변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한다. 여기서 15분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태하등대 옆으로 대풍감전망대를 만난다. 구멍 뚫린 바위를 가리키는 대풍감은 ‘세찬 바람을 기다리는 곳’이란 뜻. 예로부터 울릉도에는 배를 만들기 좋은 나무가 많아서 몰래 울릉도에 와서 배를 만들어갔는데, 새 배를 만든 뒤에는 대풍감의 바위에 닻줄을 묶고 바람을 기다렸다고 한다.

전망대에 서면 발밑이 아찔하다. 그 위 난간에 기대서서 울릉도 해안을 품는다. 왼쪽에는 천연기념물 제49호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다. 대풍감 향나무는 가파른 절벽 위에서 바람을 견디며 자라 크기가 작다. 반대편으로는 울릉도 북쪽 해안 절경이 펼쳐진다. 학포마을과 현포, 그리고 노인봉과 송곳봉이 춤을 추듯 이어진다. 곁으로는 먼바다로 뻗은 수평선이다. 그 위에 코끼리를 닮은 코끼리바위, 일명 공암이 장난감처럼 떠 있다. 대한민국 10대 비경이란 찬사가 절대 아깝지 않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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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절경 중 최고 ‘삼선암’

다시 일주도로에 오른다. 현포~천부~섬목(석포)으로 이어지는 울릉도 북쪽 해안을 달릴 시간이다. 비밀스러운 야생섬의 속살을 맛볼 수 있는 구간이다. 현포마을이 한눈에 펼쳐지는 현포전망대를 지나 노인봉과 인사하고 천부에 닿는다. 저동항에서 출발한 버스의 종점이자 나리분지와 석포~섬목으로 향하는 버스의 출발점인 천부정류장이 이곳에 있다.

도로가 끝날 무렵 울릉도 해안경관의 결정판인 삼선암에 닿는다. 바다에 솟은 세 개의 바위기둥이다. 코끼리바위(공암), 관음도의 쌍굴과 함께 울릉도 3대 비경 중 첫 손에 꼽힐 정도다. 높이는 각각 107m, 89m, 59m에 이른다. 삼선암에는 울릉도로 놀러 온 세 선녀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이 세 바위는 원래 세 선녀였다. 세 선녀는 가끔 울릉도에 내려와 목욕했는데, 막내 선녀가 호위를 위해 내려온 장수가 눈이 맞아 정을 나누고 있었다. 이에 격노한 옥황상제는 세 선녀를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세 바위 중 나란히 서 있는 바위가 두 언니 선녀이고, 홀로 떨어져 있는 작은 바위가 막내 선녀라고 한다. 막내에 대한 옥황상제의 노여움이 제일 커 다른 바위와 다르게 이 바위에는 풀 한 포기 나지 않고, 외로이 떨어져 서 있다 한다. 막내 바위는 일선암이라 하며 가운데 부분이 갈라져 있어 가위바위로도 불린다. 다른 두 바위는 이선암, 삼선암이라 하며 합쳐서 ‘부부바위’라고도 부른다.

도로는 섬목 선착장에서 끊어진다. 이곳에도 울릉도의 숨은 보물이 있다. 바로 관음도다. 독도와 죽도 다음으로 큰 울릉도 부속섬이다. 지난 2012년 보행 연도교가 세워져서 걸어서도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관음도는 30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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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울릉도로 갈 수 있는 항구는 총 4곳이다. 경북 포항의 포항여객터미널, 강원도 동해의 묵호항, 강원도 강릉의 강릉항, 경북 울진의 후포항이다. 포항~울릉간 썬플라워호 편도 5만 7300원, 묵호~울릉간 오션플라워호, 씨플라워호 편도 4만 9000원, 강릉~울릉간 씨스타호 편도 4만 9000원, 후포~울릉간 우리호 왕복 4만 2100원이다.

△먹을곳= 울릉도에는 독특한 음식이 많다. 별미인 홍합밥은 보배식당(054-791-2683)이 으뜸이다. 고소하고 감칠맛이 난다. 천부리 만광식당(054-791-6004)은 꽁치 물회로 이름난 식당이다. 꽁치로 회를 떠서 물회로 내는데도 비린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도동의 우성회식당(054-791-3127)은 음식 솜씨가 돋보이는 맛집이다. 모둠회부터 오징어내장탕, 따개비밥 등 여러 메뉴를 내놓는다.

△여행팁= 여행박사는 ‘비행기 타고 가는 울릉도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김포에서 대구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후 버스로 포항여객선터미널로 넘어가 배를 타고 울릉도에 입도하는 일정이다. 5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왕복 항공권, 항구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육로관광, 숙소 2박, 식사 4식 등을 포함해 34만1000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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