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 대암산 용늪 탐방
산양·삵·개통발 … 야생동식물 보고
습지 가치 모르던 시절엔 군대 주둔
3개 코스, 2주일 전 신청해야 입산
대암산 정상부에 있는 한국 1호 람사르 습지 ‘용늪’은 하루 250명만 오를 수 있는 진귀한 생태관광지다.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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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도리풀꽃 핀 대암산 들머리
용늪 탐방 코스는 모두 3개다. 인제 가아리 코스와 서흥리 코스, 그리고 군부대를 관통하는 양구 코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대암산(1316m)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서흥리 코스(10.4㎞)를 선택했다. 탐방 2주일 전인 5월 24일, 인제군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했다. 6월 8일 9시 출발 예약자는 모두 20명. 다행이었다. 서흥리 코스는 주말에는 예약 경쟁이 치열하고, 평일에는 인원이 모자라 출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였다.
대암산 용늪을 오르는 코스는 모두 3개다. 대암산의 정취를 느끼며 산행을 즐기는 인제군 서흥리 코스가 가장 인기다. 왕복 5시간 소요된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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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아침, 내비게이션에 ‘용늪마을자연생태학교’를 입력하고 서울을 출발. 2시간 만에 심심한 산골 마을에 도착했다. 같은 시간 탐방을 신청한 산행객, 마을 주민 김종율(71)씨와 함께 탐방 안내소로 이동했다. 용늪 탐방은 어느 코스를 택하든 안내자 겸 감시자 역할을 하는 마을 주민이 동행한다. 용늪은 천연기념물이자 람사르 습지,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는 데다, 일부 구간은 민간인통제구역에 포함돼 있다. 하여 문화재청·환경부·산림청·국방부가 함께 용늪을 관리한다. 방문 신청부터 탐방까지 깐깐할 수밖에 없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출입허가증을 받았다. 대암산 들머리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내내 따라다녔고 제법 큰 폭포도 보였다. 낙엽송 우거진 숲길에는 햇볕이 설핏설핏 들었다. 김씨는 해설사도 아닌데 산길에서 만난 식물과 마을 역사를 쉴 새 없이 들려줬다.
“노루귀 빼곡한 이 자리는 이른 봄에는 천상의 화원 같습니다. 아쉽게도 그때는 탐방이 금지돼 있지요.”
대암산 숲길에서 본 족도리풀꽃. [최승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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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같은 풍광
용늪에 들어가기 전에는 신발을 털어야 한다. 탐방객의 신발을 통해 외지 식물이 들어올 수 있어서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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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용늪에 상주하는 김호진(51) 해설사가 안내를 맡았다. 전망대에 섰다. 푹 꺼진 산등성이에 초록 융단 깔린 습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흡사 제주 오름 같았다. 뾰족뾰족 울퉁불퉁한 산이 대부분인 강원도에 이런 풍광이 숨어 있다니, 놀라웠다.
큰용늪은 안쪽을 걸어볼 수 있도록 데크로드를 설치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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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이 용이 승천할 것 같은 풍광이라 하여 ‘용늪’으로 부르던 이곳을 정부가 발견한 건 1966년이다. 7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고, 람사르 협약은 97년 용늪을 한국 1호 습지로 지정했다. 이후 습지 복원 작업이 본격화했다. 환경부는 2005~2015년 큰용늪 내부 출입을 통제하다가 정책을 바꿨다. 소수의 탐방객만 입장을 허용해 생태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군부대가 이전했고, 용늪 안쪽을 걷는 데크로드도 설치했다.
용늪은 날이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벼잎처럼 생긴 뚝사초.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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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이 눈앞에 아른아른
용늪에 서식하는 끈끈이주걱.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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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이 가까운 대암산에는 곳곳에 미확인 지뢰지대가 있다. 탐방로만 벗어나지 않으면 안전하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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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0대 명산에 꼽히는 대암산 정상에 오르면 금강산이 보인다. 큰용늪에서 1.5㎞ 거리지만 큰 바위가 많아 온몸을 써야 한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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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통일이 되면 금강산 가는 최단 거리 육로가 인제군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맑은 가을날, 다시 이 산을 찾아야겠다 다짐했다. 금강산에서 대암산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도 생각해봤다.
다시 용늪 쪽으로 가지 않고 서흥리 방향으로 가는 하산 코스를 택했다. 내려오는 길은 다소 지루했다. 이따금 새 우는 소리만 길게 메아리쳤다.
이튿날 다시 용늪을 올랐다. 이번엔 가아리 코스로 차를 몰았다. 이른 아침 안개 낀 장관을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 코스도 2주일 전에 예약했다. 광치터널 입구 샛길로 들어서서 용늪 안내소까지 13㎞ 길이의 임도가 이어졌다. 중간중간 포장도로도 있었지만, 사륜구동차가 아니라면 버거울 길이었다.
약 40분 산길을 달려 용늪 관리소에 도착했다. 날이 맑았는데 큰용늪 안에 들어서니 희뿌연 안개가 자욱했다. 바람의 향방에 따라 안개가 격정적으로 휘몰아쳤다. 용이 아니라 뭐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장면이었다. 용늪에는 산양·삵·담비·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산다는 해설사의 말이 생각났다. 한 발짝 한 발짝이 조심스러웠다.
람사르 슾지 인제 용늪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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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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