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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아직 살만한 세상]사탕으로 저혈당 노인 구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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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가 안 움직인다” 버스기사 신고

-저혈당 의심한 경찰…사탕으로 응급조치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여보세요? 경찰이죠? 여기 한 노인 탑승객이 한 시간이 넘도록 내리지 않고 있어요. 치매 환자가 길을 잃은 것 같아요.”

지난달 9일 오전 7시께 노원구 인근에서 시내버스 146번을 몰던 버스기사는 탑승객 중 한 노인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탑승한 지 한 시간이 넘도록 하차하지 않은 채 힘없이 앉아 있었던 것.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이라고 판단한 버스기사는 경찰에 전화해 노인의 안전 귀가를 요청했다.

신고를 접수한 강남경찰서 관할 삼성1파출소 4팀의 홍정의(29) 순경은 인터넷으로 146번 버스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해 버스가 삼성역에서 봉은사역 방향으로 이동 중인 사실을 파악했다. 버스가 봉은사역 3번 출구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시점에 맞춰 홍 순경 등 2명은 정류장에서 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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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삼성1파출소에서 저혈당 노인을 구급차로 옮기는 과정에서 홍정의 순경(오른쪽)이 돕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삼성1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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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보니 노인은 버스기사의 말대로 아무런 힘없이 거의 누워 있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러나 홍 순경은 치매환자의 모습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힘없이 눈만 깜빡일 뿐 의식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홍 순경은 노인이 치매 환자가 아닌 저혈당이 온 당뇨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홍 순경은 우선 노인을 파출소로 데려와 의식 확인을 한 번 더 거친 후 주머니에 있던 사탕을 입에 물려줬다. 저혈당으로 힘들어하는 당뇨 환자의 경우 당분을 급히 먹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홍 순경은 과거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 환자를 사탕 하나로 구조한 바 있다.

노인이 사탕을 먹으며 정신을 차리는 사이 홍 순경은 노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알고 보니 노인은 노원구 자택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병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탑승했다가 저혈당으로 인해 한 시간 반이 넘도록 몸을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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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의 순경 [사진제공=삼성1파출소]


홍 순경은 119 구급차가 올 때까지 노인을 지켰다. 힘없이 가만히 있었던 노인은 119 구급차에 탑승하면서 홍 순경의 손을 지긋이 잡았다. 고맙다는 의미였다.

입직 3년차인 홍 순경은 “점심시간에 쏟아지는 졸음을 막으려고 사탕을 들고 다닌 것뿐이었는데 저혈당 환자를 구하는 계기가 됐다”며 “할아버지가 건강을 되찾아서 다행일 뿐”이라며 쑥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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