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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한겨레 평화원정대’에 안된다 하면 안되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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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지난 4월29일 <한겨레> 평화원정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도로 위를 걷고 있다. 왼쪽부터 전종휘, 유덕관, 김명진 기자, 김종균 가한엔터테인먼트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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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40㎞ 거리에 소요시간 4시간40분.

안녕하세요. 디스커버팀장을 맡고 있는 전종휘 기자입니다. 위에 적은 스펙이 뭐냐구요? 세종시 조치원읍에 사는 제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기차를 타고 서울시 마포구 한겨레신문사로 출근과 퇴근을 하며 세우는 기록입니다. 2016년 3월에 시작됐으니 강행군도 2년이 넘었습니다. <한겨레> 비공인 최장거리·시간 출퇴근자일거라 생각하며 삽니다. 아시다시피 <한겨레>는 올해 창간 30년을 맞아 지난 4월부터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기획을 연재 중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출발해 육로를 통해 이동하며 이 세상 사람들에게 평화란 무엇인지 탐문하고 있습니다. 평화원정대는 60여일 동안 1만4000여㎞ 거리를 오로지 버스와 기차만 이용해 이동했습니다. <한겨레>가 초반 원정대장을 제게 맡긴 까닭이 저의 출퇴근 스펙 때문이 아니냐고 저의 지인들이 우스갯소리를 하는 배경입니다.

이쯤 되면 눈 밝은 독자들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출몰하던 원정대장이 왜 중동이 아니라 한국에 있느냐”고 물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기획 후반기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입국했습니다. 유덕관 기자와 김종균 피디(가한엔터테인먼트)는 꿋꿋하게 버스로 수단·이집트·이스라엘을 거쳐 요르단에 도착해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아프리카·중동 난민의 유입과 그에 따른 이탈리아 국민들의 우경화, 그리고 난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주민들의 얘기를 다룬 이완 기자는 비행기를 타고 요르단으로 합류했습니다. 김봉규 사진기자도 김명진 기자의 뒤를 이어 한 배를 탔습니다.

그 동안 원정대가 미련하리만치 육로를 통한 이동을 고집한 이유는 간명합니다. 선을 잇겠다는 것입니다. 남한에서 육로로 가장 멀리 떨어진 희망봉이라는 한 점에서 출발한 선을 한반도를 향해 계속 이어나가다보면 끝내 남한이 더 이상 섬처럼 고립된 점이 아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혹여 선을 잇지 못하는 지점이 오면 그곳이 바로 평화가 깨어진 자리임을 독자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원정대가 잇고자 하는 또다른 선은 이야기의 선입니다. 기자들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두어 나라를 ‘점 찍듯 취재하고 돌아오는’ 기존 취재방식을 벗어나 나라와 나라의 이동 자체가 이야기가 되는 취재를 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그 대가는 혹독하게 치르고 있습니다. 비행기로 1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는 잠비아 루사카에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까지 차로 3시간, 기차로 57시간 달리는 동안 기차 밖으로 몸을 내밀어 동영상을 찍다 지나치는 나뭇가지가 스마트폰을 때리는 바람에 기차 밖으로 떨어뜨려 끝내 잃어버렸습니다. 현지에서 빌린 취재 차량의 바퀴가 펑크 난 것도 두 차례나 됩니다. 수단은 육로 비자를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에티오피아에서 요르단까지 가는 데 2주일가량 걸렸습니다.

진짜 난관은 이제부터입니다. 요르단에서 이란으로 이동하려면 시리아와 이라크 중 한 곳을 넘어야 합니다. 둘 다 여행금지국가인데, 어느 나라를 넘어야 할까요? 또 이란에서 인도로 가려면 파키스탄을 지나야 하는데,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 지대에선 지난해 여행객들이 이슬람국가(IS) 대원에게 납치돼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겨레>는 원정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습니다.

한겨레

육로 이동의 마지막 난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평화원정대는 오는 8월 중순 중국 단둥과 판문점을 거쳐 귀국하고 싶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래도 <한겨레>가 남조선에서 가장 평화적이고 민족화합에 적극적인 신문인데, 판문점 통과 안된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고 한마디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공화국의 통 큰 결단을 기다립니다.

전종휘 탐사에디터석 디스커버팀장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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