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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3000안타·300승…대기록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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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LG트윈스 박용택(39)이 KBO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박용택은 2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잠실 홈경기에 선발 출전하여 안타 4개를 추가했다. 종전까지 통산 2317안타로 양준혁(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기록에 1개 모자랐던 박용택은 순식간에 2321안타로 양준혁과의 차이를 3개 차로 벌리며 신기록을 세웠다.

이제 박용택은 통산 3000안타를 바라보고 있다. 박용택도 3000안타에 대한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23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처음 3000안타 얘기를 했을 때 농담으로 들으셨던 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진지하다. 큰 목표가 있어야 야구에 대한 권태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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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박용택이 양준혁(2318 안타)의 최다안타 기록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박용택은 4회말 1사에서 2타점 동점 2루타를 쳐 2319 안타로 신기록을 수립했다. 박용택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물론 쉽지 않은 기록이다. 한국식 나이로 마흔살인 그가 현역생활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올 시즌 후 FA(개인 3번째)자격을 취득하는 박용택이 몇 년짜리 계약을 할지도 관심이다.

산술적으로 올 시즌까지 통산 2400개를 친다고 하더라도, 4년 동안 꾸준히 매해 150안타를 쳐야한다. 안타는 기술이 만들어내는 산물이라고는 하지만, 체력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박용택과 LG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박용택은 17시즌 동안 타격이 꾸준히 진화해 온 선수다. 타격기술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지명타자로 나서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기록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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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통산 4000안타를 가볍게 넘긴 스즈키 이치로. 사진=ⓒAFPBBNews = News1


박용택의 3000안타 달성 여부는 창립 40년을 향해가는 프로야구에도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3000안타는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쉽게 나오지 못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32명만이 가진 기록이다. 가장 최근에는 알버트 푸홀스(LA에인절스)가 메이저리그 역대 32번째로 3000안타를 달성했다. 푸홀스는 지난달 5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대기록을 작성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재일교포 장훈이 기록한 통산 3085안타가 유일하다. 물론 스즈키 이치로처럼 일본에서 1278개의 안타를 때린 뒤 메이저리그에서 3080개의 안타를 때린 이도 있다. 장훈은 고교 졸업 후 프로에 데뷔한 1959년부터 1978년까지 20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을 때렸고, 150안타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9번이나 된다. 이치로는 일본에서 뛰다 28세 때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10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때리면서 단기간에 메이저리그 3000안타 기록을 세웠다. 결국 꾸준하게 오랫동안 잘 하는 게 대기록 달성의 핵심이었다.

투수 쪽에서는 통산 300승이 대기록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4명이 가지고 있다. 최다승은 사이영이 가진 통산 511승이다. 이어 월터 존슨이 417승인데, 현대화된 시스템에서는 불멸의 기록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근에도 꾸준이 300승 투수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이가 1986시즌 시카고 컵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렉 매덕스다. 통산 355승으로 메이저리그 8위 기록을 보유한 매덕스는 1988시즌 18승으로 처음으로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뒤 2007년까지 20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 20승 이상 달성한 시즌은 1992년 단 한차례지만, 보통 15승 이상은 거뜬히 해냈다. 매덕스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활약한 톰 글래빈도 통산 305승을 기록했다. 김병현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해서 유명한 빅유닛 랜디 존슨은 통산 303승을 기록했다. 모두 15년 이상 선발 투수로 10승 이상의 성적을 꾸준히 거둔 결과였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6명만이 가진 기록이다. 최다승은 한국계인 가네다 마사이치(한국명 김경홍)가 보유한 400승이다. 1950년 프로에 데뷔한 가네다는 첫해는 8승에 그쳤지만, 이듬해인 1951년부터 1964년까지 14시즌 연속 20승 이상을 달성했다. 1958년과 1963년에는 각각 31승과 30승을 기록했다. 물론 최근에는 선발 투수가 한 시즌 30승을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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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유일의 200승 투수인 한화 이글스 송진우 코치.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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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통산 200승 투수도 단 한명 뿐이다. 한화 이글스 송진우 코치가 가지고 있는 통산 210승이 최다승 기록이다. 대졸(동국대)인 송 코치는 1988 서울올림픽 때문에 프로데뷔가 1년 늦었다. 이후 40대 중반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대기록을 작성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통산 300승 투수는 넘어서기 어려운 벽과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통산 300승 투수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라며 “산술적으로 15승씩 20년 동안 거둬야 하는데, 대형 신인 투수들이 점점 줄고 있고, 대형신인들도 보통 불펜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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