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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아직 살만한 세상]日 관광객 분실폰 찾아 사비로 국제택배 보내준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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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김윤성 순경. [사진제공=신사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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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법상 분실자가 직접 찾아가야

-일본인 감사의 뜻으로 손편지ㆍ과자 보내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지난달 5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파출소에 일본인 여성 관광객 2명이 들어왔다. 걱정스런 얼굴로 들어온 이들은 영어로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귀 기울여 듣던 김윤성(29) 순경은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외국어 번역기 애플리케이션으로 그들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놀러온 J 씨가 인근에서 하차했던 택시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두고 내린 것이었다. 귀국 비행기를 약 4시간 앞둔 시각이었다. 파출소에 접수된 습득물 중엔 J 씨의 휴대전화가 없었다. 이들이 택시에서 하차한 지점 인근엔 CCTV조차 없어 택시 차량 번호도 확인할 수 없었다.

김 순경은 우선 J 씨로부터 이메일 주소를 포함한 인적사항과 휴대전화 특징 정보를 받았다. J 씨의 휴대전화를 습득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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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객이 신사파출소 김윤성 순경에게 보내준 손편지와 간식. [사진제공=신사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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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씨 일행이 일본으로 돌아간 직후인 당일 오후 6시께 한 택시기사가 파출소를 찾아왔다. 그는 “택시 손님이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다”며 휴대전화 하나를 두고 갔다. 김 순경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J 씨가 알려준 휴대전화 특징 정보와 습득물을 비교해 봤다. 휴대전화 기종이 일치할 뿐만 아니라 J 씨의 설명대로 바탕화면과 사진첩엔 동방신기 사진이 가득했다.

그의 휴대전화임을 확신한 김 순경은 이메일을 통해 휴대전화를 찾았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문제는 J 씨가 분실품을 찾으러 되돌아 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유실물법에 따르면 파출소나 지구대로 접수된 분실물은 관할 경찰서의 생활질서계로 인계된다. 물건 소유자는 3개월 이내에 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분실물을 찾아가야 한다. 기한이 지나면 분실물은 국고로 귀속된다.

J 씨는 한국을 다시 방문할 기약이 없는 상황이었다. J 씨의 휴대전화를 관할 경찰서에 넘기면 J 씨가 휴대전화를 찾을 길은 없었다. 김 순경은 휴대전화를 경찰서에 넘기는 대신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휴대전화를 직접 우체국 택배로 일본에 보내기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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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객이 신사파출소 김윤성 순경에게 보내준 손편지. [사진제공=신사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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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순경은 사비 4만원을 들여 휴대전화를 일본으로 보냈다. 휴대전화와 함께 우리나라의 유명 과자 등 간식도 챙겨 보냈다.

휴대전화를 택배로 보낸 지 4일 후 J 씨로부터 고맙다는 이메일 답장이 왔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약 2주 뒤 파출소로 국제 택배가 도착했는데, 상자를 열어보니 J 씨가 쓴 손편지와 일본의 다양한 과자가 담겨있었다. J 씨가 사례의 의미로 보낸 것이었다. 편지엔 우리말로 “휴대전화를 찾아주고 과자까지 보내줘 고맙다. 직장 동료와 함께 나눠 먹고 더운 여름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곳곳에 단어나 문법이 틀린 부분이 있었지만 J 씨의 고마움이 묻어나는 편지였다.

김 순경은 “J 씨가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이 생각나고, 무엇보다 휴대전화에 들어있는 정보가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이라 보내준 것 뿐”이라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는데 손편지와 과자 선물을 보내줘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서 결정한 일이 아니고, 팀원들과 함께 상의해서 휴대전화를 보낸 것”이라며 겸손함도 잊지 않았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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