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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아직 살만한 세상] 연락 끊긴 조카 26년 만에 찾아준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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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울산 강동파출소 3팀장 이영희(56) 경위 [제공=울산 강동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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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동생 아들 좀 찾아달라” 주민 부탁

-“마음 아파서” 이번이 네 번째 ‘가족 찾기’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동생이 아들을 그렇게 찾고 싶어했는데 결국 못 보고 떠났다. 이모인 나라도 조카에게 엄마 노릇해주고 싶다. 제발 우리 조카 좀 찾아달라.”

지난 5월 28일 오후 울산 동부의 한 수산물 판매장에서 여느 때처럼 순찰을 하던 강동파출소 3팀장 이영희(56) 경위는 평소 알고 지내던 상인 김모(60) 씨로부터 어려운 부탁을 받았다. 수십 년째 연락이 끊긴 조카를 찾아달라고 한 것. 알고 보니 김 씨의 여동생이 얼마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과거 이혼 후 헤어졌던 아들을 끝내 찾지 못하고 세상을 뜬 것이다. 김 씨는 뒤늦게라도 여동생의 한을 대신 풀어주고 싶었다.

이 경위는 우선 김 씨 여동생의 전 남편의 연고지 정보를 구해 경찰 네트워크와 해당 지역 주민들까지 동원했다. 3주 넘게 이곳 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조카 정모(32) 씨가 수년 전 아버지와 분가해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장 서울로 올라간 김 씨는 조카와 눈물의 상봉을 했다. 헤어진 지 26년 만이었다. 알고 보니 김 씨의 여동생은 남편이 재혼한 후 연락을 자제했고, 아들은 군 입대 당시 어머니를 찾고 싶었으나 어머니를 힘들게 할까봐 일부러 찾지 않았다.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한 정 씨는 뒤늦게 49재에 참석해 모친의 넋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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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의 가족이 조카를 찾고 울산지방경찰청 홈페이지 ‘칭찬 한마디’에 올린 감사의 글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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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의 가족은 울산지방경찰청 홈페이지 ‘칭찬 한마디’ 코너에 “귀찮을 법도 하실텐데 내 일처럼 애써주시는 이영희 경위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가족을 잃은 저희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며 “조카를 다시 만난 기쁨으로 이 경위님께 식사라도 대접 하고 싶은데 극구 마다하셨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 경위가 연락이 끊긴 가족을 연결시켜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이 경위는 한 식당 주인이 어릴 때 뿔뿔히 흩어진 가족을 찾고 싶다고 하자 교육청, 군청, 종친회 등 각 지역사회에 수소문해 친오빠를 찾아줬다. 지난해 8월에는 아버지를 여읜 후 할아버지의 산소 위치를 찾아달라는 한 남성의 요청을 받고 산소 위치는 물론,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던 여형제의 가족까지 찾아주기도 했다. 이 경위는 “사연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서 도와준 것 뿐”이라며 “이들이 가족과 재회한 후 웃음을 되찾은 모습을 보면 보람있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지금도 또 다른 가족의 혈육을 찾는데 1년 넘게 집중하고 있다. 울산의 최미경(52ㆍ여) 씨는 자신을 낳고 고흥으로 떠나버린 어머니 전종업(76ㆍ여) 씨를 찾고 있다. 전 씨의 고향은 여수 돌산이다.

이 경위는 “1년 넘게 매달리고 있는데 전 씨를 찾기 쉽지 않다”며 “혹시라도 전 씨에 대해 아는 분이 있으면 꼭 연락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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