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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동굴 고립 소년' 중 난민 출신 아둘, 다국적 구조대와 가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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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적 생환에 한 몫/英 구조대 처음 만났을 때도 / 침착하게 영어로 상황 설명 / 소년들 대변인역할 ‘톡톡’ / 끝까지 아이들 돌본 코치도 / 샨족출신 무국적자로 알려져

기적적으로 10일 전원 구조된 태국 유소년 축구팀이 동굴 속에서 17일 동안 버틴 뒤 무사히 빠져나온 과정에는 미얀마 내전을 피해 태국으로 이주한 한 소년의 리더십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 매사이의 탐 루엉 동굴에 고립된 12명의 소년 중 아둘 삼온(14)은 지난 2일 영국인 구조대를 처음 만난 당시부터 침착하게 영어로 소년들의 상황을 설명하며 구조를 도왔다. 구조대를 보자마자 다른 아이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외쳤을 때도 그는 차분히 식량 상황은 물론 얼마나 오래 고립돼 있었는지를 설명하며 소년들의 ‘대변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하루 빨리 건강 회복하길” 태국 치앙라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11일 탐 루엉 동굴에서 전날 전원 구조된 유소년 축구팀 소년 12명과 코치가 치료받고 있는 쁘라차눅로 병원 앞에서 생존자들의 사진을 든 채 건강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치앙라이=AFP연합뉴스


소년들과 다국적 구조대의 가교 역할을 한 아둘은 태국 유소년 축구팀에 소속돼 있지만 사실은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건너온 무국적자라고 NYT는 전했다. 라오스, 태국의 접경 지역으로 소수민족 와족이 살고 있는 미얀마 동부에서 태어난 아둘은 6살 때 그의 부모가 매사이의 한 교회에 맡기면서 태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됐다. 와족이 통치하는 지역에서 자랄 경우 어렸을 때부터 무장 게릴라군에 속해 미얀마 정부와의 교전에 내몰리거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한 부모의 걱정 때문이었다. 부모 없이 태국에서 홀로 자란 아둘은 반 위앙 판 학교에 입학한 뒤 수업료를 면제받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체육 과목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고향 미얀마어는 물론 영어, 태국어,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둘을 통해 구조대는 소년들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었다. 푼나윗 텝수린 반 위앙 판 교장은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아이들은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 있다”며 “아둘은 그중에서 최고다”라고 말했다. 아둘 외에도 이번에 구조된 소년 중 2명과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돌봤던 코치 역시 샨족 출신의 무국적자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NYT는 “44만여명의 무국적자가 살고 있는 태국은 유엔난민협약을 인정하지 않을 만큼 난민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라면서 “하지만 야생 멧돼지(태국 유소년 축구팀)는 무국적자와 태국 아이들을 똑같이 대접하는 피난처였다. 무국적자인 아둘이 구조에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년들의 생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일간 더 네이션이 11일 보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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