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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행] 꼭꼭 숨은 오지 계곡에 나홀로 ‘풍덩’…무릉도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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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 평창 피서 여행

횡성사람도 잘 모르는 '봉명폭포'

어답산 자락의 병지방 계곡도 오지에 자리해

동네 주민만 알음알음 찾는 평창 '회동계곡'

땀띠물과 광천선굴도 최적의 피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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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본격적인 휴가철인 7말 8초다. 이 시기엔 어디를 가든 인산인해 북새통이다. 그렇다고 이미 계획했던 휴가를 차일피일 미룰 수도 없는 일. 그나마 덜 알려져서 붐비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래도 다녀올 만하다. 여기에 서울에서 두어 시간 거리에 있고, 산 높고 골 깊으며 숲은 울창한데 물 또한 깨끗하다면 금상첨화다. 지난주 둘러본 강원도 횡성과 평창은 딱 그런 곳이었다. 깨끗한 물길을 따라 숲이 우거져 쉴 만한 그늘이 많은 곳이다. 여기에 사방을 둘러친 장쾌한 백두대간 준령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풍경들이 뛰쳐나온다. 저마다 내뿜는 각각의 매력에 올해 같은 찜통 세상이 좀 더 청량해지는 듯하다. 당부컨대 떠난 자리 정리는 기본이다.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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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도 모를 오지에 숨은 ‘횡성 봉명폭포’

강원도 횡성에 가면 오지 중의 오지가 있다. 얼마나 오지인지 한국전쟁이 난지도 몰랐다고 한다. 바로 청일면의 고라데이마을이다. 고라데이는 골짜기란 뜻의 강원도 사투리다. 발교산을 비롯한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런 곳이 불과 서울에서 1시간 40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린 요즘에는 알음알음 찾는 사람도 늘었다. 이 마을을 둘러싼 발교산 자락에 횡성사람도 잘 모르는 폭포가 하나 있다. 바로 봉명(鳳鳴)폭포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봉황의 울음소리를 닮았다 해 이름 붙었다.

폭포의 들머리는 고라데이마을이다. 여기서 제비 닮은 명백새가 슬피 울었다는 ‘명백바위’를 지나면 길은 곧 계곡과 능선으로 갈라진다. 왼쪽은 계곡, 오른쪽은 능선을 따라 걷는다. 어느 곳으로 가도 봉명폭포에 닿지만, 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다소 수월하다. 숲은 활엽수 일색이다. 걷는 내내 상쾌한 피톤치드가 폐부 깊숙이 파고든다. 들머리에서 봉명폭포까지는 30분 정도면 족하다. 천천히 걸어도 그렇다. 이끼 낀 작은 폭포 몇 개를 지나면 곧 폭포다. 멀리서 거대한 암벽을 타고 폭포수가 쉼 없이 떨어진다. 작은 숲이 숨겨둔 폭포치고는 제법 기골이 장대하다. 폭포의 높이는 약 30m 정도다. 상단과 하단의 2단 폭포. 상단폭포는 운치가 있어 여성스럽고, 하단폭포는 물줄기가 강해 남성미가 넘친다. 폭포수 소리도 더없이 청량하다. 폭포 옆으로는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쳤다. 암벽 포면은 초록빛 이끼 일색이다. 봉명폭포와 달리 이끼폭포라 부르는 건 저 모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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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의 북측 갑천면 어답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병지방(兵之方) 계곡은 횡성에서 가장 오지에 속하는 청정 계곡이다.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횡성읍에서 횡성댐 방향으로 군도 4호선을 따라 추동리로 직진해 솔고개를 넘으면 계곡이다. 박혁거세와 진한의 태기왕에 관한 전설이 많은 곳이다. 병지방이라는 이름은 박혁거세에 쫓기던 태기왕의 수하 병졸들이 머물렀다는 설화에서, 갑천(甲川)은 태기왕이 피 묻은 갑옷을 갑천면의 계천에 씻었다는 설화에서 각각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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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에서 태기산(1261m)을 빼놓으면 손해다. 여름에는 더욱 그렇다. 아침이면 태기산 주변으로 구름바다가 펼쳐진다. 넘실대는 구름을 뚫고 정상까지 솟구쳐 오르면 발아래로 강원의 산들이 섬처럼 떠 있다. 비 갠 오후라면 더 좋다. ‘인생 풍경’이라 할 만큼 멋진 해넘이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오르기가 쉽다는 것이다. 국도 6호선 양두구미재에서 임도를 타면 정상까지 단박에 오를 수 있다. 약 4km다. 임도 곳곳에서 만나는 전망도 빼어나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축제도 열린다. 바로 둔내 고랭지 토마토 축제다. 내달 10일부터 12일까지 단 3일간만 열린다. 특히 토마토풀장에서 즐기는 ‘대박 보물찾기’는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금반지에서 횡성한우교환권 등 푸짐한 경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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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들만 알음알음 찾는 비밀 계곡 ‘회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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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네 평창은 우람한 산이 거느린 이름난 계곡들이 모여 있는 피서여행 1번지다. 흥정계곡, 금당계곡, 장전계곡, 노동계곡, 뇌운계곡, 막동계곡, 수항계곡…. 이중 평창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계곡이 있다. 청옥산(1255m)에서 발원한 물이 모이는 회동(용수골)계곡이다. 여름철 동네 주민들만이 알음알음으로 찾는 비밀의 계곡이다.

들머리는 청옥산 중턱에 자리한 청옥산깨비마을이다. 이 마을 입구에 수령 350년이 넘는 커다란 떡갈나무가 서 있는데 그 왼편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면 회동계곡이다. 길이 총 8km로 곳곳에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어울려 운치를 자아낸다. 사람들의 때가 덜 묻어 오지에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한여름에도 햇살이 들어오지 않을 만큼 빽빽한 천연림 터널을 갖추고 있어서다. 계곡 사이마다 청정한 자연을 강조하듯 이끼와 폭포가 흐른다. 이 맑은 청정수는 동강으로 흘러들어 서울까지 기나긴 여정에 나선다.

회동계곡 위에는 육백마지기다. 청옥산 산정상인 육백마지기는 화전민이 정착해 넓고 거친 땅을 개간한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랭지 채소밭으로, 평지가 드문 강원도 산골에서 볍씨 육백말을 뿌릴 수 있는 면적을 가졌다고 해서 ‘육백마지기’라고 한다. 육백마지기까지는 도로가 나 있어 차량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는데, 길도 비교적 완만해서 등산에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올여름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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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마지기 오르는 길 바로 옆에 자작나무숲이 있다. 그리 면적이 넓은 것은 아니지만, 잡목 하나 없는 명품 숲이다. 차를 잠시 세워 두고 숲으로 들어가면 하얗게 솟아오른 자작나무가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풍경에 사진부터 꺼내 든다.

대화면 대화7리에서는 ‘땀띠물’이 솟는다. 안내판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몸에 땀띠가 난 사람이 이 물에 몸을 씻으면 그야말로 ‘씻은 듯’ 땀띠가 사라져 이 같은 독특한 이름을 얻게 됐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은 ‘굴물’이라고 부른다. 마을을 둘러친 청룡산 자락의 크고 작은 샘통에서 흘러나온 물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절대 마르는 법이 없단다. 매일 일정량의 물이 연못 여기저기서 솟아오른다. 온도 변화도 거의 없다. 연중 11~13도 사이를 유지한다. 족욕장에 앉아 발을 담그면 10초를 버티기 쉽지 않을 정도다.

인근의 광천선굴도 최적의 피서지다. 평균기온이 14도로 입구에서부터 시원한 냉기가 느껴지는 석회동굴이다. 1년에 딱 한 번 개방하는데, ‘평창더위사냥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만 갈 수 있다. 축제가 27일부터 내달 5일까지다. 더위사냥축제도 물총놀이 등 물놀이 프로그램이 가득해 가족 여행지로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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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횡성 봉명폭포는 중앙고속도로 횡성IC에서 나와 횡성읍에서 19번 국도를 갈아타고 횡성호와 청일면사무소, 춘당마을을 지나 춘당초등학교 직전에서 좌회전해 봉명리 마을길로 계속 직진한다. 봉명4교라는 작은 다리가 봉명폭포 가는 산길의 입구다. 평창 회동계곡과 청옥산 육백마지기, 더위사냥 축제 행사장은 강릉방향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평창나들목에서 나오면 찾아가기가 편하다.

△잠잘곳= 횡성 청일면 봉명리는 ‘고라데이마을’이란 이름의 전통테마마을로 유명하다. 마을에는 황토집이나 서양식 펜션 등 민박집들이 많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평창의 알펜시아리조트, 용평일조트, 휘닉스파크 등 리조트를 추천할 만하다. 봉평 외곽의 솔섬오토캠핑장은 캠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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