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금융감독원 VS 삼성 3라운드, 삼성생명 즉시연금 일괄지급에 반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금융감독원과 삼성이 또 한번 맞붙는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의 28억주 유령주식 배당사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이어 이번엔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다. 앞서 두 건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전에 일어난 일이라면, 삼성생명 건은 윤 원장이 직접 칼자루를 쥔 사안이다.

‘금융혁신’에 목소리를 높여온 윤 원장은 지난해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에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이 결정된 뒤에도 반년째 요지부동인 삼성생명 측에 지난 9일 최후통첩을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측은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지급을 거절한 상황이다.

◇보험금 지급기준 계륵 된 사업비
즉시연금이란 10~20년 동안 매월 돈을 넣고 은퇴 후 연금을 받는 상품과 달리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한 뒤 매달 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정해진 최소 금액 이상의 목돈을 넣어두고 다음달부터 원리금을 합쳐 매달 일정한 금액을 받고 만기 시 원금을 모두 돌려받는 형태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사오정(사십오세가 정년)’, ‘오륙도(오십육세가 넘으면 도둑)’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조기 실업자가 만연해지면서 실직자 생활보장 명목으로 만들어져 2000년대 초반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 팔려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금감원 분조위에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강 모씨가 “삼성생명이 약관상 주게 돼 있는 연금과 이자를 덜 줬다”며 민원을 제기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통상 보험회사는 보험료 가운데 일정 금액을 사업비(설계사 수당, 판매촉진비, 점포운영비)로 공제하는데, 삼성생명 측이 사업비를 공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연금을 지급, 지급액이 줄어든 것.

분조위는 지난 2월 즉시연금 보험약관에 사업비 공제 내용이 없다며 만기환급금 지급 제원을 가입자가 맡긴 원금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봤다. 가령 보험료로 1억원을 맡겼다면, 이 금액에 공시이율을 곱한 금액이 연금이라는 판단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생명보험 업계 전체로 보면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8000억원으로 총 16만명이 해당된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5만5000명에 4300억원의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한다. 가입자수가 적어 미지급금 규모도 작은 중소 보험사는 지난 2월 분조위 결정 이후 지급을 결정했지만, 삼성생명을 비롯해 교보생명(약 800억원), 한화생명(700억원) 등 미지급금이 큰 빅3는 이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스포츠서울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출처 | 삼성생명홈페이지



◇자살보험금 사태 데자뷔, 이번엔?
삼성생명은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금감원의 권고안을 거절하면서 “법원 판단과 별개로 고객 보호 차원에서 해당 상품 가입 고객에게 제시된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집행할 것을 경영진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최저보증이율은 연 2.5%로 이 금액에 못 미치는 연금액을 지급받은 사람에 한해 차액을 지급할 경우 예상금액은 약 370억원이다. 금감원이 지급하라고 한 금액(4300억원)의 10%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 금감원과의 갈등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생명보험사들은 “문제의 약관을 승인했던 금감원이 이제 와서 책임을 전부 보험사에 떠넘기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자살보험금 사태의 데자뷔로 느껴진다. 지난 2016년 생명보험사들은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잘못 쓰여진 약관을 근거로 판매했던 상품 때문에 총 5000억원의 미지급금을 토해냈다. 당시에도 삼성·한화·교보 등 빅3가 미지급금 3600억원을 놓고 버티다 금감원의 중징계를 코앞에 두고 지난해 3월 전액 지급으로 선회한 바 있다.

한편 보험사들의 입장과는 별개로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10여명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앞서 민원을 제기한 강 씨의 경우 삼성생명 측이 사업비 차감 몫을 돌려준 것으로 밝혀져 형평성 문제로까지 불똥이 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분조위에서는 그 한 건에 대해서 의결을 한 것이고, 우리 역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지급을 결정했다. 하지만 (즉시연금 미지급) 전건 일괄 지급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법적인 근거도 없기 때문에 법원에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