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
이렇다 보니 당뇨병 자체에 대한 혈당 조절 치료만 받고 있는 환자는 14.8%에 불과했다. 이는 당뇨병 환자의 대다수인 나머지 85.2%가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를 함께 받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수치 모두 목표치 이내로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의 비율은 8.4%에 불과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 대다수가 심각한 심혈관 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잘 알려져 있듯 당뇨병은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이다. 특히 심혈관 질환은 심장을 비롯한 혈관이 망가지는 병으로 당뇨병의 만성 합병증 중 가장 위협적이다.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고 당장 큰 문제가 초래되지는 않지만 끈적끈적한 피가 혈액을 떠도는 지방과 만나 혈전이 돼 혈관에 차곡차곡 쌓이고 심장에 뻗어 있는 혈관을 완전히 막는 순간이 온다. 당뇨병 환자는 한순간 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 당뇨병 환자 절반 이상이 이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다. 당뇨병 환자가 철저한 혈당 관리와 함께 체중 조절, 금연,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비만·고혈압·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에 대해 통합적인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다.
요즘 당뇨병 치료제에서 심혈관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 여부가 큰 이슈다. 과거에는 당뇨병 치료제가 심혈관 질환에 적어도 해를 주지 않는다는 쪽만 입증되면 됐다. 그런데 SGLT-2 억제제 같은 최신 당뇨병 치료제들은 대규모 연구를 통해 혈당 감소 효과 외에 체중·혈압 감소 같은 다양한 심혈관계 혜택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뇨약 처방 시 혈당 조절뿐 아니라 심혈관 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전 세계 당뇨병 치료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 학회의 진료 지침에 이런 사항들이 명시되던 중 최근 개최된 미국 당뇨병학회에서도 혈당 조절 약제 선택 알고리즘에 심혈관 질환 유무를 먼저 판단하고 심혈관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는 약제를 우선 선택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지난해 업데이트된 진료지침에서 당뇨병 환자 진료 시 심혈관 질환 위험을 고려할 것을 언급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심혈관 질환 관리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혈당·혈압·콜레스테롤·체중 관리는 당뇨병 환자에게 필수다. 여기에 내 몸 상태에 맞는 당뇨약으로 당뇨병 합병증인 ‘심혈관 질환’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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