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크기 줄이는 두 가지 수술법
망가진 대사시스템 바로잡아
인슐린 분비 촉진해 혈당 조절
비만·대사 수술의 숨은 가치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만 수술’로 비만을 치료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원리다.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다. 수술법은 크게 ‘위소매절제술(Sleeve)’과 ‘루엔와이(Roux-en Y) 위우회술’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위소매절제술은 위를 80~100㏄ 정도 남기고 위의 잘록한 부분(위소매)을 잘라낸다. 반면 루엔와이 위우회술은 30㏄만 남기고 잘라낸 뒤 음식물이 내려오는 길을 하부 소장으로 연결한다. 모두 위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루엔와이 위우회술은 장에서의 영양 흡수까지 제한하는 만큼 비만도가 더욱 높은 경우에 적용한다.
비만 치료 효과는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비만 수술의 경제성 분석(2012) 결과 “수술군의 질보정수명은 16.29년으로 비수술군(15.43년)보다 높았다”며 “효과가 좋은, 합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대안”이라고 결론 내렸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2년 안에 초과 체중의 60% 이상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은 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 35 이상이 될 전망이다.
사실 비만 수술은 ‘대사수술’로도 불린다. 동일한 수술이지만 치료 목적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수술이 당뇨병을 고치는 수술이 될까. 단순히 살이 빠지는 데 따른 부산물이 아니다. 잘못된 대사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작용 원리는 위소매절제술과 루엔와이 위우회술이 약간 다르다.
수술 |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호르몬인 ‘인크레틴’의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다. 상부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GIP)이 오작동하고 하부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GLP-1)의 기능은 남아 있다. 위소매절제술은 GLP-1 분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상태를 개선한다. 위소매를 잘라낸 후에는 위산 분비량이 줄면서 췌장 효소를 촉진하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들 물질이 GLP-1 분비를 늘리게 된다. 결국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 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반면 루엔와이 위우회술은 고장 난 시스템을 피해 가는 방식이다. 망가진 인크레틴 시스템은 문제가 있는 상부 소장에서 음식물이 소화·흡수되면서 작동한다고 보면 된다. 루엔와이 위우회술은 위에서 빠져나온 음식물이 상부 소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하부 소장으로 가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스템만 취하게 된다. 당뇨 환자에게 백미밥 대신 현미밥을 권하는 것도 비슷한 개념이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외과 손명원 교수는 “두 수술 간에 혈당 조절 효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보고되지만 모두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엔 효과적인 수술”이라며 “이미 세계적으로 유효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다시 한번 당뇨 치료 효과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보건의료연구원은 제5차(2018)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대사수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해 신의료기술로 인정하는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의료 기술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한 것으로, 신의료기술 인정은 안전성·유효성이 공식적으로 입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원은 “대사수술은 기존 내과적 치료로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서 BMI가 27.5 이상인 제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대사수술은 당뇨 환자들의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준다”고 평가 이유를 밝혔다. 앞서 비만 수술 경제성 분석 당시에도 연구원은 수술군에서 약물 복용 없이 당뇨병이 개선된 정도를 57.1%로 명시하고 “수술 받은 고도비만자의 동반 질환 개선 정도가 비수술군보다 우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원은 수술군에서 동반 질환 개선 정도가 고혈압의 경우 47.1%, 고지혈증은 83.9%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신의료기술로 인정 받은 대사수술
다만 당뇨병 치료 효과가 수술 즉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 유병 기간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달라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민병원 당뇨·대사수술센터 김종민 대표원장은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길수록 수술 후 수치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며 “일반적으로 유병 기간 10년당 정상 회복 기간은 1년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대사수술을 통한 완치율(완전관해율)은 학계에서 50~70% 정도로 본다. 하지만 높은 경우 90%를 웃도는 논문도 있다. 김종민 원장은 “학계에서 보수적으로 완치율을 50% 이상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수술 효과가 큰 환자를 사전에 잘 선별해 적용했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며 “따라서 어떤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것인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손명원 교수는 “대사수술의 기술적인 부분은 위암이나 상부 위장관 수술을 하는 의사라면 어려움이 없는 수술”이라며 “다만 수술 전후 다각적인 관리와 접근이 필요한 만큼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서 경험 많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