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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진짜배기’ 이강인, 차분하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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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강인이 12일 스페인 발렌시아 에스타디 메스타야에서 열린 레버쿠젠과 프리시즌 경기에서 1군 무대 데뷔골을 터뜨리자 팀 동료들이 축하해주고 있다. 발렌시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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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은 진짜배기다.”

어린 선수의 성장 가능성을 정확히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경험 많은 에이전트 의견이다. 에이전트에게 선수는 비즈니스 상품이기도 하다. 돈을 벌어줄 선수인지 아닌지 냉정히 판단해야 하기에 최대한 거품을 빼고 본다.

에이전트들이 하나같이 엄지를 드는 선수 중 한 명이 이강인(17ㆍ발렌시아)이다. 탄탄한 기본기, 넓은 시야에 날카로운 킥까지 갖췄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강인은 스페인 국가대표 미드필더 사비의 경기 조율 능력, 이니에스타의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능력을 모두 지녔다”고 평했다.

인성도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이강인은 한국 U-19 대표팀에 몇 차례 뽑혀 훈련하고 경기도 뛰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두세 살 위 형들보다 유명한데도 거만함 같은 건 없었고 겸손했다. 그런데 운동장만 들어가면 악착같아지더라”고 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이 대표팀에 소집돼 한국에 올 때마다 인터뷰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어린 선수가 언론에 많이 노출돼 좋을 일이 없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이강인의 단점은 빠르지 않은 스피드다. 스피드는 훈련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발이 빠르지 않은 만큼 체력, 기술적으로 더 완성돼야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무럭무럭 성장 중인 이강인이 드디어 1군 무대 데뷔골을 터뜨렸다. 그는 1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에스타디 메스타야에서 열린 바이엘 레버쿠젠(독일)과 프리시즌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후반 33분 교체 투입된 뒤 후반 41분 헤딩으로 쐐기골을 넣었다. 발렌시아는 3-0 완승을 거뒀다. 프리시즌 5경기 만에 나온 1군 무대 데뷔 득점이다. 이강인은 앞서 스위스 로잔 스포르, 네덜란드 아인트호번, 잉글랜드 레스터시티와 에버턴전까지 1군 프리 시즌 4경기 모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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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과 프리시즌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둔 발렌시아. 자신의 1군 데뷔골을 기록한 이강인의 모습도 보인다. 발렌시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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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은 당초 다음 시즌인 2019~20시즌에 1군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프리시즌에서 연일 좋은 활약을 보이고 골까지 넣자 1년 앞당겨 2018~19시즌에 1군에 진입할 수 있을 거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발렌시아는 21일 오전 3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2018~19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프리메라리가는 유럽연합(EU) 시민권이 없는 선수는 팀 당 3명까지만 출전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이강인이 프리메라리가 무대를 누비려면 당장 바늘구멍 같은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이강인의 천문학적인 바이아웃 금액이 국내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지만 이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발렌시아는 지난 달 이강인과 2022년까지 재계약하며 바이아웃을 8,000만 유로(1,058억)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한 에이전트는 “이는 발렌시아가 당분간 이강인을 이적시키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봐야 한다. 이강인의 지금 몸값이 1,000억이라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며 “유럽에서 특급 유망주 소리를 듣다가 사라진 선수가 얼마나 많나. 이강인은 분명 가진 게 많은 선수다. 주변에서도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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