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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메아리] 쿠팡엔 금융 치료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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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에 경제적 제재 필요 목소리 커져
    박대준 대표 사임에도 비판 여론 여전
    김범석 의장이 직접 사태 수습 나서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 쿠팡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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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커머스 업계 1위 회사 쿠팡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고객 3,37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간 대형 사고가 터졌는데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탈퇴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잇따라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엄정 조치는 물론 집단 소송 도입, 과태료 처분 강화, 공정위 강제 조사 검토 등을 말하며 쿠팡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번 정보 유출 사태로 2010년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로켓배송을 앞세운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혔던 쿠팡의 민낯을 봤다는 이들이 많다. ①유출이 뻔한데도 보름 넘게 노출이라고 우기다가 뒤늦게 말을 바꿨고 ②사과문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하루 만에 내렸다가, 다시 올린 안내문은 광고성 문구로 링크가 걸렸다. ③2024년 11월 이용 약관에 해킹으로 인한 손해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④회원 탈퇴 과정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다(다크 패턴) 뭇매를 맞았다. ⑤이 와중에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창업자 김범석(미국 이름 범 킴·Bom KIM) 쿠팡Inc. 의장은 사과 한마디 없이 자취를 감췄다.

    매출의 90%를 가져가는 한국의 소비자들은 쿠팡의 뻔뻔함에 놀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김 의장이나 쿠팡 측은 지난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이 내놓은 "잠재적 고객의 이탈(losses)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보고서를 믿고 싶을 것이다. 쿠팡이 로켓배송, 최저가 서비스, 멤버십 혜택 등을 통해 경쟁자가 없는 독보적 지위에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대해 덜 민감해 보인다는 게 보고서가 꼽은 이유다. 이미 '쿠팡 없이 못 사는' 한국 소비자들은 어차피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금융 치료가 답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이나 김 의장이 상황이 불리해지면 꺼내는 '미국인이라서' 카드로 고스란히 돌려주자는 것. 그중 하나가 집단소송이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모든 피해자가 배상받을 수 있는 이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 스위스, 튀르키예에만 없다. 이 대통령도 2일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했다. "집단 소송을 개인정보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의견도 있다.

    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9일에는 "쿠팡에 대해서도 형법을 통한 것보다 과태료 조치 같은 부분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며 법제처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강제 조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적 불법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형법에 따른 처벌보다 미국처럼 큰 액수의 과태료를 내게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복적이고 고의적인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고 시 기업 전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10일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물러났다. 그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했지만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는 힘들다. 박 대표는 김 의장의 '아바타' 역할을 했을 뿐이니까. 결국 김 의장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쿠팡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 관련 청문회를 여는데 그를 증인으로 불렀다. 김 의장이 또다시 막강 대관 조직을 앞세워 '아프다' '미국에 있다' 같은 핑계로 가득찬 불출석 사유서만 내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지금까지 그가 쌓아 온 공든 탑 '쿠세권 대한민국'은 금이 갈 것이다.

    박상준 경제산업문화부문장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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