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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특활비’가 뭐길래…민주·한국당, 욕먹으면서도 유지 꼼수 [더(The)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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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62억 중 교섭단체 지원 15억만 폐지

나머지는 일부 삭감 얘기 흘러나와

‘비밀 정보·사건수사 경비’ 규정 불구

의장·상임위원장 등에 월급처럼 배분

가족 생활비·자녀유학비에도 사용

업무추진비 103억원도 따로 있어

법원 공개 판결에 항소로 ‘비공개’ 버텨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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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민 뜻을 이해하지 못합니까?”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 ‘반쪽 폐지’ 논란이 일자 거대 양당을 향해 한 말입니다. 두 양당이 올해 특활비 62억원 전액을 폐지하는 줄 알았더니, 교섭단체에 지원하는 15억원만 없애고, 나머지 국회의장·상임위원장 몫은 일부만 줄이려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러자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두 당을 향해 “전면 폐지를 약속하라”고 재차 압박합니다. 국회는 욕먹으면서도 왜 특활비를 포기하지 못할까요. 도대체 특활비를 어디에, 어떻게 써왔길래 이러는 걸까요.

특활비를 ‘제2의 월급’처럼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합니다. 기획재정부의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을 보면, 특활비는 “사건수사, 정보수집, 각종 조사활동 등을 위해 타 비목으로는 원활한 업무수행이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요구”하라고 나옵니다. 또 “업무추진비, 기타운영비, 특정업무경비 등 타 비목으로 집행이 가능한 경비는 계상 금지”라고 명시했습니다. 이 설명으로도 부족했는지, 특활비로 쓰면 안 되는 비용 예시로 “유관기관 간담회 개최, 화환 및 조화 구입, 축·조의 등, 단순한 계도·단속, 비밀을 요하지 않은 수사·조사활동 등”을 들었습니다.

국회가 실제로 특활비를 어디에 썼는지 보시죠. 참여연대가 공개한 국회의 2011~2013년 특활비 사용 현황을 보면, 국회 사무처는 매년 80억원가량 되는 특활비를 실제 특수활동과는 무관하게 국회의장, 교섭단체 대표, 상임위원회 등에 월급처럼 배분했습니다. 교섭단체 대표에게는 매월 6000만원을, 각 상임위원장·특위위원장에게는 매달 600만원씩 지급했습니다. 일부 상임위원장은 이 돈을 소속 의원·전문위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한겨레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지난달 5일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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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은 해외순방을 갈 때 수천만원씩 특활비를 싸서 들고 나갔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대사관 격려금, 교민 사회 격려금 등으로 쓴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국회의장이 정치권 원로들을 만날 때 ‘위로금’ 명목으로, 의원들이 해외에 나갈 때 ‘장도금’ 명목으로, 군부대 방문 때 부대장에게 격려금으로 줬다고 합니다.

교섭단체에는 교섭단체정책지원비, 교섭단체활동비 등 명목으로 지급했습니다. 이 돈은 어디에 썼을까요? 한 교섭단체 관계자는 “의원총회나 본회의를 하는 날이면 의원들이 대기하게 된다. 의원들을 붙잡아두려면 도시락도 먹여야 한다. 그런 비용도 다 특활비로 나갔다”고 합니다.

국회는 의원들에게도 ‘입법정책개발 균등인센티브’ 등 명목으로 특활비를 나눠줬습니다. 의원들은 월 1149만원(연 1억3796만원)씩 받는 수당 외에도 별도로 ‘입법 및 정책개발비’, ‘의원공무수행 출장비’ 등을 받는데도 말이죠. 심지어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거나 “자녀 유학비로 썼다”(신계륜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고백’도 있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 활동에도 특활비가 꼭 필요한 곳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해외순방을 할 경우 일부 국가에서 비공식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업무추진비도 ‘비공개’ 버티기

또 하나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업무추진비입니다.

업무추진비는 ‘공무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외빈 초청 경비, 해외출장 지원 경비, 공식회의 및 행사 경비 등이지요. 특활비는 사용처를 증빙할 의무가 없지만 업무추진비는 ‘클린카드’로 불리는 정부구매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국회는 특활비를 없애는 대신 업무추진비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의정활동에 필요하다면 업무추진비로 ‘양성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회는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 중앙부처·지자체와 달리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업무추진비 역시 ‘감시’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참여연대가 올해 국회의 업무추진비를 계산해보니 총 103억원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쓰도록 한 특정업무경비가 별도로 192억원 책정돼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회는 ‘의정활동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사업추진비(업무추진비) 32억원, 특정업무경비 3억원, 특수활동비 18억원을 각각 편성했습니다. 이렇게 중복 편성된 항목이 9개입니다.

국회는 “다른 정부기관에 비해 특수활동비가 적은데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참여연대 자료를 보면, 올해 정부 특활비는 국방부 1479억원, 경찰청 1030억원, 법무부 237억원 등입니다. 62억원의 국회 특활비가 비교적 적긴 합니다. 하지만 주요 업무가 수사·조사인 부처와 국회를 단순 비교할 수 없습니다. 국회가 억울함을 풀 방법은 있습니다. 국회의 핵심 권한은 정부부처의 예산 심의 기능입니다. 국회가 이참에 자신의 특활비를 폐지하고 전체 특활비 제도 개선에도 앞장선다면 박수 받을 수 있겠지요. 16일 발표할 국회의 특활비 제도 개선 입장을 주목해봅니다.

이경미 김태규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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