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10만명 선에서 맴돌던 취업자 증가 폭이 급기야 지난달 5000명으로 주저앉았다. 취업자수가 1만명 감소했던 2010년 1월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고용에 영향을 미칠 외부 충격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경기가 재난에 처한 것과 동일한 충격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조선·해운·자동차 등 우리 경제를 이끌던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기업의 고용 여력이 저하된 것이 고용 참사의 주원인이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무리한 근로시간 단축 등 친(親)노동정책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고용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 관련 지표를 관리하는 통계청과 기획재정부는 재난에 처해있는 고용경기에 대한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자동화 등 오랫동안 이어진 구조적인 요인을 지목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부분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인구 증가폭이 상당히 둔화됐고,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가 나타난 동시에 세계 경기와 달리 우리 내부적 경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6.4% 가량 급격하게 인상된 데 이어, 내년 10.9%의 인상률이 결정되면서 자영업자 등에서 심리적인 충격을 주고 있는 최저임금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언급을 피했다.
OECD는 지난 6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고용이 감소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서울 황학동 중고 주방기구 업체에는 폐업한 음식점에서 수거한 집기들이 쌓이고 있다./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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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도·소매업(-3만8000명), 숙박·음식점업(-4만2000명), 시설관리업(-10만1000명)의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8만명 넘게 줄었다. 모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직접 받는 업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지난 6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고용이 감소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엉뚱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기재부는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지체되고, 폭염에 따른 업황 위축으로 숙박음식업 취업자 감소 폭이 확대됐고, 도소매 업종의 경우 과당경쟁 등으로 고용 부진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빈 과장 역시 브리핑에서 "도소매업에서 40대 비중이 높은데, 40대 취업자 감소 폭이 매우 크다"며 "구조조정이나 구조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달 특이 요인으로 날씨가 예년보다 더 더웠기 때문에 여행 등 이동, 숙박, 음식, 건설 취업자수 감소에 일부 영향을 준 것이라고도 했다.
종사자 지위별 취업자 증가 폭 추이에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은 여실히 드러난다. 상용직 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만2000명 증가한 반면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임시 근로자와 일용직 근로자는 각각 10만8000명, 12만4000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가 3만명 감소한 것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와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서도 "고용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을 내놓았다. 취업자 증가 폭은 둔화됐지만 내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경기 요인에 영향을 덜 받는 상용직이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임시, 일용직 근로자가 감소한 것은 노동시장 안에서 안정성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고용 상황이 악화된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다 보니 인구구조나 날씨 탓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계속 엉뚱한 데에서 원인을 찾으면 고용 상황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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