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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게이답지 않다”…오스트리아, 아프간 성 소수자 난민 신청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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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이, 행동, 옷차림 어느 곳에서도 당신이 동성애자일 수 있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음.’

한 18세 아프가니스탄 소년이 오스트리아 난민 심사 당국으로부터 LGBT(성 소수자)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입국을 거절당했다. 성 소수자에 관한 오랜 ‘고정관념’이 난민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사유로 작용했다.

오스트리아 주간지 ‘팔터’는 15일(현지 시각) 난민 심사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이 소년이 ‘기대 수준을 넘은 공격성을 가졌다’ ‘동성애자처럼 사교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을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 소년은 당국의 결정에 항소하고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오스트리아 정부는 팔터의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반박했다. 오스트리아 내무부 대변인 크리스토퍼 푈즐은 16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은 지난 2년 동안 2만건의 결정을 내렸다. 이는 보고서 500만쪽 분량"이라며 그 중 단 몇 문장을 인용하는 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 2018년 8월 4일 영국 최대 LGBT(성 소수자) 축제 ‘브라이튼 프라이드’에 참여한 한 남성이 성 소수자 이주를 지지하는 의미의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이민을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Lesbians and Gays Support the Migrants)’ 트위터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파 정부가 득세하면서 오스트리아에 반(反)난민 정서가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중도우파인 세바스티안 쿠르츠 총리(32)가 난민입국심사 강화 등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워 극우 연정을 이뤘다.

‘퀴어 베이스’ 소속 인권 운동가 마티 후버는 "우파 정부가 성 소수자 난민을 후원하는 시민 사회 단체를 엄중히 단속·탄압하고 있다"며 지난 10년 간 난민법이 더욱 엄격해졌다고 했다. 퀴어 베이스는 오스트리아에서 약 400명의 성 소수자 난민을 지원하고 있는 비정부 단체로, 팔터가 보도한 소년을 대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2000년대 초만 해도 난민 친화적인 국가였다. 유엔난민기구가 발간한 ‘2004년 망명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그해 인구 비율 기준 유럽에서 난민을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였다.

오스트리아의 난민법은 최근 성 소수자에 포용적으로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에 뒤처진다는 평도 나온다. 최근 유럽재판소가 "고정관념이 작용할 수 있다"며 금지한 ‘성격 검사’가 한 예다. 난민 인권 단체는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많은 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성격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 소수자 난민의 입국 거부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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