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에 있는 한국GM의 하청업체에서 20년간 관리직으로 근무했던 채모(43)씨는 지난 2월 한국GM의 군산 공장 폐쇄 결정에 따라 직장에서 해고됐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수십 차례 이력서를 작성한 끝에 겨우 입사한 회사였다. 채씨가 새벽 5시부터 밤늦게까지 일해가며 관리직까지 승진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년이었지만, 해고 결정은 단 며칠 만에 이뤄졌다. 채씨는 "입사할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쫓겨나는 것은 순식간이더라"고 했다. 중학생 자녀가 둘인 채씨는 현재 실업 급여를 받으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아내는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중추인 40대 취업자 수가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0년대 말 이후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20대 때 터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청년 실업난 1세대'였던 40대가 최근 지속되고 있는 고용 시장 악화로 인해 또다시 실업 위기에 놓인 것이다. 40대는 대부분 가정의 수입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가계 경제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취업자 수, 고용률, 실업자 수…40대가 최악
40대 취업자 수는 지난달 667만1000명으로 1년 전 대비 14만7000명 줄어들었다. 이는 IMF 외환위기가 터졌던 1998년 8월(-15만2000명)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40대는 글로벌 외환위기가 있었던 2009~2010년에도 취업자 수 최대 감소폭이 5만4000명(2009년 12월)에 그칠 정도로 고용시장에서 비교적 잘 버텨왔다. 하지만 2015년 11월(-1만2000명) 이후 40대 취업자 수는 3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33개월 연속 감소 행진은 198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외환위기 당시에도 각각 10개월, 6개월 연속 줄어든 게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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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과 실업자 수 역시 40대가 최악이다. 지난달 40대 고용률은 79.1%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떨어져 전 연령층(20~60대)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40대 실업자 수는 17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29.0%(3만9000명) 증가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증가 폭이 크다.
◇경제 침체의 '1순위 희생양'
반도체가 선전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업종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의 재화를 만들 때 창출되는 고용자 수)는 5.3명에 불과하다. 고용 창출효과가 큰 자동차(8.6명)와 조선업(8.2명)이 부진하면서 40대 근로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40대 자영업주의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의 부진 역시 뼈아프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숙박, 도·소매업 등 4대 자영업 폐업률은 88.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쪽에서 가게 10곳이 문을 열면 다른 쪽에서 9곳이 간판을 내렸다는 뜻이다. 과거엔 40대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하면, 자영업 창업 등을 통해 생계를 꾸려갔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자영업 창업마저 어려워지면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40대는 장기 실직자가 될 공산이 커졌다.
반면 60대 취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60대 취업자는 지난달 449만6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5만1000명 늘어났다. 이 중 절반 이상(15만3000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돼 우리 경제의 활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까지는 실업난이 20대 청년층에 국한돼 있었는데, 저성장의 그림자가 확대되면서 노동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40대까지 고용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우 기자(rainracer@chosun.com);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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