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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고용재난 속에 극심해진 양극화…고졸·단순기능직 일자리 급감, 대졸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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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업자수 증가폭이 5000명에 불과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졸·기능직과 대졸·관리직 사이의 일자리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기능직 비중이 높은 고졸 취업자 증가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전문·관리직 위주인 대졸 취업자는 지난 1년 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조선 등 산업 구조조정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촉발된 서비스업 고용 축소 움직임이 교육과 소득 주순이 낮은 단순 기능직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취업활동을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급증하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 인구가 두달 연속 10만명 이상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직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고용시장 양극화로 인해 취업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고용시장 극심한 양극화, 대졸이상만 증가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고졸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28만8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만 놓고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절정에 올랐던 2009년 3월 33만5000명이 줄어든 이후 9년4개월만에 가장 큰 폭이다. 고졸 취업자는 올해 2월 5만명 줄어든 이후 5개월 연속 내리막을 타며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반면, 대졸 이상 취업자수는 지난달 전년동월대비 39만명 증가하며 지난해 4월(42만명)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6월(34만6000명)보다도 증가폭이 4만4000명 확대됐다. 대졸 이상 취업자는 지난 3월 23만5000명을 기록한 이후 넉달 연속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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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학력 별 취업자 증감(자료: 통계청, 단위: 만명)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대졸 이상 취업자 수가 꾸준히 20만~3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취업자수가 제자리 걸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산업 구조조정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고졸 이하 비중이 높은 단순 기능직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전문·관리직과 기능직 취업자 증감 추이에서 확인된다. 지난달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노무직은 전년 동월대비 21만9000명이 줄어들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올해 2월 15만3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이후 6개월째 매달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반면 관리자·전문가는 지난달 전년대비 13만8000명 증가하며 지난 4월(19만8000명) 이후 1년 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관리자·전문가는 지난 5월(12만2000명) 이후 석달 째 10만명 이상 증가폭을 나타내고 있다. 이 직종 취업자 증가수가 석달 연속 10만명대를 넘어선 것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이후 처음이다.

◇ 고용시장 양극화, 저소득층 실망 실업자 급증으로 이어질수도

문제는 이 같은 교육·직종 간 고용시장 양극화로 인해 소득 격차 확대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 등으로 직장을 떠난 고졸취업자와 생산직 노동자가 재취업을 통해 일자리를 되찾지 못하면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고졸 이하와 단순·기능직 취업자 감소 추세가 비경제활동 인구 증가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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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서울의 한 음식점을 방문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어려움에 대해 자영업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기재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월평균 14만4000 명으로 같은 기간 월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2000년(14만5000 명) 이후 올해가 가장 많았다. 장기 실업자 규모로 보면 외환위기 시절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셈이다.

장기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구직단념자 또한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구직단념자는 54만6000명으로 월간 기준으로는 통계작성이 시작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1∼7월 구직 단념자는 월평균 50만7000 명이었다. 또 올해 1∼7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가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구도 월 평균 18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용시장의 어려움이 장기 실업자 나 구직 단념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업자가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장기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가 기록적으로 증가하는 등 고용 시장의 구조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저학력, 단순기능직 취업자들의 고용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노동비용 상승 등으로 인한 채용기피 현상 때문에 이들이 고용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유인이 크지 않다"면서 "이른바 ‘취업 실망 계층’이 늘어날 경우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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