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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자영업자 조용필씨, 가게 간판에 자기 이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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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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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이름을 간판으로 사용하는 '김영희 동태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식을 파는 식당은 믿고 먹어도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 하다. [사진 김영희 강남 동태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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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자기 이름을 간판으로 사용하는 음식점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김영희 동태찜’ 같은 경우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식을 정성껏, 양심적으로 만드니 믿고 먹어도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을 간판으로 사용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게 되었는데, 누군가가 똑같은 이름으로 동일 또는 유사 업종의 음식점을 차린다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부정 경쟁 목적 아니면 동일 이름 상표등록 가능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자신의 이름에 대해서도 상표 등록이 가능하며, 따라서 자신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제3자에 대해 상표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실제 특허청에서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인 키프리스(www.kipris.or.kr)를 통해 상표 검색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등록 상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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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표 등록을 하게 되면 제3자가 '김영희'라는 이름을 포함한 간판을 음식점에 사용하지 못한다. [사진 특허청 키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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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등록을 하게 되면 제3자가 ‘김영희’라는 이름을 포함한 간판을 음식점에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만약 그 제3자의 이름 또한 우연히도 ‘김영희’라면 어떻게 될까.

상표법 90조는 자기의 성명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정 이름에 대한 상표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부정 경쟁의 목적이 아니라면 같은 이름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행위는 상표권의 침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름의 상표 등록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같은 이름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상표권 행사를 할 수 없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제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표 등록을 해두게 되면 자신의 등록 상표에 대한 정당한 사용 권한을 확보하게 돼 제3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름을 상표로서 사용하고 있거나 그럴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상표 등록을 먼저 받아둘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만약 내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인의 이름과 동일한 경우에도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는 저명한 타인의 성명을 포함하는 상표는 타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저명한 타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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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와 이름이 동일한 사람은 비록 자기 이름이라고 해도 상표 등록을 받기 어렵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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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와 이름이 동일한 사람은 비록 자기 이름이라고 해도 상표 등록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 김연아가 유명해지기 전인 2000년대 초반 상표 등록 출원을 해두었다면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저명한 타인의 성명을 포함하는 상표인지에 대한 판단은 상표법상 ‘상표등록여부 결정시’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명성을 가진 유명인의 이름은 상표법에서도 간접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그런데 상표법에서 규정하는 저명성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요구되는 정도가 상당히 높다.





자기 이름을 상표등록해두는 유명 연예인들
따라서 유명인은 자기 이름이 제3자에 의해 모용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표 등록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실제 조용필, 패티킴 등의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 또는 예명에 대해 필자의 특허 사무소를 통해 상표 등록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아이돌 그룹이 소속돼 있는 연예 기획사에서는 아이돌 그룹명에 대해 상표 등록을 해두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아이돌 그룹명에 대한 상표권은 통상적으로 소속사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이 계약 만료로 소속사를 떠나게 되면 자신이 활동했던 그룹명을 더는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전 소속사에 상표 사용료를 지급해가며 그룹명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룹명을 바꾸어 활동하기도 한다. 남성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구성원들이 이전 소속사를 떠난 후 그룹명을 ‘하이라이트’로 바꾸어 활동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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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명에 대한 상표권은 통상 소속사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이 계약 만료로 소속사를 떠나게 되면 자신이 활동했던 그룹명을 사용하지 못한다. 남성 아이돌 그룹 '하이라이트(구 비스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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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수, 전 소속사의 상표 출원으로 이름 사용 못 할 뻔
실은 소속사와 소속 가수의 상표권과 관련된 분쟁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심심치 않게 나오는 연예 뉴스의 소재이기도 하다. 오래된 예로 2003년 큰 인기를 누렸던 트랜스젠더 연예인 1호인 ‘하리수’ 씨의 소속사는 그가 소속사를 탈퇴하자 ‘하리수’라는 이름에 대해 상표 등록을 해두었으므로 다른 이름으로 활동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하리수는 ‘하리수’에 대한 상표 등록 여부를 특허청을 통해 직접 확인했고 그 결과 소속사가 상표 출원만을 진행하였을 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상표 등록을 받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하리수’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시 하리수의 소속사는 하리수라는 이름에 대한 상표권을 확보한 후 다른 트랜스 젠더 연예인을 하리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당시 소속사의 의도대로 다른 트랜스 젠더 연예인이 하리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면 어떠했을까. 예를 들어, 하리수가 출연하는 영화나 공연인 줄 알고 봤는데 다른 사람이 나왔다면 관객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소속 연예인이 탈퇴한 이후 그 연예인과 관련된 상표권을 소속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 상표권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인과 혼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연예인의 이름에 대한 상표권은 본인이 직접 가진 것이 옳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신인 연예인이 기획사에 그러한 요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걸그룹 '크레용팝', 음반에 대한 상표등록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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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크레용팝은 멤버 5인이 공동으로 크레용팝에 대한 상표권을 가지고 있다. [사진 (상)일간스포츠, (하)특허청 키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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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유명한 걸그룹인 ‘크레용팝’은 멤버 5인이 공동으로 ‘크레용팝’에 대한 상표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레용팝’에 대한 상표 등록은 연예인 매니저업 등이 포함된 제35류와 가수 공연업 등이 포함된 제41류에 대해서만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걸그룹 ‘크레용팝’의 본업은 가수이며 그들의 핵심 상품은 음반일 것임에도 음반 등이 포함된 제9류에 대한 상표 등록은 아직 확보하지 않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걸그룹 크레용팝이 자신의 이름으로 화장품, 의류 등의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 있다면 화장품 등이 포함된 제3류와 의류 등이 포함된 제25류에도 상표권을 확보해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유명 걸그룹 티아라의 전 소속사는 2017년 12월 28일 자로 상표 ‘티아라’에 대해 3류, 9류, 25류, 41류에 대해서 모두 상표 출원을 해 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그 출원 시점이 걸그룹 티아라가 이미 대중에게 상당히 알려지게 된 이후이고, 구성원 상당수가 소속사를 떠난 시점이라는 점에서 상표 출원에 대한 심사가 원활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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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티아라의 전 소속사는 2017년 12월 28일 자로 상표 ‘티아라’에 대해 3류, 9류, 25류, 41류에 대해서 모두 상표 출원을 해 둔 것으로 확인된다. [사진 (상)일간스포츠, (하)특허청 키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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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기획사가 자사 소속의 그룹명에 대한 상표권을 안전하게 확보하려면 그룹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상표 출원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itmsnm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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