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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MT리포트]630조 자영업자대출…방치할 수도 조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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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편집자주] 자영업자대출 관리가 금융당국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내수경기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공실률 상승, 기준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자영업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 가계대출처럼 적극 억제하기 어려워서다. 위험 징조가 높아지고 있는 자영업자대출을 점검했다.

[자영업자대출 딜레마]<1>가이드라인 도입해도 증가세 안 꺾여…금융당국 역할 제한적이라 고민

“과잉대출도 문제지만 무작정 대출을 조일 수도 없다. 적정 수준이 뭔지 고심할 수밖에 없다.”(금융당국 관계자)

정부가 자영업자대출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미 600조원을 넘어선 자영업자대출은 금리상승 기조와 경기악화 등으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내수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의 이중고를 안고 있는 자영업자의 ‘돈줄’을 마냥 틀어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국세청이 최근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 주겠다며 세무조사를 유예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의 고민이다.

이런 와중에 자영업자대출 증가세는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이 자영업자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금융회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제가 아니다 보니 대출 증가 억제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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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은행권 자영업자대출(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04조6000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2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증가액은 자영업자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3월 26일 이후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다. 한국은행은 다달이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 현황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주기적으로 발표되는 유일한 자영업자대출 관련 통계다.

하지만 ‘숨은 빚’까지 고려한 자영업자대출 규모는 벌써 600조원을 돌파했다. 금융당국이 집계하는 방식에 따른 전 금융권 자영업자대출은 지난해 말 598조원에서 올 들어 30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개인사업자대출에다 개인사업자대출이 있는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까지 합해 자영업자대출을 계산한다. 자영업자들은 사업자금과 가계자금을 뚜렷하게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기 때문에 양쪽을 다 들여다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이 없는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자영업자의 ‘숨은 빚’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영업자대출 증가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임대사업자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임대사업자대출은 자영업자대출 잔액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최근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구입용 수요까지 몰리는 ‘풍선효과’가 생기면서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면서 과거 가계대출을 받아 임대업을 했던 대출자들이 임대사업자로 전환한 것도 임대사업자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금융회사들은 임대사업자대출이 담보비율 80% 이상으로 돈 떼일 염려가 별로 없는데다 규제도 강하지 않아 가계대출 대신 집중 영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대출이 가계대출의 절반 수준으로 불어나자 지난 3월 26일부터 은행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부동산 임대사업자대출은 연간 임대소득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RTI가 주택은 1.25배. 비주택은 1.5배 이상이어야 신규 대출을 해주도록 했고 자영업자대출 전체적으로 총소득 대비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등 총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인 LTI를 참고지표로 활용하도록 했다. 또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업종별 대출한도를 정해 놓고 대출이 많이 늘어난 업종 3가지에 대해선 특별관리를 주문했다. 가인드라인은 지난달 상호금융권으로 확대됐고 오는 10월부터는 저축은행에도 적용된다.

문제는 가이드라인이 꼭 지켜야 하는 규제가 아닌 탓에 대출억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가이드라인 시행 후 금감원이 실태를 조사한 결과 RTI가 기준비율에 미달해도 대출이 빈번하게 실행될 정도로 운영 상태가 ‘느슨’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가이드라인 시행 후 자영업자대출 현황을 파악 중이다. 연체율이 RTI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오면 강제성 있는 규제비율을 도입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임대사업자는 그나마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만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가 포진한 도소매업이나 숙박업, 요식업 등에는 획일적인 대출규제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내수가 침체된 와중에 최저임금 상승 등 악조건이 겹치면서 줄폐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까지 조이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고민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대출에 대해선 금융당국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주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자영업자대출은 금융의 영역을 넘어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대출을 직접 담당하는 은행 지점 직원이 자영업자의 영업환경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금융권에선 과밀상권이나 업종 쏠림을 막기 위해 소상공인들에게 컨설팅을 지원하는 종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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