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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국민연금·최저임금·자영업자…임계점 다다른 30년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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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위기ㆍ사회갈등 바탕엔 ‘구조적 병폐’

1990년대 임금 억제 위한 누더기 임금체계…최저임금 갈등 불씨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 증가→수익성 악화→줄폐업 ‘악순환’

국민연금, 시작부터 잘못 꿴 단추…연금개혁 재설계 필요성 대두


이투데이

음식점 10곳이 문을 열 동안 9곳 이상이 폐업하는 등 자영업이 불황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지난해 사업자 등록을 한 18만1000여 음식점 중 16만6000여 음식점이 폐업 신고를 하는 등 신규 대비 폐업 등록 비율이 6년 만에 최고 수준인 92%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요식업'을 비롯한 숙박, 도소매업 등 4대 자영업의 폐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88.1%를 보였다. 19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의 중고 주방용품 상점에 폐업한 음식점에서 사들인 중고 주방물품들이 잔뜩 쌓여 있다. 오승현 기자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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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것이 터졌다. 고용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둔화했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줄도산 위기다. 30년 가까이 지속된 ‘폭탄 돌리기’의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중소기업 경쟁력 저하, 불합리한 임금체계 고착화 등 구조적 요인에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요인들이 겹치면서 저분위 계층의 ‘버티기’도 어느덧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우선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용 둔화의 결정적인 원인으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구조와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다”라며 “경기가 하향하고 있는데 정부가 노동시장에 비용을 증가시키는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생존하려면 고용을 안 하거나 종전의 근로자를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정책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도 위기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2000명 감소했다. 하지만 노동비용 증가만으로는 모든 경제 위기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정타가 되긴 했지만, 그 이전에 쌓여 있던 구조적인 병폐들이 위기를 키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임금 체계다. 정부는 1990년 급격한 임금 상승을 우려해 시장의 임금 인상률을 한 자릿수로 통제했고, 기업별 노사는 기본급을 놔둔 채 수당과 상여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올렸다. 이후에도 이런 방식의 임금협상이 관행이 되면서 기본급 인상이 억제돼 월급이 200만~300만 원인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의 압박을 받게 됐다. 이는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근로시간 문제도 2004년 ‘주 40시간’ 체제 정착과 함께 정리됐어야 했지만, 이제 와 급하게 정리되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1990년대 프랜차이즈 국내 진출에서 비롯된 자영업자 급증, 불공정거래 관행 고착화로 인한 중소기업과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수익성 악화도 사태를 키웠다. 대부분 30년 가까이 지속된 고질적인 문제들이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위기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제도가 도입된 1988년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라는 비현실적인 구조로 설계돼 언젠가는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부터 시작된 폭탄 떠넘기기로, 현 정부에서 저분위 계층의 보험료 부담을 키우는 방향의 연금 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가 하향 추세인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도 필요했겠지만 그에 따른 고용 감소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자영업 포화, 하청업체·자영업자들이 겪는 불공정경쟁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되고 시행됐어야 했다”며 “최저임금을 전부로 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방치한 정부의 게으름이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정부는 과거의 성장방식을 전환해야 할 역사적으로 굉장히 커다란 소임을 가지고 있다”며 “최저임금처럼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국민연금 문제, 경제민주화 문제 등에 있어서도 어려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세종=김지영 기자(j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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