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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3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국내 증시에 고용 불안이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6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고용 쇼크'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는 그동안 남북 분단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후진적인 지배구조, 낮은 배당성향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올 들어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 및 배당성향 확대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는 1차 남북정상회담 확정 이후 한 달여 동안 약 4% 올랐고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되면서 회담 당일인 6월12일까지 8거래일 동안 2.5%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증시의 '큰 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투자 기업들의 주가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고용이 전년 동월 대비 불과 5000명 증가하는 초라한 수준에 그치면서 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연령별로는 사회 초년생에 준하는 20~24세 이외에도 30~34세, 40~44세에 해당하는 연령층의 고용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40대의 경우 소비와 주택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에 향후 관련 분야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또 다른 큰 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3조3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고용 위축에 이은 내수경기 부진으로 국채 5년물 금리가 5월 2.3%대에서 최근 1.99%로 낮아졌음에도 채권 보유고는 역대 최대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화부채 비중이 41%로, 신흥국 대비 대외건전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은 지난달 신규 고용이 전망치보다는 하락했지만 5~6월 두 달간의 신규 고용이 기존 전망치를 6만명 이상 웃돌면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일본의 경우 청년고용률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실질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고용 호조와 함께 증시도 순항하면서 이들 국가 증시로 눈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올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거래 규모는 123억달러(약 13조8000억원)로 지난해에 비해 150% 넘게 늘었고, 일본 주식 투자규모도 2016년 12억3500만달러(약 1조3900억원)에서 현재 17억4000만달러(약 1조9500억원)로 증가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용이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는데 경제 상황 이외에도 정책의 차이가 고용의 차이로 연결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건전성은 높지만, 성장성은 부진하다는 점이 주식 매도와 채권 매수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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